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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온라인 강의업체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장민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가족은 장씨가 숨지기 직전 잦은 야근과 과도한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이 때문에 우울증이 악화됐다고 주장합니다. 36살 젊은 장씨에게 '과로 자살'의 그림자가 있었다는 겁니다. 공인단기·스콜레 웹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는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는 왜 힘들어 했는가' 기획 연재를 통해 한 노동자의 사망에 얽혀있는 이면의 문제를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기사 수정: 4월 20일 오전 11시 18분]

동생의 회사를 향해 '야근 근절하라! 근로기준법 준수하라!'를 외치는 장향미씨를 만났다. 37년을 함께 했던 동생이 이제는 그의 곁에 없다. 언제나 함께 했기 때문에 단 한 번도 동생이 곁에 없으리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가족은 그런 존재다. 지난 1월 3일 장민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은 생전 공무원단기학교(공단기)로 유명한 온라인 교육 업체 '에스티유니타스'의 웹디자이너였다. 인터뷰는 세월호 참사 4주기였던 4월 16일에 이뤄졌다.

평범했던 그에게 일어난 일
 
"제 이름은 장향미입니다. 제 동생은 장민순이구요. 게임회사에 재직 중인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그는 '평범한'이란 단어에 힘을 줬다. 동생 죽음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무엇이 동생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문제였고 해결되어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지 수 없이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 앞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던 곳의 문을 두드렸다. 바로 서울남부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였다. 함께 자료를 모아 분석하고 결국 회사의 강압적 '야근'이 문제였다는 걸 확인했다. 그렇게 장향미씨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려진 '공인단기·스콜레 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된 진심을 물었다.

 지난 4월 5일 국회에서 공인단기·스콜레 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장향미씨는 동생의 유지를 이어갈 것이라는 다짐을 밝혔다.
 지난 4월 5일 국회에서 공인단기·스콜레 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장향미씨는 동생의 유지를 이어갈 것이라는 다짐을 밝혔다.
ⓒ 공인단기·스콜레 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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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생의 일이기 때문에 제가 하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동생이 왜 죽었는지, 뭐가 문제인지 꼭 알아야 했거든요. 저는 그만둘 수가 없었어요. 그만두면 제가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하겠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동생이 하고자 했던 일을 제가 하고 싶어요. 저 혼자 힘으론 불가능할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대책위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그는 솔직했다. '노동자의 미래'가 넷마블의 과로사, 무료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전전, 상담, 문화제, 집단진정 등을 할 때 정작 본인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동생 일 때문에 찾아간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그때 거리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외치던 이들이 바로 지금 장향미씨와 함께 하고 있다.

디자이너로서 열정이 많았던 동생의 죽음

장향미씨의 동생이면서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였던 고 장민순씨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제 동생은 디자인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천부적으로 디자인 실력이 뛰어난 건 아니었지만 열정이 많았어요. 자기 꿈도 방에다 써놓았죠. 디자인에 도움이 되는 건 뭐든 배우려고 했어요. 서양화부터 디자인 강연 같은 것도 찾아다녔죠. 디자인에 영감 주는 건 뭐든 사진으로 찍어놓고 기억했어요. 저는 디자인을 전혀 모르는데, 그런 저를 붙잡고 디자인 얘기를 한 게 동생이었죠."

그런 그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왜 가족과 친구의 곁을 떠나갔을까. 도대체 무엇이 회사를 그만둘 생각조차 못하게 만들었을까. 고인은 생전 언니에게조차 힘든 얘기를 잘 안했다. 자신의 힘듦으로 가족이 힘들어하는 걸 더 싫어했다. 넷마블에서 일하는 장향미씨도 당시 야근이 많았던 때라 야근이 잦았지만, 동생이 더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

실제 장민순씨는 2015년 5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총 2년 8개월을 근무하는 동안, 거의 1년을 야근 제한 기준을 넘기도록 일했다. 그의 포괄임금계약, 실제 근무시간은 근로복지공단에서 만성 과중한 업무로 인한 뇌심혈관질병·심장질병의 산재여부 판단 기준인 질병 발병 전 12주 평균 업무시간인 60시간에 거의 근접한다. 특히 2017년 11월 한 달 간 집중적 야근이 이뤄졌다. 20시 이후 퇴근이 14회에 이르고 밤 0시 이후 퇴근도 4일이나 됐다.

"야근문제가 굉장히 심하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만두라고 얘기를 많이 했죠. 하지만 그만두지 않았어요. 잘해보고 싶다고 그랬거든요. 우선 잠 잘 시간이 없는 게 제일 큰 문제였어요. 동생이 평소에도 불면증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잠 잘 시간도 없어서 늘 피곤해 했죠. 주말이면 자기 방에서 잠만 잤어요. 밥 먹으라고 깨우면 일어나지도 못하고 계속 잠만 자는 경우도 있었고요. 평일에는 잠을 거의 못 잔다고 했어요. 회사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요.

당연히 건강도 좋지 않았죠. 초반엔 몸무게가 굉장히 많이 빠졌어요. 밥을 잘 못 먹었고, 스트레스 때문에 아예 점심도 걸렀던 것 같아요. 당시 사진을 보면 원래도 마른 체형이었지만, 뼈밖에 없더라고요. 마지막에는 술을 많이 마셨어요. 맥주 한두 캔 정도는 마시던 애였지만 나중에는 양이 많이 늘어서 당시에 제가 뭐라고 많이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게 증상이었던 거예요."


 2015년 5월 입사한 이래, 그녀는 거의 1년(48주)을 야근 제한 기준을 넘겨 일했다.(왼쪽) 2015년, 2016년이 특히 심했다. 야근이 일상적이었다. 2017년 좀 나아지는가 싶었지만, 휴직하고 돌어온 그녀에게 회사는 다시 혹독하게 야근을 시켰다. 11월 한 달 동안 B2B 가이드, 스콜레 브랜딩, 강좌 상세 디벨롭, 카드뉴스 등 4명이 해야 할 일을 한명에게 몰아주었기 때문이다.
 2015년 5월 입사한 이래, 그녀는 거의 1년(48주)을 야근 제한 기준을 넘겨 일했다.(왼쪽) 2015년, 2016년이 특히 심했다. 야근이 일상적이었다. 2017년 좀 나아지는가 싶었지만, 휴직하고 돌어온 그녀에게 회사는 다시 혹독하게 야근을 시켰다. 11월 한 달 동안 B2B 가이드, 스콜레 브랜딩, 강좌 상세 디벨롭, 카드뉴스 등 4명이 해야 할 일을 한명에게 몰아주었기 때문이다.
ⓒ 공인단기·스콜레 웹디자이너 과로자살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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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매여 있는 시간이 길다보니 당연히 친구, 가족의 얼굴조차 볼 시간도 없었다. 아침에 화장할 시간조차 사치였다. 동생은 집에 와서 화장을 지울 기력조차 없이 잠드는 때가 많았다.

결국 장민순씨는 지난해 12월 2일 언니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잠은 자면서 하냐? 머리가 맑을 때 일해야 한다'는 상사의 말에 폭발한 장민순씨는 대성통곡을 하며 업무의 과중함과 상사의 문제를 털어놓았다. 견딜 수 없이 화가 났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 문제를 더 이상 덮어놓을 수만은 없다고. 바로 다음날 12월 2일 자매는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에 근로감독 진정을 접수했다.

 2017년 12월 1일 야근에 지친 그녀에게 직장 상사들은 강좌 상세 디벨롭을 하라고 재촉했다. '하루면 끝나는 일이라고, 자기였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끝낼 거라고’ 그러고는 그녀에게 쉴 것을 권했다. ‘잠 좀 자면서 일하라’고 말이다.
 2017년 12월 1일 야근에 지친 그녀에게 직장 상사들은 강좌 상세 디벨롭을 하라고 재촉했다. '하루면 끝나는 일이라고, 자기였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끝낼 거라고’ 그러고는 그녀에게 쉴 것을 권했다. ‘잠 좀 자면서 일하라’고 말이다.
ⓒ 공인단기·스콜레 웹디자이너 과로자살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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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은 '올해(2017년) 근로감독을 나가는 일정이 모두 끝났으니, 내년(2018년) 2월 이후에 신고 들어온 다른 업체들과 묶어서 근로감독을 나가겠다, 갑자기 단독으로 이 업체만 근로감독을 나가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따위의 답변을 내놓고 자매의 SOS 신호를 무시했다. 결국 자매가 나서서 진정 준비에 들어갔고, 필요한 자료를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 해가 넘어가고 18년 1월 2일 동생은 언니에게 출퇴근 교통카드 기록을 보냈다. 그게 동생의 마지막이었다.

야근, 업무과중, 일터 괴롭힘... 동생을 괴롭혔던 것들

그렇게 시작됐다. 동생이 죽고 나서 장향미씨는 동생과 함께 일했던 주변 동료들을 찾아 나섰다. 야근 문제는 퇴직자들도 강렬하게 기억할 만큼 지독한 문제였다.

"한 명, 두 명씩 계속 만나면서 동생이 왜 죽었는지를 알고 싶어 계속 만났어요. 만난 분들이 공통적으로 한 얘기가 있어요.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업무지시, 체계적인 관리나 운영시스템이 전혀 없고, 업무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운 환경, 투명하지 않은 의사결정 구조, 심각한 야근 문제요. 이게 다 에스티유니타스라는 회사에 다녔던 분들이 한 얘기예요.

문제가 많은 곳이니 경력이 있는 분들은 오래 남지 않고 퇴사해요. 그러다보니 신입분들이 잘 몰라도 일을 맡아요. 여기 디자인부서는 디자인 말고도 요구 받는 게 많았어요. 예를 들어 디자이너가 기획도 볼 줄 알아야 했죠. 그런 것까지 디자이너가 다 한 거예요. 제 동생도 그랬고요. 그런 식의 야근이 많았다고 해요. 문제는 그 야근이 생산적인 게 아니고, 대표나 상사에게 보고 디자인 시안을 만드는데 그게 계속 까이고, 까이고 그러다 보니 야근이 잦아지고요. 그런 식으로 일을 하게 되면 자기 이름 걸고 디자인이 나가는데 만족스럽지 않게 나가니 자기 성취감도 없죠.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기계처럼 뽑아내니까요."

더불어 중요하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장시간 노동과 업무 과중도 문제였지만, 직장상사에 의한 괴롭힘과 주말 무료 노동도 고인을 힘들게 한 요인이었다.

"회사 홈페이지만 보면 권위적인 것과 정반대를 강조해요. 저도 이번 일이 있기 전에 여기가 그렇게 문제가 많은 곳일줄 몰랐죠. 모두 회사가 홍보하는 이미지는 가짜라고 하시더라구요. 회사의 사내문화도 자유롭게 참여한다고 하지만 사실 다 강압적이고, 인사고과에 반영한다고 했어요. 주말 응원 이벤트부터 시작해서 사내 합창대회, 체육대회 이런 행사도 모두요. 도대체 이게 자발적인 건가요?"

 에스티유니타스 홈페이지에 게시된 culture 카테고리 내용이다. 대책위는 이 행사가 강제적 자발로 참여되고, 인사고과에 반영돼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회사는 ‘모든 STian은 책임자(Director)로서 자신의 업무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며 서로 ‘○○님’이라고 부르는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통해 자유롭게 협업하고 토론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호칭만 그러할 뿐 일터 괴롭힘도 만연했다고 주장한다.
 에스티유니타스 홈페이지에 게시된 culture 카테고리 내용이다. 대책위는 이 행사가 강제적 자발로 참여되고, 인사고과에 반영돼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회사는 ‘모든 STian은 책임자(Director)로서 자신의 업무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며 서로 ‘○○님’이라고 부르는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통해 자유롭게 협업하고 토론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호칭만 그러할 뿐 일터 괴롭힘도 만연했다고 주장한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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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없는 일터는 가능하다

흔히 IT(정보기술) 업계와 같은 열정, 창의, 젊음을 강조하는 산업에선 야근은 어쩔 수 없다는 소위 불문율이 존재한다. 이 말의 함정과 문제점, 그리고 정말 IT 업계에서 야근은 없앨 수 없는 것일까.

"넷마블도 불가피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거의 없어졌죠. 그건 회사의 의지예요. 야근을 없앨 수 없다는 건 말이 안돼요. 사실 이 문제는 공짜로 사람을 부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포괄임금제로 묶어서 야간수당을 넣어버리면 얼마든지 일을 시킬 수 있죠. IT는 사람이 자원인 산업이에요. 컴퓨터는 도구일 뿐이고 사람이 그걸 이용해 결과물을 만들죠.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에 돈이 많이 드는거고, 그걸 절감하려고 포괄임금제를 활용하는거죠. 그런 식의 악순환이에요."

대책위가 출범 기자회견을 했던 지난 4월 5일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은 그제서야 에스티유니타스 근로감독에 들어갔다. 대책위도, 언니도 언론 기사를 통해 알았다.

"지금이라도 근로감독에 들어간 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동생이 살아있을 때 나갔더라면 더 좋았겠죠. 제 동생의 이야기가 언론에 나갔을 때 기사 댓글을 보니 노동부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노동부는 기업의 편이지 노동자의 편은 아니다'라는 의견을 많이 달아주셨어요. 사실 그런 인식을 만든 건 고용노동부라고 생각합니다. 그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 더 노력해야하지 않을까요.

근로감독이 형식적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근로감독을 했다'가 다가 아니죠. 근로감독의 목적은 회사가 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보는 거잖아요. 그런데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게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엔 철저히 조사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사업장 근로감독 신청 제도가 노동자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알려지고, 문턱이 낮아져야 해요. 저도 신청하는데 어려웠거든요."

대책위와 장향미씨의 요구는 ▲ 직장 내 야근 근절, 직장내 업무 스트레스 야기 환경 개선 ▲ 에스티유니타스의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 ▲ 책임 있는 직장 상사에 대한 징계이다. 그 중 가장 우선순위는 에스티유니타스의 야근 근절이다. 유족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 물었다.

"동생이 하고 싶었던 일이라서요. 동생이 죽기 열흘 전 가족들에게 얘기했거든요. 야근을 없애고 싶다구요. 그래서 제가 이걸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료 분들 만나면서도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우울증상을 겪은 게 제 동생만의 일이 아닌 걸 알게 됐고, 재직자 중에서도 많이 겪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빨리 야근을 없애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죽음을 방관하는 에스티유니타스에 묻는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의 해결 의지를 하루라도 빨리 보여야 하는 에스티유니타스는 그동안 어떤 태도를 보여왔을까? 고인의 빈소에도 찾아왔었지만 장향미씨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빈소에 왔죠. 그런데 회사를 대표해 사과를 하는 건 전혀 없었어요. 빈소에 대표 두 분이 오셨죠. 그런데 아무런 얘기도 안 했어요. 목소리도 못 들었어요. 그게 사과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건 사과가 아니죠. 그리고 빈소에 조문객 맞이 하는데 도와주러 인사팀 두 분이 오셨어요. 제가 동생 직장 상사에게 출퇴근 시간 기록이 있냐고 물어보니, 인사팀 직원이 대신 대답을 하더라구요. 회사 매뉴얼에 맞는 답변이었을 뿐이죠.

장례 끝나고 동생 영정 사진을 들고 동생이 일했던 자리에 앉아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다고 회사에 요청했어요. 그런데 회사 분들이 아직 힘들어 한다고 해서 안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일 끝나고 밤 10시 이후에 가겠다고 하니깐 평일엔 안오는 게 좋겠다고 해서 못갔고, 결국 토요일에 따로 약속 시간 잡아주셔서 갔어요. 유품도 겨우 회사 사무실 바깥에서 가져다 줄테니 가져가라고 했고요."

회사의 태도는 이후에도 불성실했다. 유족이 회사의 취업규칙, 고인의 업무일지와 출퇴근기록 등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한 것에 대해 회사는 '기각해 달라. 망인의 사망 원인은 우울증, 신청범위 과도, 증거보전 필요성 없음. 영업비밀 포함'이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하지만 법원이 지난 2월 20일 증거보전 결정을 내리자, 회사는 3월 12일에야 외부 법무법인을 통해 조사했다며 '유족 주장 뒷받침할 만한 내용 확인되지 않음'이라고 결과를 일방적으로 보내왔다. 3월 19일에는 증거설명서를 제출했는데 컴퓨터 로그 기록 966페이지를 인쇄해 팩스로 보내왔고, 업무일지는 당일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없게 가려서 보냈다. 출퇴근 기록, 교통비 청구서 등 핵심적 자료는 아예 보내지 않았다.

죽은 고인에게도 이런 태도를 보이는 회사가 과연 살아있을 때 고인에게, 그리고 직원들에게 어떻게 해왔을지 예상해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회사에서 보낸 컴퓨터 로그기록(왼쪽)과 업무일지(오른쪽). 회사는 직원들이 대부분 컴퓨터를 켜고 다니기 때문에 Action 값을 분석해야 한다며 966페이지를 인쇄 출력해서 보내주었다. 업무일지도 일부 기간만, 그것도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알 수 없도록 하단을 가리고 보냈다. 회사가 가리고 보낸 2017년 11월 23일 업무일지 원본에는 고 장민순씨가 새벽 2시 30분경에 퇴근하면서도 "또 한 번 배우고 부끄러운 하루"였다며, 직장 상사의 조언을 잊지 않기 위해 그 말을 "메모에 적어 맥에 붙여 놓았"으며, "절대 잊지 않고… 노력하겠다"는 반성문이 적혀있다.
 회사에서 보낸 컴퓨터 로그기록(왼쪽)과 업무일지(오른쪽). 회사는 직원들이 대부분 컴퓨터를 켜고 다니기 때문에 Action 값을 분석해야 한다며 966페이지를 인쇄 출력해서 보내주었다. 업무일지도 일부 기간만, 그것도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알 수 없도록 하단을 가리고 보냈다. 회사가 가리고 보낸 2017년 11월 23일 업무일지 원본에는 고 장민순씨가 새벽 2시 30분경에 퇴근하면서도 "또 한 번 배우고 부끄러운 하루"였다며, 직장 상사의 조언을 잊지 않기 위해 그 말을 "메모에 적어 맥에 붙여 놓았"으며, "절대 잊지 않고… 노력하겠다"는 반성문이 적혀있다.
ⓒ 공인단기·스콜레 웹디자이너 과로자살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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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로 인한 동생의 우울증 악화

회사가 얘기한 대로 고인은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다. 에스티유니타스에 입사하기 전 2015년 5월엔 완치에 가까울 정도로 호전된 상태였다. 하지만 회사에서 근무하는 2년 7개월 동안 비인간적 근무환경,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되었고 과중한 업무로 인해 주치의에게 제때 상담, 치료를 받지 못했다. 겨우 가까운 병원에서 약처방전으로 대신한 것이 무려 10차례나 됐다.

결국 장민순씨는 2017년 9월 우울증 악화로 휴직했다 복직했지만, 회사는 11월 한 달간 살인적인 야근을 시켰다. 4명이 해야 할 일을 고인에게 모두 맡겼다. 인력 충원도 없이 말이다. 그러면서 회사는 고인의 죽음의 원인은 우울증이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만약 야근이 없었다면, 직장상사가 채식주의자인 그에게 일을 잘 하려면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숱한 괴롭힘을 하지 않았다면, 주말이라도 쉴 수 있었다면 그의 우울증이 이토록 악화되었을까?

 2017년 11월 23일 한창 야근이 심할 때, 직장상사들은 주말에 책을 읽어오라고도 했다(왼쪽). 같은 날 채식주의자인 고인에게 고기를 먹으라고 다시 또 ‘재촉’했다.(오른쪽)
 2017년 11월 23일 한창 야근이 심할 때, 직장상사들은 주말에 책을 읽어오라고도 했다(왼쪽). 같은 날 채식주의자인 고인에게 고기를 먹으라고 다시 또 ‘재촉’했다.(오른쪽)
ⓒ 공인단기·스콜레 웹디자이너 과로자살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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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생의 죽음은 우울증이 원인이 아니고, 과로로 인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명백히 사회적, 회사의 타살입니다. 유난히 회사에 충성하는 분위기가 강한 우리나라와 일본에 과로자살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요인으로 제대로 바라보고 해결해야 해요."

"야근 없는 회사가 제 동생의 유지예요"
 
장향미씨는 동생 일을 계기로 서울아산병원 고 박선욱 간호사 추모집회와 세월호 안전의 거리 등 조금씩 연대할 곳에 찾아가고 있다. 과로 없는 사회, 안전한 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사실 저는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거나 참여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방관자였죠. 내 가족만 아니면 되고, 직접 나서기는 귀찮고, 내가 이걸 하다가 혹시 불이익이라도 받으면 어쩌나, 내가 안해도 누군가 해주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내왔어요. 뉴스에 나오는 일들이 저한테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막상 제가 당사자가 되고 보니깐 나쁜 일은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더라고요. 예전에 제가 학생일 때 노동인권 다큐멘터리 감독님의 강연을 우연히 들은 적이 있어요. 어떤 분이 그런 질문을 하더라구요. '왜 이런 일을 하세요?' 저는 그 분이 좀 있어 보이는 답변을 할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얘기하시더라구요.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힘 없는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될 텐데, 그때를 위해서 지금 내가 힘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노력하는 겁니다'라고요. 그 얘기가 지금 제 상황하고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될 줄 몰랐죠. 원래 약자였는데 몰랐던 것 같아요.

다 각자를 위해 조금씩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면 내가 약자가 됐을 때 조금은 나은 세상이 되어 있겠죠?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온라인 교육 업계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내고 바꾸고 싶어요."

에스티유니타스쪽 주장 "고인 근무시간 길지 않았고 직장내 괴롭힘 없어"
에스티유니타스측은 지난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에서 "회사 차원에서 외부 노무전문법인에 의뢰해, 진상조사를 맡긴 결과 고인의 근무시간이 길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고인의 교통카드 기록에 대해서도 "업무특성상 낮보다 저녁에 일이 많아, 낮에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한 것인데 야간에 교통카드가 찍힌 것을 두고 야근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라며 탄력적 업무에 따른 '야간근무'라고 주장했다.

고인이 4명분의 업무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에스티유니타스측은 "전혀 아니다"라며 "(유족의 주장은) 퇴직자가 (고인의) 업무일지 내용만 보고 '여러 명이 해야 할 일이네'라고 말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라고 해명했다. 고인이 야근한 다음 날에도 에스티유니타스가 하는 '주말 응원 이벤트' 등에 나간 것에 대해서도 "강요가 절대 아니다. 순수하게 지원을 받아서 하는 것이다"라며 "인사고과에 전혀 반영이 안 된다"라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힘이 없어 보이니 기운 내라는 의미로 '고기를 먹어라'라고 한 것이 채식주의자였던 고인에게 강요로 느껴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괴롭히려는 의도가 아닌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에스티유니타스는 "고인과 고인을 괴롭혔다는 당사자 모두와 함께 일한 직원 7명을 면담했는데 괴롭힘에 가까운 일은 없었다"라면서도 "조사 결과, 책임 질 일이 있었다면 응당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불성실한 대응'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컴퓨터 로그 기록 966페이지를 인쇄해 팩스로 보낸 것에 대해 "법원에서 명령한 형태 그대로 제출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출퇴근 기록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의 개인정보와 회사의 주요 내용이 들어있어 주기 힘들었다"라며 "(출입카드 기록은) 회사가 입주해있는 건물에서 관리해,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법원도 (관리) 업체에게 제출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에스티유니타스 대표와 그 임직원이 고인의 빈소에 와서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는 유족의 주장에 대해서도 "대표가 인사담당 임원들과 동행해, 빈소에서 사과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반박하며 "이미 사과를 했지만 유족이 원하시면 대표가 유족을 찾아가 다시 사과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건이 일어난 뒤에도 야근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온라인 교육업체다 보니 저녁 강의가 많아 저녁 근무가 필요하다"라며 "업무특성상 소수 직원이 야간근무를 하는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신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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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장향미씨 인터뷰 기사를 쓴 이나래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공인단기·스콜레 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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