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월, 온라인 강의업체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장민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가족은 장씨가 숨지기 직전 잦은 야근과 과도한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이 때문에 우울증이 악화됐다고 주장합니다. 36살 젊은 장씨에게 '과로 자살'의 그림자가 있었다는 겁니다. 공인단기·스콜레 웹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는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는 왜 힘들어 했는가' 기획 연재를 통해 한 노동자의 사망에 얽혀있는 이면의 문제를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에스티유니타스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선 언니 장향미씨
▲ 에스티유니타스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선 언니 장향미씨 에스티유니타스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선 언니 장향미씨
ⓒ 신지수

관련사진보기


동생이 출근하던 길 위에 언니는 우두커니 섰다. 그런 그녀 주위로 직장인들이 바삐 지나갔다. 동생과 또래로 보이는 여성도 스쳐갔다. 하지만 그 행렬에 동생은 없다. 대신 언니가 '에스티유니타스는 야근을 근절하라'라는 동생의 유언을 들고 서 있을 뿐이다.

'공단기', '스카이에듀' 등으로 유명한 온라인 강의업체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일하던 웹디자이너 장민순(36)씨가 지난 1월 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가족에 따르면 36살의 젊은 디자이너가 자살한 것은 잦은 야근과 과중한 업무량이 우울증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고인의 언니 장향미(39)씨는 "야근으로 완치에 가까웠던 동생의 우울증이 악화됐다"라고 주장했다.

고인은 2015년 5월 에스티유니타스에 웹디자이너로 경력직 입사했다. 숨지기 전까지 2년 8개월 동안 그의 일상은 야근의 반복이었다. '공인단기·스콜레 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에 따르면 2017년 11월 한 달 동안 고인이 오후 8시 이후까지 일한 날은 14일, 밤 12시 이후 퇴근한 날은 4일이나 됐다.

2016년 잦은 야근으로 '구로의 등대'라고 불렸던 게임회사 넷마블에 다니는 언니 장향미씨가 보기에도 동생의 업무량과 야근은 과했다. 언니 장향미씨는 "동생은 원래 '스콜레'라는 사이트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었다"라면서 "그 일을 하면서 페이스북 카드뉴스도 만들고 브랜딩 디자인 등 4명치의 업무를 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저보다 (동생의 야근이) 더 심했다"라며 "저도 늦게 퇴근해 새벽에 들어올 때도 있었는데 동생은 아예 못 온 적도 많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씨는 "입시, 공무원 시험 전후 등 교육 시즌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라며 "(그런 시즌) 동생의 출퇴근 기록을 보면 새벽에 들어온 경우가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과로에 시달리던 동생은 지난해 12월 2일 언니를 붙잡고 대성통곡 했다. 가족이 걱정할까봐 그간 털어놓지 못했던 회사 이야기들을 눈물과 함께 쏟아낸 것이다. 그리고 한 달 뒤쯤 동생은 자신의 출퇴근 교통카드 기록을 남기고 숨졌다.

에스티유니타스 앞에서 야근 근절을 외치다

언니 장향미씨가 지난 17일 오전 9시 45분쯤 동생이 다니던 에스티유니타스 앞에 선 건 동생의 유지를 이어나가기 위함이다. 언니 장씨는 "(동생이 숨지기 10일 전) 동생은 회사 후배들이 야근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라며 "야근 근절이 동생의 소원이자 유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동생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장씨는 눈과 고개를 위쪽으로 들어 올리며 눈물을 참았다. 하지만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에 동생이 겹쳐지자, 장씨의 뺨 위로 눈물이 흘렀다.

동생의 유지를 이어나가기 위해 언니는 회사에 휴가를 내며 1인 시위, 기자회견 등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다. 과로자살이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지만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보려는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살 원인이 과중한 업무부담, 잦은 야근 등에 있음을 입증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회사는 노동자가 직장 내 문제로 사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없다. 유족이 증명해야 한다. 회사가 '업무상 비밀',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유족이 손 쓸 방도가 없다.

대책위에 따르면 유족이 지난 1월 사측에 출퇴근 기록 등 자료를 요청했지만 에스티유니타스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법원 명령이 있고나서야 회사는 유족에 자료를 전달했는데 컴퓨터 파일이 아닌 966페이지에 달하는 종이 서류로 줬다. 업무일지의 경우 고인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없도록 중요한 내용들은 모두 가린 채 전해졌다.

이에 대해 에스티유니타스측은 지난 18일 <오마이뉴스>에 "법원에서 명령한 형태 그대로 제출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출퇴근 기록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의 개인정보와 회사의 주요 내용이 들어있어 주기 힘들었다"라며 "(출입카드 기록은) 회사가 입주해있는 건물에서 관리해,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했다.

에스티유니타스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과로자살의 입증책임이 회사가 아닌 유족에 있는 것, 업무와 관련된 자료를 얻기 힘든 현실, 과로와 자살의 상관관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등은 과로자살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는 것을 막는 장애물이다.

이에 '공인단기·스콜레 웹디자이너 과로자살 대책위원회'는 <오마이뉴스>에 과로자살에 대한 기사를 연속 기고한다. 대책위는 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의 죽음은 물론 IT업계 전반의 과로 문제,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의 정신·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과로자살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운 문제 등을 기사로 다룰 예정이다.

[고 장민순씨 언니 장향미씨 인터뷰] "야근 없는 일터, 제가 동생 유지를 잇겠습니다"

직장으로 인한 스트레스,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장시간노동, 과로, 일터괴롭힘 등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아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과로사예방센터(02-490-2352), 직장갑질119(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직장갑질119' 검색, 페이스북 @gabjil119, gabjil119@gmail.com), 무료노동신고센터(010-9814-8672)로 언제든 연락 주세요.

자살에 관한 충동, 지인이 자살에 관한 암시를 한다면 24시간 운영되는 상담전화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고,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태그:#에스티유니타스, #웹디자이너, #과로자살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