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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1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에 합의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병훈 사무장, 곽형수 수석부지회장, 나두식 지회장,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이사, 최평석 전무)
 1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에 합의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병훈 사무장, 곽형수 수석부지회장, 나두식 지회장,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이사, 최평석 전무)
ⓒ 삼성전자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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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날이다. 삼성전자의 자회사 삼성전자서비스는 17일 하청업체 직원 8천여 명을 본사인 삼성전자서비스의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앞으로 이들의 노조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0년 동안 '무노조 경영'이라는 삼성의 경영 방침에 사실상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삼성을 반헌법적인 '비정상 기업'에서 '정상 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단초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마침표는 또 다른 페이지의 시작을 의미한다.

사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라는 상징성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삼성은 오랫동안 여러 방법을 동원해 노조 설립을 막아왔다. 노조를 설립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회유하거나 협박했다. 또 '노사협의회'라는 것을 만들어 노조 역할을 대신하게 했다. 특히 삼성은 '1사업장 1노조'라는 제도를 이용해 노조 설립을 원천봉쇄해 왔다. 일명 '알박이 노조', '페이퍼 노조'를 만들어 놓고 다른 노조의 설립을 제도적으로 막은 것이다.

'80년 무노조 경영' 삼성에 파열구를 낸 사람들

하지만 이 같은 행태는 지난 2011년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면서 균열이 생겼다. 1개 사업장에 다수의 노조가 설립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은 이에 대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지난 2013년 공개된 'S그룹 노사전략' 문건도 복수노조 대응방안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그들은 노조 설립 전까지 최대한 회유와 압박을 통해 설립을 막고, 노조가 설립된 후에는 노조를 '고사' 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계획은 실제로 철저하게 실행됐다. 가장 먼저 깃발을 든 사람들이 가장 먼저 탄압을 받았다. 2011년 7월 복수노조 시행과 동시에 삼성에버랜드(현재는 삼성물산이 운영) 노동자들이 설립한 삼성지회다. 박원우 지회장, 조장희 부지회장을 비롯한 조합 간부 4명 전원이 징계를 받았다. 조 부지회장은 해고까지 당했다. 회사는 말려 죽이려 했지만, 이들은 혹독한 겨울을 버텨냈다.

이들이 무너졌다면 '삼성에서 노조하기'는 더 어려워졌을 것이다. 2013년 7월 삼성전자의 자회사 삼성전자서비스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할 때도, 먼저 싸움을 시작한 이들의 모습이 큰 용기를 주었다. <오마이뉴스>가 처음 보도하며 촉발된 삼성전자서비스의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에 대한 분노는 그 용기와 결합해 1500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과 노동조합 결성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A/S의 눈물' 연속보도 바로가기)

"삼성은 학살을 멈춰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생활임금보장과 노조탄압 중단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앞서 염호석 양산센터 분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이 계기가 되어 6일 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노숙 투쟁 중이다.
▲ "삼성은 학살을 멈춰라" 지난 2014년 5월 22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생활임금보장과 노조탄압 중단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앞서 염호석 양산센터 분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이 계기가 되어 6일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노숙 투쟁 중이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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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성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삼성은 더 가혹하게 노조를 탄압했다. 노조가 생긴 센터의 문을 닫기도 했다. 그 탄압 속에서 지회는 최종범, 염호석이라는 두 노동자를 먼저 떠나보냈다. 이들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하라'고 외친 이후 40년이 지난 이 시대에 '노조를 인정하라'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합원들은 혹한에 눈이 날리는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앞에서 몇날며칠을 보냈다.

앞선 이 두 노조의 투쟁은 지난해 삼성웰스토리, 삼성에스원 노조 설립에 밑바탕이 됐다. 물론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진 것도 영향을 줬다. 그러나 노동자 스스로 나서지 못했다면 사회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어도 '삼성에서 노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날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얻은 승리의 기쁨은 온전히 삼성 노동자들의 몫인 셈이다.

삼성의 부당노동행위에 분명한 책임 물어야

그러나 삼성이 노조 활동을 인정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방침의 종말'을 의미할 뿐이다. 한국사회는 '무노조 경영' 방침이 없는 회사에서도 노조 활동이 쉽지 않다. 삼성이 그 방침을 지웠다고 해서 탄압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지금은 겨우 헌법이 보장한 노조 결성과 단체교섭의 권리만 확보했을 뿐이다.

또한 그동안 삼성에서 벌어졌던 부당노동행위에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이날 발표로 그동안 벌여온 불법행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검찰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그룹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조짐을 보이자 삼성은 전격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나왔다. 그러나 이날의 발표와 검찰의 수사는 반드시 분리돼야 한다. 우리는 적폐를 청산하지 못하고 적당히 타협했을 때 어떤 역사가 반복되는지 수없이 지켜봤다.

이제는 삼성이 자신들의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써야 할 때다. 초일류 기업,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라는 명예와 불법.부정부패의 상징이라는 두 얼굴을 가진 지난 시기와 결별해야 한다. 그 시작은 노동조합과 함께하는 것이다. 또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한 직업병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재벌 일족의 세습이 아닌 국민이 공감하는 투명한 경영을 하는 것이다. 그때 삼성은 우리의 '또 하나의 가족'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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