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트' 저스틴 게이치(29·미국)가 연패에 빠졌다. 15일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 힐라리버아레나서 있었던 UFC 온 폭스 29 메인이벤트는 게이치 입장에서 기회였다. 이날 맞붙은 '더 다이아몬드' 더스틴 포이리에(28·미국)는 옥타곤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젊은 베테랑으로 명성이 높았다.

아직까지 UFC에서 많은 경기를 치르지는 못했으나 화끈한 경기력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던 상황임을 감안했을 때 승리를 거둘 경우 빅매치의 중심에 다가갈 공산이 컸다. 결과적으로 게이치는 포이리에의 벽을 넘지 못하고 4라운드 33초 만에 TKO로 무너졌다.

게이치의 집요한 로우킥 공격에 패배 일보 직전까지 몰렸던 포이리에였으나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며 베테랑의 관록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포이리에는 승리 후 인터뷰에서 현 챔피언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러시아)와 맞붙고 싶다는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했다.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그만큼 이날의 경기는 체급 판도에서 의미 있는 한판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경기는 올해의 명경기 후보도 기대해볼 만큼 화끈하기 그지없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포이리에인지라 승리한 이후 어느 때보다도 크게 기뻐했다. 반면 간발의 차이로 승리를 놓친 게이치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짙을 수밖에 없었다.

 저스틴 게이치는 UFC에서 치르는 모든 경기를 활활 불태우고 있다.

저스틴 게이치는 UFC에서 치르는 모든 경기를 활활 불태우고 있다. ⓒ UFC


명승부 제조기, 이제는 승리가 필요하다

게이치는 내구력과 근성을 앞세워 공격적 압박을 즐긴다. 본인의 맷집에 워낙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라 어지간한 잔 타격은 신경도 쓰지 않고 전진스탭을 밟는다. 근거리에서 난타전은 게이치가 좋아하는 영역이다.

게이치는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가지고 있다. 훅으로 거칠게 압박하다가 큰 궤적으로 올려치는 어퍼컷으로 가드 사이를 뚫어버리는가 하면 조금의 틈만 보였다 싶으면 니킥을 꽂아 넣는다. 거기에 쉴새 없이 계속되는 로우킥 세례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에게 큰 부담감을 안겨준다. 허벅지, 종아리를 가리지 않고 바깥쪽·안쪽에 고르게 로우킥이 들어가면 상대의 표정은 어느새 충격으로 일그러진다.

로우킥을 의식하게 되면 밸런스가 무너지거나 타격전에서의 흐름을 빼앗기기 일쑤다. 펀치로 치고 들어오는 압박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수비가 더욱 힘겨워진다. 반대쪽 발 중심을 단단히 고정시킨 채 내리찍듯이 차는 로우킥이라 강하게 연타까지 가능하다.

WSOF 시절까지는 이러한 게이치의 파이팅 스타일이 잘 먹혔다. 문제는 그보다 레벨이 높은 UFC에서도 비슷한 패턴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게이치는 WSOF 챔피언 출신 거물이라는 부분을 높게 평가받아 UFC서 치른 3경기 모두 쟁쟁한 상대와 맞붙었다.

데뷔전에서 만만치 않은 랭커 마이클 존슨(32·미국)과 데뷔전을 치렀으며 2번째 경기 역시 전 챔피언 출신 에디 알바레즈(34·미국)와 격돌했다. 경기 내용 또한 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하나 같이 이름값이 높은 상대들이었던지라 성적만 받쳐줬으면 정상권에서 경쟁했을 것이 분명하다.

아쉽게도 게이치는 알바레즈 전에 이어 포이리에와의 대결마저 고배를 마시며 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그야말로 종이 한장 차이였다. 알바레즈와 포이리에는 게이치를 때려눕히기는 했지만 그들 역시 상당한 데미지를 입었다. 기술적으로 정타와 큰 공격을 좀 더 많이 맞춰서 가까스로 게이치라는 우직한 괴물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실제로 그들은 게이치를 이겼음에도 경기 후 만신창이가 된 모습을 노출했다. 게이치 특유의 '너 죽고 나 죽자' 스타일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화끈한 파이터가 넘쳐나는 UFC에서도 게이치는 특별한 존재다. 지금까지 치른 3경기가 모두 혈전이었다. 마치 해당 경기에서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리겠다는 듯 혼신을 다하는지라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재미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기든 지든 지나치게 얻어맞는 경기를 하는지라 이른바 '저러다 골병 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의견도 쏟아지는 상황이다. 아무리 튼튼해다 해도 결국은 사람인지라 데미지가 누적되다 보면 한계에 봉착할 수 있고 이는 짧은 선수생명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실 게이치는 조금만 파이팅 스타일을 바꿔도 지금보다 편하게 경기를 끌어갈 수 있다. 맷집 여부를 떠나 자꾸 유효타를 허용하게 되면 일단 점수에서부터 밀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경기 후반에는 승리를 위해서 무리해서라도 더 밀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데미지는 쌓이게 되고 결국은 못 버티고 쓰러진다. 최근 2패가 모두 그런 식이었다.

 저스틴 게이치는 자신만의 확실한 신념이 있어보인다.

저스틴 게이치는 자신만의 확실한 신념이 있어보인다. ⓒ 저스틴 게이치 인스타그램


포이리에전이 끝나기 무섭게 팬들 사이에서는 '왜 레슬링을 활용하지 않는가?'라는 의문 섞인 의견도 터져 나왔다. 애당초 전진압박으로 잔뼈가 굵은 게이치가 갑자기 디테일한 타격과 경기운영을 갖추기는 어렵다. 그러한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거리를 좁혀서 난타전을 유도하던지 아예 도망가지 못하게 붙들어 놓을 수 있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실제로 게이치같은 유형의 파이터들은 자신보다 빠르고 테크니컬한 상대들을 맞아 클린치나 테이크다운 전략을 적극 활용한다. 하지만 게이치는 최근 2패를 당하는 과정에서 오로지 스탠딩에서의 전진만 거듭하며 그를 응원하는 팬들을 답답하게 했다. 조금만 레슬링을 섞어줬더라면 경기 운영이 훨씬 쉬워졌을 것이다.

게이치는 알바레즈, 포이리에와의 경기에서 '묻지마 로우킥'을 마구 난사했다. 거기에 맞춰 그들은 카운터 펀치로 응수했다. 타이밍 자체가 단순한지라 상당수가 정타로 들어갔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그들에게 로우킥 데미지를 흠뻑 안긴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플레이했기에 게이치는 패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클린치나 테이크다운공격이 함께 펼쳐졌다면 그들 역시 마음 놓고 카운터를 치기 힘들었을 것이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은 게이치는 훌륭한 레슬링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부분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레슬링을 시작한 그는 학창시절 NCAA 디비전1에서 활약한 빼어난 레슬러였다. 어떤 선수와 맞붙어도 레슬링 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을 역량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WSOF시절에는 상대를 번쩍 들어 바닥에 내리꽂아 테이크다운 시키는 등 수준급 레슬링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런 게이치가 UFC무대에서는 우직한 타격가 모드로만 일관하는지라 팬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해 게이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길게 선수생활을 하는 것보다 화끈하고 짜릿하게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여러 가지 함축적 의미가 담겨있는지라 언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현재의 파이팅 스타일에 만족하고 즐기는 듯한 모습만은 확실해 보인다.

매 경기 쉬지 않고 내달리는 라이트급 최고의 터프가이 게이치가 찍어내는 옥타곤표 '하이라이트 필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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