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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서울시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 창문에 가지각색 포스트잇이 붙었다. 이는 이른바 '스쿨 미투'의 포문을 여는 신호가 됐다.
 지난 6일, 서울시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 창문에 가지각색 포스트잇이 붙었다. 이는 이른바 '스쿨 미투'의 포문을 여는 신호가 됐다.
ⓒ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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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시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 창문에 가지각색 포스트잇이 붙었다. 포스트잇은 'ME TOO'(미투) 'WITH YOU'(위드유)라는 글자를 이루고 있었다. 용화여고 창문을 밝힌 형형색색 포스트잇의 사진은 각종 SNS를 통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이는 이른바 '스쿨 미투'의 포문을 여는 신호가 됐다.

알록달록한 포스트잇 뒤에는 교내 권력형 성폭력의 의혹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학교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지난 3월부터 교내 성폭력 실태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네 명의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아 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은 곧바로 이들을 직위 해제하고 수업에서 배제했으나,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 위원회' 측은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세 명의 교사가 3일 만에 학교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학내 성폭력을 고발하기 위해 졸업생 등이 모여 만든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 뽑기 위원회'는 직접 관련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언론과 경찰에 상황을 알리고 있다. 학생들은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 지난 2012년에 학교에 도움을 청했지만 묵살 당했고, 이후 6년간 비슷한 피해가 반복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들은 자체 조사에서 1996년 졸업생뿐만 아니라 현 재학생도 교사의 성희롱 및 추행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교내 성폭력이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가늠케 해주는 부분이다.

사실, 교내에서 충격적인 성폭력 증언이 터져 나오는 건 비단 용화여고만의 특수 사례가 아니다. 노원 A여고, 서울 B여고, 청주 C여고 내 관현악부 등에서도 '스쿨 미투'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각 시도 교육청은 특별장학을 실시해 교내 성폭력 실태를 진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사에 집중된 권력, 제재 장치는 전무

학생들이 주인이 되어 배움과 성장의 터전이 되어야 할 학교에서 어떻게 성폭력 논란이 벌어지는 걸까? 왜 교사는 학생을 성추행하고, 학생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는 걸까?

가장 표면적이면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교사에게 집중된 권력의 문제다. 학교 현장에서는 무엇이 '권력'이 될 수 있을까? 다수의 학생들은 그것을 '대학 입시'라고 지적한다. 고교생활은 대학 입시의 성패와 직결돼 있고, 학생의 고교 생활을 평가하는 주체는 교사가 된다.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학생부와 추천서 등의 작성을 교사들이 맡고 있고, 그렇기에 교사에게 밉보이지 않고 학교 생활을 잘 해나가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이러한 역학 관계 속에서, 교사가 학생을 추행하거나 희롱하는 일이 있어도 학생이 주체가 되어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 방식으로 해당 교사에게 보복을 당할지 모르고, 그 보복의 방식이 대학 입시에 악영향을 주는 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폭로의 위험성을 떠안는 것은 쉽지 않다. 교사는 학생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렇기에 가장 잘 지도할 수 있는 주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교사는 학생의 취약한 위치를 가장 잘 알고 그것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학생들만 교육하면 뭐하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지금의 성폭력 예방 교육들이 모두 학생 간의 성폭력에만 집중해왔다는 점이다. 성폭력 예방 교육은 필수교육 현장에 정착된 지 오래지만, 그 내용은 남학생이 여학생을, 혹은 남학생이 남학생을 가해하는 상황만을 주로 가정했다. 성폭력 예방 교육은 남교사가 여학생을, 여교사가 여학생을 가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실제로 용화여고 학생들은 여교사들의 성희롱적 발언까지 지적한 바 있다).

교사도 성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삭제한 것은, 성폭력은 권력 위계 관계 하에서 발생한다는 성폭력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이해를 삭제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성폭력은 기울어진 권력관계 아래서 벌어지는 폭력이기에 동갑인 학생들 사이에서 보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농후하다. 하지만 지금까진 학생이 가해자인 성폭력 사건이 '학교폭력'의 차원에서 더 많이 다뤄져 왔으며, 교사들의 폭력은 실재하지 않는 것 마냥 자연스레 가려졌다.

간혹 언론에 등장하는 학교 안에서의 '성적인' 문제들-예를 들어 교사와 학생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 등-은 마치 관음증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식으로만 소비되어왔고, 그것이 교사와 학생 사이의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연원한 폭력의 일종임은 강조되지 않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나는 재수를 하고 있었다. 기숙학원이라는 폐쇄된 작은 사회에도 참사는 큰 영향을 남겼다.
 교육이 문제라면, 다시 교육에 주목해야 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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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문제라면, 다시 교육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앞서 제시된 두 지점은, 교내 성폭력 발생의 이유를 굉장히 미시적인 관점에서 지적한 것이다. 학교라는 '사회', 일반 사회와는 조금 다른 문법을 공유하는 학교라는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교내 권력형 성폭력의 굴레를 끊어낼 수 있다.

교육현장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우리는 근본적으로 우리의 교육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에서 보단 중학교, 중학교에서 보단 고등학교에서 더욱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학교 문화를 만든 것은 살벌한 경쟁 시스템과 비정상적인 대학 줄 세우기 사회다. 학벌 사회의 문법에 적응하기 위해, 학생들은 시험이라는 무한 경쟁에 뛰어드는 선수들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중학교 생활이 곧 고교입시가 되고, 고교 생활이 곧 대학입시가 되어버리는 이상한 단계들을 형성한다.

고교생활의 내용은 대학입시의 성패와 직결되기 때문에 얌전한 모범생으로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고, 학생을 '얌전한 모범생'으로 만드는 것은 성적표와 학교생활기록부다. 이 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교사. 이 과정이 교사를 권력자로, 학생을 피권력자로, 교사를 주체로, 학생을 객체로 만드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교내 성폭력, '스쿨 미투'의 원인은 어쩌면 조금 더 복잡하고 다층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것은 성차별 사회의 문제이면서 학벌 사회의 문제이고, 대학 입시의 하수인이 되며 몰락한 공교육의 문제이면서 폐쇄적인 사립학교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절망은 이르다. 우리는 다시 교육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가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당신들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가르치고, 그것은 국가의 기반인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을 미리 배우는 것임을 알려야 한다. 교사들은 권력자고 학생들은 그것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양질의 교육 시스템을 누려야 하고 교육의 경계에서는 그 어떤 폭력도 허용될 수 없음을 인식시키는 것이 학교 교육의 첫 발자국이 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성폭력을 예방하고 처벌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성교육을 실시하라는 요청은, 학생들이 자기결정권을 갖고 주체로서 성장하는 첫걸음이다. 또 교육청을 통한 성폭력 신고는 학생들에게 어렵고 멀리 있는 비상벨이라고 느껴질 수 있으니, 교내 성폭력-성평등 전담 기구를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이는 학교 본부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더불어 교사 성폭력 사실이 폭로된다면 최소 한 학기의 기간을 할애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당장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해당 교사를 학교 현장에 남아있게 하는 것은, 고발의 주체인 학생들을 두려움 속에 남겨두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등학생들의 용기로 시작된 '스쿨 미투'는 이제 무엇을 겨냥해야 할까. 스쿨 미투는 미천한 의식을 드러낸 교사들 개인들의 문제뿐 아니라, 압제와 폭력을 재생산하는 학교 제도와 그것을 정당화하는 학벌 사회, 모든 문제에서 미성년자를 객체로 몰락시키는 사회적 몰이해, 페미니즘적 시각이 결여된 채 헛바퀴를 돌리는 학교 교육의 문제까지로 확장되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알록달록 포스트잇에 관심을 거두지 말아야 할 명백한 이유다.


태그:#스쿨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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