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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0일 오후 3시 <미투를 넘어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로> 토론회가 한국여성노동자회와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지난 4월 10일 오후 3시 <미투를 넘어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로> 토론회가 한국여성노동자회와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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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에서 미투 운동으로 폭로되고 있거나 폭로조차 할 수 없는 직장 내 성폭력 사건들은 복합적이지만 사회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남성중심적인 문화와 이로 인한 여성차별이 주요 원인이다. 수직적인 기업문화에 가부장제가 결합된 성차별적인 노동환경에서 주로 낮은 직급에 분포되어 있는 여성들이 피해를 당지만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전적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주체가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이 수습되면서 오히려 피해자를 직장 밖으로 내몰고 있다. 이와 같이 직장 내 성폭력은 단지 성폭력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여성차별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문제로 봐야 한다. 따라서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폭력 피해자를 구제하고 성폭력 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 이와 동시에 성평등한 노동현장과 여성차별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직장 내 성폭력 구제제도의 개선과 해결방안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직장 내 성폭력뿐만 아니라 채용, 인사, 업무 배치 등에서 여성차별을 감시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담하여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직장 내 성차별이나 성희롱 관련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피해 노동자는 사업장에 명예고용평등감독관이 위촉된 경우에는 명예고용평등감독관에게 상담·조언을 요청할 수 있으며 고용평등상담실에서 상담 및 자문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노사협의회를 통한 고충처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여 정식으로 사내 고충처리절차를 거치거나, 그럼에도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사법 절차는 물론 노동조합, 성폭력 관련 상담실, 국가인권위원회나 노동위원회 등에 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명예고용평등감독관은 제도적으로 어떠한 권한도 없는 상태일 뿐더러 남성·관리직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국가가 민간단체에 위탁을 주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고용평등상담실은 예산이 부족하다. 또 책임기관인 고용노동부와의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상담 이후 문재해결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노사협의회에 설치되는 고충처리위원회 역시 각 사업장의 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노사협의회가 활발하게 운영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무용지물이란 소리다. 결과적으로 직장 내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둘째, 정부 차원의 정책수립과정에서 반드시 여성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점점 심각해지는 여성차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여성차별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많은 정책들이 문제의식조차 없이 성평등한 관점이 아닌 여성을 차별하는 관점에서 수립되고 실행된다. 예를 들어, 2016년에는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대한민국출산지도는 '여성을 애 낳는 기계 취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역별로 가임기 여성의 수를 통계로 만들어 배포하면서 여성을 마치 출산을 위한 도구처럼 다룬 것이다.

또한 2017년 보건사회연구원 원종욱 인구영향평가센터장이 발표한 출산율 제고 대책으로 '고소득·고학력 여성의 하향결혼 유도' '채용 과정에서 불필요한 스펙엔 불이익 부여' 등을 제안하면서 문제가 되었다. 국가기관인 연구소가 발표한 출산율 대책에 여성을 도구화하고 차별하는 시각이 명백하게 들어간 것이다. 이와 같이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연구하고 실행하는데 여성차별적 시각을 가진 정책을 거를 수 있는 제도가 전혀 없다는 것은 매우 큰 문제이며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셋째,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여성차별에 대해 조사하고 규제할 뿐만 아니라 차별을 예방하고 교육하고 감시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여성차별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직장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발생하는 차별에 관한 모든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미국의 고용평등기회위원회(EEOC)나 독일의 반차별국(Antidiskriminierungsstelle)과 같은 기관을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독일의 성평등담당관 제도를 제안한다. 독일의 성평등담당관 제도는 독일 연방정부의 공공기관, 법원 군대 그리고 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여성인 성평등담당관을 선출하여 헌법상 성평등원칙의 실현과 여성차별에 대한 철폐를 목적으로 여성이 사회에서 남성과 동일한 기회를 갖고 동등한 삶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00인 이상 공공기관과 간접적으로 공공기관의 역할을 수행하는 민간기업에서 의무적으로 여성 성평등담당관을 선출해야 한다.

여성노동자들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 성평등담당관은 소속기관 여성노동자들이 직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불평등한 상황에 처하거나 조직 내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업무를 주로 하며 개별 여성노동자들의 경력에 대한 조언과 자문을 하고 조정하는 일을 한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성평등담당관 또는 여성담당관은 소속기관 여성노동자의 평등을 위한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 내 여성 주민과의 상담 등을 담당하며 지방자치단체가 여성친화적인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성평등담당관은 사업장 내에서 성차별 금지와 관련된 법의 집행을 지원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성평등, 일·가정 양립, 직장 내 성폭력과 관련한 모든 형태의 인적, 조직적, 사회적 수단들에 영향력을 가지며 소속 기관장에게 의견을 개진할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다. 성평등담당관은 업무와 관련하여 기관들의 회의에 참여하여 비록 그 기관의 소속이 아니더라도 발언할 수 있는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즉, 채용이나 인사가 성평등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과정에 참여하거나 직장 내 성폭력 해결과정에 참여하여 합의할 권리가 있다. 해당부서가 성평등계획이나 그 밖의 성평등 관련 법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성평등담당관은 이의제기권을 가지며, 이의제기가 수용되지 않는 경우 행정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또한 법규정에 따라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위하여 업무와 관련된 즉각적이고 포괄적인 보고를 받을 수 있는 정보권과 합의권을 가지고 있다.

직장 내 여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직장을 떠나게 함으로써 여성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따라서 여성노동자가 성폭력없는 안전하고 성평등한 노동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직장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직장내 성폭력 STOP 다른 기사]
① "고용노동부가 미투운동 주무부처, 여가부 뒤에 숨지마라"
② MB가 없앤 '이것', 직장내 성폭력에 손 놓은 정부
③ 독일의 성희롱 피해자는 말할 수 있다, "일하지 않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의 필자인 황수옥 님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입니다.
* 이 글은 2018년 4월 10일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송옥주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공동으로 주최한 <미투를 넘어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로 : 직장 내 성폭력을 STOP할 수 있는 권리>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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