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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후반, 대학생들에게는 전방입소교육이란 제도가 있었다. 최전방 군부대에서 1주일 간 군사훈련을 받으면 군복무 3개월을 삭감해줬다. 그는 최전방에 들어갔다. 문제는 먹을 게 없었다. 당시엔 생소했던 완전 채식주의자(=비건)였기 때문이었다. 굶을 수는 없었다. 밥과 고추장만 먹으며 훈련을 버텼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한국 동물보호운동 1세대다. 동물보호라는 개념이 자리 잡지 않았던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캠페인, 서명운동, 법률개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동해왔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 분야에 일생을 던지게 했던 걸까. 지난 14일 그를 만났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
ⓒ 강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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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그리고 동물보호운동가


"대학교에 입학한 뒤였어요. 하루는 친구들과 밥을 먹고 있었어요. 반찬으로 고기가 나왔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고기는 어디서 온 걸까?' 의문을 해결해야 했어요. 공부를 했고, 동물이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떤 삶을 사는지 알게 됐어요. 동물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현실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동물의 권리를 고민했어요. 채식주의자가 된 계기였고요."

이 대표는 이때 경험으로 모든 동물을 "인간과 같은 감각과 지각을 가진 존재"로 받아들였다. 생명에 대해 고민했고,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건강문제를 걱정하기도 했다. 채식이 무엇인지 정보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영양학 관련 책을 100권 이상 읽었다. 그리고 채식만으로도 충분히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번복은 없었다.

"군대에 가야 했어요. 전방입소교육에서 밥하고 고추장만 먹은 기억이 생생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죠. 지인이 카투사에 지원해보라고 알려줬어요. 카투사에 합격했고, 식사는 뷔페식이어서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었어요. 상병이 된 뒤에는 숙소에 밥솥을 가지고와 직접 밥을 해먹었어요. 선임들한테 미운털 좀 박혔죠."

제대하고 몇 년 동안은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 척박한 환경이었지만 어떤 것이라도 해야 했다.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만 했고, 기꺼이 뛰어들었다. 그렇게 1995년 개식용 반대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개농장 현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개식용은 전통문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개는 역사적으로도 사람과 친구처럼, 가족처럼 함께 살아온 동물이거든요.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개식용 금지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입증하고 싶었어요."

시작은 개식용 반대였지만, 그는 여기에 국한하지 않았다. 공장식 축산농장의 실태를 알렸고, 모피반대, 동물실험 반대 운동도 병행했다.

"근본적으로 동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싶었어요. 서명은 이를 위한 방법이었고요.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어요. 그동안 70만 명 이상이 참여해주셨어요. 서명해주시는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해요. 명동, 강남을 거쳐 홍대입구에서 서명을 받고 있어요. 저는 항상 이 자리에 있을 거예요. 처음 동물운동에 뛰어들면서 제 자신과 한 약속이기도 하고요. 누가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저는 제가 하는 활동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대한민국은 개식용 찬반 여론이 대치해 있다. 이 갈등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해마다 되풀이 된다. 해결책은 없는 걸까.

"현재 개농장 70~80%가 불법 농가예요. 여건만 되면 전업이나 폐업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아요. 최근에 이정미 국회의원실에서 '식용견 농장의 단계적 폐쇄 및 보상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추진하기도 했어요. 협상을 이루지 못해 결렬이 되긴 했지만, 사양 산업이 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어요. 결국, 정부나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지난 대선에서 여러 후보들이 '개식용 단계적 폐지'를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구요. 제도권에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해요."

 이원복 대표 활동사진
 이원복 대표 활동사진
ⓒ 이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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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해야

정의당은 지난 12일, 동물복지 관련 부서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6·13 지방선거 동물복지 공약안'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오랜 시간 동물보호 업무를 환경부로 옮겨야 할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정의당에서 농림축산식품부(아래 농식품부)의 한계를 인지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동물보호법 업무를 농식품부에서 관장하는 한 동물보호법을 의미 있게 개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어요. 농식품부 자체가 지닌 한계 때문이에요. 농식품부는 축산업계와 농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이니까요. 동물보호는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어요. 제가 경험한 농식품부는 실제로도 그랬으니까요."

"반면, 환경부는 자연과 환경, 생태계, 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부처의 존재 이유예요. 상대적으로 업계와 산업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요. 특히, 농식품부와 환경부를 감독하는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들을 만나보면 기본적으로 동물보호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요.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은 환경부 이관에 공감을 해주고 있어요. 일부 큰 동물보호단체들이 농식품부 잔류를 선택해 진전이 안 되고 있는데, 많이 아쉬워요."

이 대표는 1995년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2000년 한국동물보호연합을 설립했다. 20년 넘는 시간을 동물보호운동가로 살아온 그는 동물보호운동을 "자신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20대 때 철학적인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동물은 자신을 설명하거나 방어할 수 없어요. 누군가는 동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뛰어들었고, 제 결정에 후회는 없어요."

"개식용 문제뿐만 아니라 공장식 축산업 문제, 실험동물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죄없는 동물들이 살처분 되고 있어요. 2003년 조류독감이 첫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동물 약 9000만 마리가 살처분됐어요. 대부분은 끔찍하게 생매장됐고요.

실험동물도 작년에 308만 마리가 희생됐어요. 해외에서는 동물대체시험법이 활성화되면서 동물실험이 줄어들고 있어요. 우리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만 해요. 동물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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