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시즌 5호 도움을 기록하는 등 고군분투했지만,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는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토트넘이 18일 오전 3시 45분(아래 한국시각) 영국 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5라운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과 맞대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토트넘은 지난 15일 맨체스터 시티전 완패의 아픔을 떨쳐내지 못하면서 2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이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오는 22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FA컵 준결승전을 앞둔 만큼 체력 안배가 필요했다. 델레 알리가 경기 명단에서 아예 제외된 것이 눈에 띄었고, 루카스 모우라가 토트넘 이적 후 첫 리그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맨시티전에 교체로 출전했던 손흥민은 선발로 복귀했다.

답답한 토트넘, '고군분투' 손흥민

손흥민, 혼신을 다한 슛 손흥민이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카밀 글리크를 앞에 두고 혼신을 다해 슛하고 있다.

▲ 손흥민, 혼신을 다한 슛 손흥민이 지난 3월 27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 주 호주프 실레시안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카밀 글리크를 앞에 두고 혼신을 다해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예상을 깬 흐름이었다. 홈팀 브라이튼이 토트넘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지난 3월 아스널전 승리 이후 공식전 5경기(1무 4패) 부진에서 탈출하려는 의지가 드러났다.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토트넘 골문을 위협했고, 빠른 역습과 코너킥 같은 세트피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선제골을 노렸다.

토트넘은 답답했다. 빠른 공수 전환을 보인 브라이튼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로테이션을 가동한 탓인지 선수들 간 호흡도 완전치 않았고, 부상에서 돌아온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의 활동량과 움직임도 무뎠다. 전반 10분, 모우라가 순간 스피드를 앞세운 드리블로 프리킥을 만들어낸 것을 빼면 이렇다 할 기회가 없었다.

손흥민이 나섰다. 전반 20분, 손흥민이 수비수 2명을 앞에 둔 상황에서 헛다리 개인기 이후 크로스를 올렸다. 문전으로 달려든 케인의 발에 맞지는 않았지만 브라이튼의 간담을 서늘케 한 장면이었다. 2분 뒤에는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빠른 드리블에 이은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다.

전반 종료 직전의 슈팅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손흥민이 순식간에 문전으로 침투해 골문 구석으로 슈팅을 때렸다. 호주 국가대표이기도 한 매튜 라이언 골키퍼 슈퍼 세이브에 막혔지만, 전반전 토트넘이 시도한 공격 중 가장 위협적이었다.

가벼운 몸놀림을 자랑한 손흥민은 후반 초반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2분, 무사 시소코의 전방 압박이 볼을 빼앗아 냈고, 손흥민이 순간 스피드를 앞세워 그 볼을 잡았다. 놀라운 볼 컨트롤과 드리블로 자신을 막아선 수비수와 라이언 골키퍼를 제쳤고, 간결한 패스로 케인의 득점을 도왔다. 라이언 골키퍼를 앞에 두고 선보인 발바닥 드리블은 감탄사를 자아낼 정도로 훌륭했다.  

그러나 선제골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토트넘은 곧바로 동점을 허용했다. 서지 오리에가 문전으로 달려든 호세 이스키에르도를 넘어뜨렸고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이를 파스칼 그로스가 침착하게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승부는 원점이 됐다.

후반 28분, 토트넘은 시소코와 모우라를 대신해 무사 뎀벨레와 에릭 라멜라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후반 38분, 득점포는 가동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케인을 빼고 페르난도 요렌테를 투입해 막판까지 득점을 노렸다. 그러나 브라이튼 수비는 틈을 보이지 않았고, 토트넘은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너무나도 아쉬웠던 해리 케인

토트넘은 반드시 이겨야 했다. 5위 첼시가 20일 번리 원정에서 승리할 경우 승점 차가 5점으로 줄어든다. 조금만 삐끗하면 차기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출전 티켓을 따내지 못할 수도 있다.

2위 맨유와 승점 차를 1점으로 좁히지 못한 것도 아쉽다. 4위는 차기 시즌 UCL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3위 안에 들어야 본선에 직행할 수 있다.

'주포' 케인의 부진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케인은 손흥민의 환상적인 도움 덕에 득점포를 가동했지만 경기력은 저조했다. 부상 이전 보여준 풍부한 활동량이 사라졌다. 가만히 서서 볼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고, 상대 밀집 수비에 막혀 우왕좌왕했다. 3시즌 연속 EPL 득점왕에 대한 욕심 때문인지 무리한 슈팅 시도도 많았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과 알리, 에릭센을 붙박이 선발로 활용할 뿐 아니라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는 날도 웬만해서는 교체로 불러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은 케인을 뺐다. 경기 막판(후반 38분)이었지만, 케인의 활약이 얼마나 저조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케인이 부진하면서 전체적인 팀 공격이 살아나지 않았다. 후반전에 들어서면서 왼쪽 측면에 위치한 손흥민을 중앙으로 옮겨 투톱 시스템을 가동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라멜라와 뎀벨레가 교체로 들어온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브라이튼의 밀집 수비를 뚫기에는 활동량과 섬세함 등 모든 것이 부족했다.

최선 다한 손흥민

이날 유독 눈에 띈 것은 브라이튼이 들고나온 '손흥민 수비법'이다. 손흥민이 볼을 잡으면 기본적으로 2~3명이 달라붙었다. 슈팅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어떻게든 공간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볼을 잡기도 어렵고 슈팅을 시도하는 것은 더욱 힘든 상황이었다.

케인의 부진과 리그 첫 선발 기회를 잡은 모우라와 아쉬운 호흡 등 문제가 겹쳤다. 그런데도 손흥민은 고군분투했다. 침착성과 기술력이 모두 드러난 도움 장면은 말할 것도 없고, 문전으로 빠르게 파고들어 슈팅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인상적이었다. 측면과 중앙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 멀티 능력도 여전했다.

손흥민이 시도한 세 차례의 슈팅 중 두 차례가 상대 골문을 위협했고, 키 패스도 2개나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적극적이었다. 전방 압박에 누구보다 앞장섰고, 상대 역습을 막아서기 위한 협력 수비에도 성실하게 임했다. 지난 맨시티전 선발 제외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내려는 의지가 드러났다.

FA컵 4강전을 준비한다. 손흥민은 UCL 16강 1차전 유벤투스 원정과 지난 맨시티와 홈경기처럼 간혹 중요한 경기 선발 명단에서 빠진다. 아직도 리그 득점이 없는 라멜라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다. 브라이튼 원정에서 고군분투한 손흥민은 FA컵 4강 맨유전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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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VS브라이튼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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