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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격을 대표하는 유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학자들마다 분류 방식도 제각기 다르다. 그러나 본서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는 인간의 성격을 나누는 여러 요소들 중에서 정확히 딱 두 가지만을 발췌해서 논의한다. 바로 내향성과 외향성이다.

이 책은 내향성과 외향성 외에 다른 성격 요소들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아주 간혹 기타 요소들을 언급하는 경우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내·외향성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사항에 한해서만 언급한다. 만약 독자가 성격에 관한 심리학 개론서로서 성격 유형을 보다 상세히 알고 싶다면 이 책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조금 변호해보자면, 적어도 성격 요소 중 '내향성, 외향성' 이 두 가지에 관해서라면 이 책만큼 상세하면서도 쉽게 읽을 만한 책도 없다. 저자 피터 홀린스는 인간의 성격에 관해 넓고 얕은 얘기를 하기보다, 좁고 깊은 얘기를 하고 싶었나 보다.

저자도 스스로 책 속에서 자주 언급하기를, 본인이 어릴 적부터 지극히 내향적이었기 때문에 심리학 이론 중 내·외향성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졌고 이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를 해왔다고 한다. 그의 개인사와 연구 결과가 집약된 성과물이 바로 이 책,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이다.

뇌 과학으로 알아보는 성격 유형별 자아 충전 방식

책 표지
▲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책 표지
ⓒ 포레스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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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성인 사람과 외향성인 사람의 근본적인 차이는 삶의 의욕, 즉 '에너지'를 얻는 방식에 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에너지를 충전한다.

반면 외향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대외활동이 원활할 때 에너지를 충전한다. 내향적인 사람들의 자기 충전 배터리는 다소 은밀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반대로 외향적인 사람들의 그것은 개방적인 셈이다.

이 책은 내향성인 인간과 외향성인 인간이 어떻게 다른지만을 설명하지 않고, 왜 다른 것인 지까지 밝히면서 뇌 과학을 대동한다. 비록 심리학이 인간 마음의 작동방식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지만, 결국 인간 마음의 작동방식은 뇌의 신경 화학 작용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최근 학계의 동향이다.

작금에 이르러 도덕 철학이나 윤리학 등도 자신들이 단순한 사변(思辨, speculation)이나 관념론에 불과하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적극적으로 뇌 과학의 성과물들을 차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심리학도 예외는 아니다.

피터 홀린스는 이러한 점에서 지적으로 정직한 글쓰기를 한 것이다. 그는 내향성과 외향성은 뇌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그로 인해 체내에서 분비되는 화학 물질도 달라진다고 알려준다.

"버크너와 연구진은 내향적인 사람으로 분류된 실험 참여자의 전전두엽에서 특정 부분의 회백질이 더 두꺼운 반면, 외향적인 참여자는 얇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연구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분명한 점 하나는 내향적인 사람은 전형적인 내향적 행동과 관련된 뇌의 신경 경로의 밀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 그래서 계획, 분석, 집중, 자기 성찰에 더 많은 뇌를 쓴다. 말 그대로 뇌 구조의 차이다. … 외향적인 사람은 분석하고 결정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다. 대신 환경에 반응하도록 작용하기 때문에 순간을 즐기며 살기가 훨씬 수월하다."(80~81p, e북 기준)

내향성 인간도 마음먹으면 외향성 '뇌'를 가질 수 있다

이 책은 말하자면 내향주의자들을 위한 삶의 지침서다
 이 책은 말하자면 내향주의자들을 위한 삶의 지침서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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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회는 외향적인 인간들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외향성인 사람들은 사교적이기 때문이다. 소통에 능하고 늘 활기찬 사람들을 어느 누가 싫어하겠는가. 그렇다면 내향적인 인간들은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애당초 뇌 구조가 이미 내향적이므로, 지금껏 그래왔듯이 사회에서 마치 불청객처럼 홀대를 받으며 평생을 은둔하며 자족해야 하는가? 결국 내향성인 사람들은 '외롭게' 혼자여야만 하는가, 아니면 외롭지 않기 위해 혼자이기를 '포기'해야만 하는가?

저자는 친절하게도 내향성과 외향성을 공존하게 만드는 방법까지 일러준다. 참고로 이 책은 초반에서 중후반까지는 내향성과 외향성이라는 두 개의 성격 요소를 비슷한 분량과 무게감으로 다룬다.

그러나 중후반부터는 외향성인 인간들을 선호하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내향주의자들이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는데, 이는 아마도 본인이 내향주의자로 살면서 겪었던 불편함과 고충을 독자에게 토로하고 나아가 그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알려주려는 것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였기 때문인 듯하다. 말하자면 내향주의자들을 위한 삶의 지침서다.

"경쟁이 심한 현대 사회에서 부딪히는 모든 도전을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외향성과 내향성 중 자신에게 어느 쪽 성향이 강한지 알고, 모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용기가 있는가? 성격을 바꾸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그렇지만 특정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바꿈으로써 느낄 만족감을 떠올려보자. 성격을 바꾸고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148p, e북 기준)

피터 홀린스는 강력한 동기를 갖고 외향적으로 행동하면 내향성인 뇌가 외향성인 뇌로 -일시적으로든, 영구적으로든-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혹시 '후생 유전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주장들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무리 선천적으로 보유한 유전자라 할지라도 살면서 본인이 어떤 의지를 갖고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느냐에 따라 그 보유 유전자의 일부가 변형되거나 다른 방식으로 발현된다는 것이 후생 유전학의 요체다. 그리고 이 책도 정확히 그러한 이론에 근거하여 내‧외향성이 상호 전환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저자는 모든 사람들이 외향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또한 저자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본성상 그렇게 쉽게 반대 성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믿지도 않는다. 그러나 살면서 불가피하게 외향적인 제스처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 책은 내향성인 사람들이 살면서 가끔 그렇게 '외향성 놀이'를 요청받을 때, 어떻게 그 역할을 잘 연기할 수 있는지를 알려줄 뿐이다. 연기가 농익어서 외향주의자로 내면화될지 말지는 본인의 의지이고, 추후의 문제다. 이 책은 그저 내향적인 인간들이 어떻게 본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타자와 어울리며 살 수 있는지를 여러 이론과 사례들로 증명해줄 뿐이다.

혹시 당신은 내향적인 인간인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사람들과 효율적으로 접촉하는 지혜를 배워보자. 당신의 삶이 한결 '나다워'질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 남들보다 내성적인 사람들을 위한 심리수업

피터 홀린스 지음, 공민희 옮김, 포레스트북스(2018)


태그:#서평, #북리뷰, #심리학, #성격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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