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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코 앞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 송파구에도 예비후보들의 커다란 걸개를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들 '새로운 송파' '송파의 참일꾼'을 자처하면서 선거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과연 이들의 진정성은 얼마나 될까. 이번에 당선하면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나는 노무사로 일하면서 내가 겪었던 불편한 진실을 하나 전하고자 한다. 이것은 65세가 넘은, 어느 나이든 노동자의 흔한 해고 이야기다. 사실 나이가 많은 노동자가 해고되는 건 뉴스 거리도 안된다. 그런데 내가 굳이 기사를 통해 불편한 진실을 전하고자 하는 것은 해고를 한 당사자가 현직 시장이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3선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바로 고양시장 최성이다.

자동차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유로'를 잘 알 것이다. 나도 강변북로를 통해 자유로로 갈아타고 고양시 쪽을 자주 가곤 한다. 그 넓디넓은 자유로를 손수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노동자들은 4명이 한 조가 돼 청소를 한다. 한 명은 차량을 운전하고, 다른 한 명은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달리는 차가 피해갈 수 있도록 유도하며, 나머지 두 명은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집게로 줍는다.

"해고는 부당" 판정에도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

이들은 십수년간 제1자유로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고양시 소속이 아닌 용역업체 소속이다.
▲ 제 1자유로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 청소 노동자 이들은 십수년간 제1자유로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고양시 소속이 아닌 용역업체 소속이다.
ⓒ 황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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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는 이러한 '제1자유로 청소' 업무를 민간업체에 용역을 주고 있는데, 2년에 한 번씩 입찰을 통해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지난 2017년까지는 용역업체가 변경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자들의 고용은 승계됐다. 60세가 넘었다고 해서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된 적은 없었다.

그런데 고양시는 2017년 7월,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하면서 '제1자유로 청소' 업무에 대한 청소노동자 인원을 18명에서 12명으로 줄였다. 인원을 줄인 이유에 대해 고양시는 '노면차 1대를 추가로 투입했기 때문에 청소원들의 과업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나이가 많은 순서대로 6명의 해고 대상자가 정해졌고, 이들은 고용 승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물론 고양시가 이들을 직접 해고한 것은 아니다. 직접 칼을 뽑은 것은 제1자유로 청소용역을 수행하는 A업체였다. 법적으로 보면, 해고자들은 A업체 소속이기 때문이다.

억울함을 느낀 해고노동자들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넣었다(나는 이 구제신청의 대리인이었다). 초심을 담당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재심을 담당한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위원회 판정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이미 이들이 돌아갈 수 있는 '원직'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고양시가 18명에서 12명으로 줄인 인원이 다시 늘어나지 않는 이상, 이들이 돌아갈 수 있는 '원직'은 없는 것이다.

A업체 역시 용역업체에 불과했으므로 새로운 용역을 수주하거나, 현재 수주하고 있는 일자리에 공석이 생기지 않는 한 이들을 고용할 수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업체는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짧으면 6개월, 길면 수 년도 걸릴 수 있는 소송은 계속해서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만약 진다면 오랜 기간 들인 노력은 모두 허사로 끝날 수 있다.

구제신청 결과, 이들 노동자들에게 남은 것은 빚더미와 상처뿐이었다. 해고기간 동안 받지 못한 임금과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하는 데 든 노무사 수임료 등은 이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

물론 노동자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고양시를 상대로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고, 시장을 상대로 면담을 신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양시로부터 받은 대답은 '고양시는 당신들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다' 였다.

해고노동자들의 민원 제기에 고양시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 내용과 같이 '고양시가 신청인 근로자들에 대하여 사용자의 지위에 있지 않음'으로, 고양시는 신청인들의 복직을 명령할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답했다.
▲ 고양시 민원 회신 해고노동자들의 민원 제기에 고양시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 내용과 같이 '고양시가 신청인 근로자들에 대하여 사용자의 지위에 있지 않음'으로, 고양시는 신청인들의 복직을 명령할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답했다.
ⓒ 황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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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밑거름' 아니라 '당장의 밑거름' 돼야 하는 것 아닌가요

법적으로 고양시가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사용자가 아닌 것은 맞다. 하지만, 해고의 원인제공을 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아닌가? 만약 고양시가 '제1자유로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했다면, 일방적으로 인원을 줄이는 결정을 당사자들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할 수 있었을까?

2017년 고용노동부의 특별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양시가 관할하는 기간제 일자리는 235개(명), 파견·용역 노동자는 980개(명)다. 시설관리공단과 같은 자회사를 포함하면 일자리는 더욱 많을 것이다. 고양시가 해고된 노동자들을 조금만 배려했다면 고양시가 관할하는 다른 일자리에 넣어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필자의 과한 욕심이었을까.

그때 당시에 일자리가 없었을지라도 부당해고 판정시점이 2017년 12월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몇 개월 안(보통 매년 초에 채용이 있으므로)에는 공석이 생겼을 것이다. 고양시가 그러한 배려 아닌 배려를 했다면, 이번 사건은 별 다른 문제없이 종료됐을 것이다.

너도 나도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임을 과시하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최성 현 고양시장도 문재인 정부 성공에 밑거름이 되겠다면서 고양시장 3선 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최성 시장에게 묻고 싶다. 문재인 정권의 노동정책이 과연 무엇이냐고.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첫날부터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대대적인 정규직화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적어도 나이가 많으면 해고돼도 상관 없고, 파견·용역은 마음대로 해고해도 된다는 수준의 정책은 아닐 것이다.

최성 시장에게 말하고 싶다. 제발 고양시장 3선 이후에 문재인 정권의 밑거름이 될 생각을 하지 말고, 지금 당장 밑거름이 되시라고.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해고된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황재인씨는 돌꽃노동법률사무소 소속 공인노무사입니다.



태그:#최성, #고양시장, #부당해고, #청소용역, #간접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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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노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송파구에 사는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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