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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부모모임은 함께해 온 부모님들과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묶어 한 권의 책으로 제작하려 합니다. '나는 성소수자입니다', '나는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입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라는 목소리를 담아 <커밍아웃 스토리- 성소수자와 그 부모들의 이야기>를 출판합니다. 저희의 솔직한 이야기가 위로의 손, 도움의 손으로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에서 김예지 기자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편집자말]



 닷페이스 영상 캡쳐.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프리허그.
 닷페이스 영상 캡쳐.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프리허그.
ⓒ 닷페이스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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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부모들의 이야기' 이전 기사]
① "지금 성으로 살고 싶지 않아" 내 삶을 멋지게 바꿔준 아이
② 아들 덕분에 2년 차 '성소수자 활동가'가 된 부부
③ "게이인 아들을 사랑한다" 엄마의 외침이 미국을 바꿨다
④ 성별 정정을 위한 80장의 탄원서 "우리 사회가 이 정도는 돼요"

"사랑합니다, 잘 왔어요, 힘내세요."

세 마디 말과 포옹에 안긴 사람도, 안는 사람도 눈물을 쏟아냈다. 분명 웃으며 시작했는데, 결국 울며 끝났다. 애초에 딱 30분만 하려던 행사였다. '우리에게 안겨줄까?' 반신반의했던 것이 무색했다. 낯선 이의 품에 안기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나마 가족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 하는 성소수자들이 많았던 걸까. 30분, 아니 단 한 번의 이벤트로 그칠 수 없었다. 그렇게 2016년 처음 선보인 '프리 허그'를 매년 퀴어문화축제가 열릴 때마다 이어오고 있다. 어느새 '프리허그'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대표하는 행사가 됐다.

"몇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울어요. 같이 웁니다. 그 당사자들이 내 부모님이라고 생각하고 안기는 거 같아요. 간절한 바람, 그걸 생각하니까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하늘)

성소수자와 그 가족을 편견 없이 보듬어주는 따스한 포옹.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그런 너른 품을 닮은 공간이다. 지난 2014년 만들어진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매월 정기모임을 열고 성소수자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제공하거나, 강연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아래 부모모임) 사무실에서 지인씨와 하늘씨(활동명)을 만났다. 두 사람은 게이 아들을 둔 부모이자 부모모임의 초창기 멤버로, 현재는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모모임의 시작은 어땠을까.

 성소수자 부모모임 운영위원 하늘, 지인씨.
 성소수자 부모모임 운영위원 하늘, 지인씨.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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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부모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부모모임으로 활동을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성소수자의 부모를 만나서 얘기를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우리 아이보다 더 나이든 성인 성소수자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처음엔 불행할 거 같은 생각만 들었어요." (지인)

지인씨는 아들이 10대일 때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전까지 아이의 낯빛이 어둡고, 힘들어 보여도 그저 성격이 여려 인간관계를 버거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연찮게 아들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지인씨도 한동안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아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약 1년간은 열심히 성소수자와 관련된 자료와 영화를 샅샅이 살폈다.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편견이 걷히고, 막연한 불안감도 줄었다. 결론은 명료했다. "내가 너무 몰랐구나". 그제야 다른 성소수자와 그 가족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성소수자 인권단체에 연락해서 "당사자들의 부모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또 다른 게이 부모, 하늘씨를 만나게 됐다.

10년 전, 지인보다 훨씬 앞서 아들이 성소수자라는 것을 알게 된 하늘씨도 막막하긴 매한가지였다. 현재 30대가 된 아들은 파트너와 함께 안정적이고 행복한 관계를 꾸려가고 있지만, 처음엔 그저 불안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른 아이들은 잘살고 있는 건지, 대체 이런 고민을 어디서 누구에게 털어놓아야 하는 건지... 질문이 이어졌지만, 혼자선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친구사이'라는 게이인권단체와 연이 닿았고, 여러 성소수자 당사자를 만나면서 '치유' 받았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꾸리게 된 건 지난 2014년. 그해 2월에 지인씨와 하늘씨, 또 한 분의 어머니가 모여 초동모임을 진행했다. 이어 3월 18일 첫 정기모임을 시작한 뒤로 지난 14일까지 총 47번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저도 처음 한 2년 정도 불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아들과 파트너를 보니까 막연하게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부모님도 분명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오면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저 우리 애들, 그리고 부모님들을 안심을 시켜주고 싶었어요." (하늘)

"우리 같은 사람을 만나서 위안받고 나니, 새로운 분들에게도 위안을 줘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성소수자 당사자를 만나려고 시작한 모임은 아니지만, 당사자들을 보면서 제게 너무 편견이 많았던 것도 알게 되었고요. 다들 건강하고, 모범적이고, 너무 착한 거예요, 전부다. 정말, 성소수자를 가까이 만나보기만 해도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여기 오면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제가 마음이 편해지니,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게 되기도 했죠. '성소수자가 잘못된 게 아니다'라고." (지인)

 성소수자 부모모임
 성소수자 부모모임
ⓒ 성소수자 부모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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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줄 수도, 힘을 줄 수도 있는 '가족'

부모모임을 하면서 이들은 자연스레 '내 자녀의 문제'가 아닌 '성소수자 인권'의 영역으로 시야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 그중에서도 가족의 태도가 성소수자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 상담을 전공한 지인씨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성소수자 12명을 심층 인터뷰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인씨는 이 연구에서 가족이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 경우 성소수자 당사자가 안정감을 느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분노·슬픔·소외감·우울함 등 부정적 심리적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가족의 부정적인 태도는 성소수자의 성정체성이나 성적지향을 변화시킬 수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다(가족의 태도가 성소수자의 커밍아웃 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 질적연구, 2016). 그래서 이들은 가족이 성소수자에게 지지의 의사를 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이기도 하다.

"제가 제일 잘못 알았던 건, (성 정체성과 성적지향이)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설득하면 생각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혐오의 말도 하고. 그게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알았더라면...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이미 사회적으로 많은 편견과 차별을 마주하고, 힘든 걸 겪어내고 있거든요.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내가 이 이야길 했을 때 엄마라도 이해해주지 않을까, 부모니까 이해해주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커밍아웃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가장 많이 상처를 주는 게 부모더라고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크게 받고. 결국은 살아갈 힘을 잃게 되는 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편견을 가지더라도 부모가 괜찮다고 말하면 살아갈 힘을 받잖아요."(지인)

성소수자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과 성적지향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혐오하는 시선에 아파한다. 그래서 하늘씨는 혐오 세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아들의 사례를 힘주어 설명한다.

"어느 날 갑자기 아들이 와서 '내가 만나는 형이 집에 와도 되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러라고 했더니, 문밖에 서 있던 아들의 파트너가 들어오더군요. 그 순간 어떻게 반응할까 고민하다가, 최고의 찬사를 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우리 아들이 선택한 연인이니까요."

"아들과 파트너가 대화하며 사는 걸 보면 정말 보기 좋아요. 만약 이게 '선택'의 문제라면, 어떻게 8년째 한결같을 수 있을까요? 혐오하시는 분들은 정말 여기를 와봤으면 좋겠어요. 부모하고 자녀를 다 봤으면 좋겠어요. 보지도 않고 어떻게 함부로 말하는 걸까요?" (하늘)

혐오와 차별에 아파하는 성소수자와 가족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학교와 같은 공교육의 장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길 바란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일상의 공간에 녹아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없애는 일이다. 지금도 매달 열리는 정기모임에 50여 명의 사람이 찾아오지만, 이들 외에도 인권의 사각지대에 머물며 혼자서 끙끙 앓고 있는 당사자나 성소수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게 부모모임의 바람이다. 청소년 성소수자도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집단 중 하나다.

"어느 청소년 성소수자 관련 논문을 본 적이 있는데,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들이 혐오 발언 많이 한다더군요. '더럽다'는 식의 심한 말도 하지만, '너희들 중엔 성소수자가 없겠지만...'이라거나 '너 성소수자 아니야?'라는 식으로 말한다는 겁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 성적지향을 비밀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늘 공포를 느끼고, 놀림의 대상이 되고, 괴롭힘을 당하죠.

유네스코에서 발행한 <모두에게 안전한 학교를 위한 유네스코 가이드북, 동성애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 책자가 있는데, 이건 한국에서 배포되지 않고 있습니다. 교사들부터 많이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한 번도 다양성 교육 등을 제대로 받아본 적 없기 때문에 편견을 가지고 자랍니다. 일상에서나 어디에나 성소수자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인)

실제 서울시 성소수자 학생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 다섯 명 중 세 명(58.5%)이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해서 강한 거부를 경험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8배 이상 더 많이 자살 시도를 하고, 6배 이상 우울증을 호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Family rejection as a predictor of negative health outcomes in white and Latino lesbian, gay, and bisexual young adults, 2009).

"성소수자 당사자와 가족까지 포함하면 전체 인구에서 그 수가 굉장히 큽니다. 그 사람들이 다 상처받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이게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성소수자 아이들이 혐오와 차별에 노출돼서, 정작 학창시절에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고 소진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부모들은 이런 고민을 나중에야 알고 가슴 아파하고 미안해하지요.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혼자 고민하는 건 그저 미안한 일입니다." (하늘)

 성소수자 부모모임 사무실.
 성소수자 부모모임 사무실.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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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이 필요 없는 그 날이 올까

하늘씨는 "성소수자가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의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들의 바람과 달리 사회의 변화는 더디다. 지인씨는 성소수자 인권 교육 요청이 오면 다른 일을 제치고 찾아가지만, 아직 초·중·고등학교의 문턱을 넘어보지 못했다. 그래도 이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멋진 선례를 보여준 '레인보우 마마·파파'들이 전 세계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각 학교에 가서 '민족, 장애, 성적 지향 등으로 다른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교육합니다. 저희는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이에요. 학부모 민원이 들어오고, 반대가 심하죠. 그래도 교육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법도 개선되어야 하고요." (지인)

회원 수가 20만 명에 이르고, 역사도 40년이나 된 미국의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지금도 활발하게 교육 현장으로 나가 인권 활동을 벌인다. 일본 성소수자 부모모임도 일선 학교에서 인권 강좌를 열고,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한 팸플릿을 제작해 학교에 배포하기도 한다. 이제 4년차가 된 한국의 성소수자 부모모임도 이들의 행보를 차근차근 뒤쫓고 있다. 사랑이 혐오를 이기는' 단단한 경험을 품에 안은 채.

"이곳에서 활동하시는 부모님들은 하나같이 '자녀를 통해 내 생각이 많이 넓어지고 편견이 없어졌다'고 말해요. 정말 제 마음이 넓어졌어요. 저는 그게 너무 자유롭고 좋아요. 감사한 거죠. 커밍아웃 전과 후 삶을 선택하라고 하면, 지금의 삶을 선택할 거예요. 지금이 좋아요." (하늘)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선 사랑이 느껴져서 오게 돼요.' 정기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오셨던 한 목사님의 말씀입니다. 혐오를 가르치는 일부 교회의 분위기와 대조되지요. 인권 의식이 좋은 유럽 쪽에선 성소수자 부모모임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해요. 우리도 언젠가는 인권 운동을 하는 모임이 아니라, 친목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명절에 모여서 파티하고,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네요. (웃음)" (지인) 

덧붙이는 글 | *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커밍아웃 스토리' 펀딩 : https://goo.gl/5aEGJn
* 웹사이트: http://www.pflagkorea.org/
* Facebook: https://www.facebook.com/rainbowmamapapa
* 트위터: https://twitter.com/rainbowmamapapa
* 월 정기모임: 매월 두 번째 토요일 오후4시(서울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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