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순간 기획 단계부터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 (박기복 감독)

오는 5월 16일 개봉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스토리펀딩으로 제작되어 3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는 등 우여곡절이 많은 영화다. 제목이 말해주듯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어두운 이야기지만 어둡지 않게 풀려고 노력한 게 특징이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CGV 명동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박기복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꽃비, 전수현, 김채희, 김효명이 참석했다. 제작보고회는 김채희와 전수현의 춤으로 시작됐다. 영화의 한 장면을 보여준 것인데, 어둡기만 한 영화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는 오프닝인 셈이었다.

또 5·18? 새롭지 않으면 안 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 박기복 감독, 아직 끝나지 않은 광주이야기 박기복 감독이 18일 오전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은 이지애 아나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던 딸이 잊혀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통해 지역과 세대 간의 화합을 담은 작품이다. 5월 개봉 예정.

▲ '임을 위한 행진곡' 박기복 감독, 아직 끝나지 않은 광주이야기 박기복 감독이 18일 오전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은 방송인 이지애. ⓒ 이정민


"가끔 이런 질문을 받았다. '왜 또 5·18 영화니?' 그래서 새롭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5·18 영화와 어떻게 다르게 만들까 고민했는데, 이 영화는 열린 공간의 영화라고 규정했다. 시대와 공간을 해체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그렇게 해야지만 1980년 5월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박기복 감독)

이 영화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9년에 발생한 '이철규 변사사건'을 시간과 공간을 이어 결합했다. 단순히 과거에 발생했던 사건들을 나열하지 않고, 2018년 5월 '현재'를 살아가는 희수(김꽃비 분)의 시선으로 그때를 재조명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은 시공간에 상관없이 유효하다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 감독이 선택한 방식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각본과 연출을 맡은 박 감독이 실제로 보고 들었던 일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너무 아파서 과거로 돌아가기 싫었다"는 박기복 감독은 "저와 호형호제했던 이철규 열사의 의문사에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처음 시작한 동기도 이철규 열사가 실족이 아닌 국가에 의해 살해된 사건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다시 한 번 수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배우들의 진심과 열의

'임을 위한 행진곡' 김꽃비, 임을 위한 미소 배우 김꽃비가 18일 오전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던 딸이 잊혀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통해 지역과 세대 간의 화합을 담은 작품이다. 5월 개봉 예정.

▲ '임을 위한 행진곡' 배우 김꽃비 ⓒ 이정민


'임을 위한 행진곡' 전수현, 힘찬 팔뚝질 배우 전수현이 18일 오전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던 딸이 잊혀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통해 지역과 세대 간의 화합을 담은 작품이다. 5월 개봉 예정.

▲ '임을 위한 행진곡' 배우 전수현 ⓒ 이정민


감독과 배우들은 관객들이 5·18이 역사 교과서 속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느낄 수 있도록 캐릭터 표현에 특히 신경을 썼다. 가령 희수 역을 맡은 김꽃비의 극중 직업이 개그우먼인 것도 그런 의도다.

"희수란 캐릭터를 만들어가면서 너무 틀에 박힌 전형적인 인물이 되지 않게 하려했다. 전형적인 인물일수록 내 주변에 없는, 멀게 느껴지는 인물이지 않나. 살아있는 생생한 인물이면 좋겠다 싶었다. 심각한 장면인데 액세서리는 되게 화려한 걸 하고 있는 식으로 표현했다." (김꽃비)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신예 배우 전수현은 이 영화에서 군부독재에 맞서 시위에 앞장서는 법대생 이철수 역할을 맡았다. 그는 극중 계엄군에 의해 의문사를 당한다. 실제 광주 출신인 전수현은 "저희 외할아버지가 5·18 민주화 묘지에 계신다"고 밝혔다.

전수현은 영화를 찍으며 겪은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첫 신이 저수지에서 시체로 떠오르는 장면 촬영이었는데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게 벌레"라는 그의 옷과 입에 저수지 안의 거머리가 들어간 것이다. 전수현은 "'저는 할 수 있습니다. 무섭지 않습니다'고 외치고 연기했는데 속으로는 너무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김꽃비는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특별한 계기를 밝혔다.

"제가 10여 년 전에 무전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광주에 갔을 때 우연히 5·18 묘지에 방문했다. 비석이 엄청 많았는데 어떻게 돌아가셨는지가 써 있었고 처음으로 봤다. 하나하나 보면서 내가 5·18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쓴 일기도 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다.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이야기는 잊히지 않도록 계속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출연을 결심했다." (김꽃비)

'임을 위한 행진곡' 김채희, 임을 위한 댄스 배우 김채희가 18일 오전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서 작품 속에서 췄던 춤을 선보이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던 딸이 잊혀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통해 지역과 세대 간의 화합을 담은 작품이다. 5월 개봉 예정.

▲ '임을 위한 행진곡' 배우 김채희가 18일 오전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서 작품 속에서 췄던 춤을 선보이고 있다. ⓒ 이정민


'임을 위한 행진곡' 김효명, 진지한 남자 배우 김효명이 18일 오전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던 딸이 잊혀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통해 지역과 세대 간의 화합을 담은 작품이다. 5월 개봉 예정.

▲ '임을 위한 행진곡' 배우 김효명 ⓒ 이정민


과거 명희 역의 김채희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제가 태어나기 전 일이기도 하고 대부분 책으로 배웠던 거라서 촬영에 참여하면서 더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철수 형 철호 역을 맡은 김효명은 "남동생을 잘 챙기는 역할이었는데 실제로 전수현씨가 더 잘 챙겨줬다"고 말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배우 김부선은 이 영화에서 과거의 기억에 괴로워하는 명희 역을 맡았다. 박기복 감독은 김부선을 캐스팅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시나리오를 김부선씨에게 보냈을 때 세 번 반복해 읽으면서 울었다고 하시더라"며 "아파트 문제로 애쓰시는 모습이 저는 좋았다. 피할 수도 있는 길을 스스로 간 게 정의로웠다고 보는데 사회 정의에 실제로 관심이 있는 배우분이 영화에 필요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김부선씨가) 요즘도 아파트 난방 일로 바쁘셔서 오늘 스케줄이 안 맞아서 못 나오셨다"고 설명했다.

"전두환 욕하지 말라는 전화 받아"

"스토리펀딩은 관심 밖이었는데 이 영화를 위해 스토리펀딩에 글을 올리고 하면서 알게 됐다. 전국의 후원자분들이 반응하는 데서 힘과 가능성을 얻었다. 하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계기가 됐던 게 스토리펀딩 후원이었다." (박기복 감독)

박 감독은 스토리펀딩을 하면서 힘을 많이 얻었지만 다양한 압박도 받았다고 한다. "영화 제목을 바꾸라"는 전화부터 "전두환 욕을 하지 말라"는 전화까지 받았다며 에피소드를 밝혔다.

김채희는 "스토리펀딩을 하면서 지역에서 여러 사람들이 도움을 주셨다"며 "많은 분들이 식사를 제공해주셔서 촬영할 때마다 '오늘은 뭘 먹을까' 하며 설렜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환경이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속은 든든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뜨거운 화이팅! 박기복 감독과 배우 김채희, 김꽃비, 전수현, 김효명이 18일 오전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던 딸이 잊혀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통해 지역과 세대 간의 화합을 담은 작품이다. 5월 개봉 예정.

▲ '임을 위한 행진곡' 뜨거운 화이팅! 박기복 감독과 배우 김채희, 김꽃비, 전수현, 김효명이 18일 오전 서울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던 딸이 잊혀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통해 지역과 세대 간의 화합을 담은 작품이다. 5월 개봉 예정.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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