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자존심' 손흥민(토트넘)이 시즌 막바지 들어 주춤하고 있다. 손흥민은 최근 4경기 연속 골 침묵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3월 12일 본머스와의 리그 30라운드에서 시즌 17-18호골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4경기 연속 득점기록을 이어갈 만큼 쾌조의 페이스를 보여줬지만 이후 한달 넘게 골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한달 사이에 손흥민을 둘러싸고 많은 해프닝이 있었다. 손흥민은 주포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잠시 전열에서 이탈한 틈을 타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소화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첼시와의 경기에서는 골에 대한 욕심으로 동료들에게 질타를 받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4월 15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핫스퍼와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토트넘의 에릭 라멜라(가운데)가 맨시티의 빈센트 콤파니(오른쪽)의 수비를 피하며 슛을 시도하고 있다.

4월 15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핫스퍼와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토트넘의 에릭 라멜라(가운데)가 맨시티의 빈센트 콤파니(오른쪽)의 수비를 피하며 슛을 시도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지난 15일 열린 2017/18시즌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는 손흥민이 또다시 선발명단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대신하여 에릭 라멜라를 선발로 투입하였으나 별다른 전술적 효과를 보지 못했고 팀은 1-3으로 패배했다. 손흥민은 후반 교체투입되었으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데는 실패했다. 한창 물오른 활약을 보이며 영국 언론으로부터 찬사 일색의 호평을 받다가 갑작스럽게 벌어진 탐욕 논란과 선발 제외 등으로 주춤하기까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같은 한달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의 '손흥민 활용법'

손흥민의 페이스가 최근 주춤한 것은 본인의 문제와 포체티노 감독의 선수 활용법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올시즌 각종 대회에서 총 47경기에 출전하여 18골 9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A매치 휴식기에도 대표팀에 합류하여 장거리 이동을 감수하는 강행군을 이어왔다. 스피드와 활동량을 이용한 공간침투를 주무기로 하는 손흥민의 플레이스타일상 체력적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손흥민은 3월 이후 체력적으로 다소 지친 모습을 보이며 이전과 같은 날카로움이 무뎌진 기색이 역력했다.

케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주포지션이 아닌 원톱에서 활약해야 했던 것도 손흥민의 페이스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았다. 손흥민은 예전에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상황에 따라 종종 중앙 공격수로 기용된 적이 있지만 '침투형 공격수'에 가까운 손흥민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어울리는 역할은 아니었다. 스완지와의 FA컵 경기처럼 2선 공격수들과의 호흡이 맞지 않아 손흥민의 장점이 퇴색되는가 하면, 첼시전에서는 오히려 지나친 골 욕심으로 동료들에게 눈총을 받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의 주축 선수 중 유독 손흥민만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들쭉날쭉하게 기용하고 있는 것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경기 상대였던 맨시티는 리그 1위의 강팀이자 토트넘으로서도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톱4' 안정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중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맨시티와의 홈경기에서 케인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이자 안방에서 누구보다 강했던 손흥민을 또다시 벤치에 두고 경기를 시작했다.

손흥민이 최근 몇 경기에서 다소 컨디션이 떨어진 모습을 보인 데다 케인도 부상에서 복귀할만큼 체력 안배 차원에서 선발을 제외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케인이나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같은 선수들의 경우, 선수층이 얇은 토트넘이 사정상 부상 같은 변수가 아닌 이상 최근 컨디션이나 활약상이 좋지 않았어도 웬만해서는 선발에서 제외하는 일이 드물다는 것을 감안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결국 손흥민에게는 아직 그 정도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라멜라가 경기에 나섰을 때, 손흥민 선발보다 더 효과적이었을까

 3월 8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간) 열린 토트넘과 유벤투스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토트넘 손흥민 선수가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의 선제골에도 토트넘은 1-2로 역전패를 당해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지난 3월 8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간) 열린 토트넘과 유벤투스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토트넘 손흥민 선수가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의 선제골에도 토트넘은 1-2로 역전패를 당해 8강 진출이 좌절됐다. ⓒ EPA/연합뉴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포체티노 감독은 유독 '빅매치'라고 할 만한 경기에서는 손흥민을 중용하는 데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손흥민은 올시즌 토트넘보다 리그 순위가 높은 프리미어리그 3강(맨유, 맨시티, 리버풀),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난 빅리그 강호들(이탈리아 유벤투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독일 도르트문트)와의 총 12경기에서 손흥민은 8차례 선발로 나섰으나 풀타임을 소화한 경기는 두 차례뿐이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유벤투스와의 16강 1차전, 그리고 지난 맨시티전까지 선발투입이 기대되었으나 예상을 깨고 벤치에서 시작한 경기가 부지기수다.

그렇다고 손흥민이 빅매치에서 딱히 부진했던 것도 아니다. 손흥민은 올시즌에만 도르트문트, 리버풀, 유벤투스와의 경기에서 골을 기록했고 경기 내용도 매우 좋았다. 손흥민이 올시즌 기록한 18골은 모두 선발로 출전한 경기에서 나왔고 그중 14골이 홈구장으로 쓰고있는 웸블리에서 나왔다. 누가 봐도 선발로 빅매치에서 나설 만한 자격이 충분했다.

특히 손흥민을 벤치로 내리고 선발투입되는 선수는 십중팔구 에릭 라멜라다. 발재간과 돌파력이 뛰어난 테크니션인 라멜라는 손흥민과는 또 다른 장점을 지닌 윙어이기는 하지만 올시즌 활약상만 놓고보면 객관적으로 손흥민과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다. '빅매치에서 라멜라를 투입했을 때 과연 손흥민이 선발로 나섰을 때보다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줬는가'라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국내 팬들은 물론이고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조차도 포체티노 감독의 손흥민 활용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이유다.

토트넘이 리그에서 5경기와 FA컵 준결승 등을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손흥민의 골 침묵이 계속된다면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20골 기록 달성도 다소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각종 대회에서 총 21골을 넣으며 차범근이 수립한 한국축구 유럽파 역대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운 바 있다. 한번 골이 터질 때는 '몰아치기'도 가능하지만 골 침묵이 길어지는 기복도 잦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상승세에 그동안 기여한 공로를 감안하면 좀 더 주축 선수에 맞는 예우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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