박주영 선수는 지난 14일 "FC 서울이 지난 2년 동안 발전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박주영 선수는 지난 14일 "FC 서울이 지난 2년 동안 발전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 박주영 인스타그램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말했던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명언은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책임지지 못할 경솔한 말은 결국 스스로에게 돌아올 뿐이기 때문이다.

FC 서울 소속 축구선수 박주영이 석연치 않은 SNS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주영은 지난 14일 SNS에 "2년 동안 아무것도 나아진 것 없는 FC서울이 미안하고 죄송하다"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박주영의 글이 올라온 시점은 같은 날 FC서울이 울산 현대 축구단과의 리그 경기에서 0-1로 패한 직후였다. 박주영은 이날 출전명단에 들지 못했다. FC서울은 '2018 K리그1(클래식)' 7경기에서 승점 6점(1승 3무 3패)으로 10위(12개팀 중)에 그치며 부진에 빠져있다.

특히 "2년 동안 아무것도 나아진 것 없는"이라고 기간을 명시한 부분 때문에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황선홍 감독이 FC서울에 부임한 시기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2016 시즌 중반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 사령탑으로 이적한 최용수 감독의 후임으로 FC서울의 지휘봉을 잡았다. 박주영이 "2년 동안 팀이 나아진게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 데 대해 일각에선 '황선홍 감독을 저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주영의 SNS, 왜 비판 받고 있을까

 박주영은 지난 16일 SNS 파문에 대해 사과하는 글을 게재했다.

박주영은 지난 16일 SNS 파문에 대해 사과하는 글을 게재했다. ⓒ 박주영 인스타그램


파문이 커지자 박주영은 16일 다시 SNS에 해명글을 올렸다. 박주영은 "저는 팀에 피해를 끼치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후배님들께 부끄럽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반성하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곧바로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그런 선수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덧붙여 논란에 더욱 불을 붙였다.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한 해명도 없었다. 이는 결국 '자신은 잘못한 게 없고 할 말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황선홍 감독은 올 시즌 팀 개편 과정에서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이적과 성적 부진으로 팬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홈 경기에서 팬들이 황선홍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리기도 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가뜩이나 팀 분위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주축 멤버이자 베테랑 선수가 그라운드도 아닌 SNS를 통한 발언으로 분란을 조장하는 게 올바른 행동일까. 진정으로 팀과 팬을 위한 발언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박주영이 정말로 팀과 팬들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면, "2년 동안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한 FC서울"이라는 말 대신 스스로를 돌아봐야 했다. 박주영은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다가 2015년 친정팀 FC서울로 복귀한 이후 지난 3년간 이름값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 3년간 박주영의 성적은 2015년 23경기 출전에 7골, 2016년 34경기 출전에 10골, 2017년 34경기 출전에 8골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기량하락과 잔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았다.

데얀(수원)이나 이동국(전북)이 해외 무대에서 뛰다가 K리그로 돌아와서 올린 성적표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지난해 박주영과 3년 재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만 놓고 봐도 박주영은 고작 3경기에 1골에 그치고 있지만 수원으로 이적한 데얀은 13경기에 나서서 7골, 주로 '슈퍼서브'로 나서고 있는 마흔 살 이동국은 11경기에서 8골을 올리고 있다. 설상가상 팀이 한창 부진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18일 자신의 SNS에 새로운 신발을 자랑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진짜 박주영이 팀을 위했다면...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경기. 서울 박주영(오른쪽)과 수원 고승범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경기. 서울 박주영(오른쪽)과 수원 고승범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주영이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쳤다면 FC서울의 지금 위상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박주영은 SNS에서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썼지만 정작 본인의 부진에 대한 책임이나 자기 반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근 부진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황선홍 감독은 2016 시즌 FC 서울을 'K리그1' 우승으로 이끌었다. 박주영은 당시 전북 현대 모터스와의 리그 최종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팀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황선홍의 FC 서울이 지난 2년간 이룬 게 없다'는 말은 '당시 박주영의 골 역시 가치가 없다'는 뜻일까.

박주영은 2012년 병역 기피 논란은 물론, 2014 브라질 월드컵 특혜 시비 등 여러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여전히 박주영은 팀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으며 1군 경기 출전도 확보하지 못했다. 박주영은 이동국, 데얀이 왜 고령에도 최고의 선수이자 베테랑으로 인정받는지 눈여겨 봐야 한다. FC서울 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박주영 본인이 먼저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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