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선발 제외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 유벤투스 원정과 이날 맨체스터 시티(아래 맨시티)와 리그 홈경기가 확실히 증명한다.

토트넘 홋스퍼가 15일 오전 3시 45분(아래 한국시각)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4라운드 맨시티와 홈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토트넘은 리그 14경기 무패를 내달리며 최근 공식전 3연패에 빠진 맨시티전 승리를 노렸지만 공교롭게도 지난해 12월 맨시티 원정 이후 또다시 맨시티에게 무너졌다.

상대가 되질 않았다. 토트넘은 강력한 전방 압박과 번개 같은 공격을 보인 맨시티에 압도적으로 밀렸다. 전반 3분, 맨시티 라힘 스털링이 측면에서 살짝 띄운 볼을 르로이 사네가 발리슛으로 연결해 골대를 때렸다. 전반 7분, 스털링이 빠른 드리블에 이은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을 위협했고, 케빈 데 브라이너의 기습적인 총알 슈팅이 토트넘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분위기를 주도한 맨시티가 선제골을 뽑았다. 전반 21분, 에데르손 골키퍼의 발에서 시작된 맨시티 공격이 후방에서의 침투 패스로 이어졌고, 뒷공간을 허문 가브리엘 제수스가 다비손 산체스와 볼 경합을 이겨낸 뒤 깔끔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2분 만에 추가골이 터졌다. 스털링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일카이 귄도간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토트넘은 무기력했다. 전반 막판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해리 케인과 절묘한 2대1 패스로 수비를 허문 뒤 만회골을 뽑았지만, 거기까지였다. 토트넘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맨시티 수비를 더 이상 뚫어내지 못했고, 스털링(후반 27분)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뛰어난 수비력의 라멜라? 손흥민 선발 제외는 비상식적

토트넘은 슈팅 수 8-17(유효 3-6), 키 패스 6-9, 점유율 47.8-52.2 등 내용과 결과(1-3) 모두 맨시티에 완패했다. 지난 리그 맞대결 이후 14경기 무패를 내달리며 완벽한 복수를 다짐했지만, 우승을 눈앞에 둔 맨시티의 막강한 전력만 재차 확인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포체티노 감독은 이날 선발 명단에서 팀 내 득점 2위 손흥민을 뺐다. 그 자리를 대체한 선수는 올 시즌 리그 20경기 2도움, UCL 2경기, FA컵 5경기 2골을 기록 중인 에릭 라멜라였다.

 4월 15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핫스퍼와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토트넘의 에릭 라멜라(가운데)가 맨시티의 빈센트 콤파니(오른쪽)의 수비를 피하며 슛을 시도하고 있다.

4월 15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핫스퍼와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토트넘의 에릭 라멜라(가운데)가 맨시티의 빈센트 콤파니(오른쪽)의 수비를 피하며 슛을 시도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기록만으로 선수의 가치를 완벽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라멜라가 리그 32경기 12골 4도움, UCL 7경기 4골, FA컵 6경기 2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을 대신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손흥민의 경기력이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다. 손흥민은 지난 2일 첼시전과 7일 스토크 시티전에서 선발로 나섰지만 공격 포인트가 없었다. 득점이나 다름없는 기회를 살리지도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1일 로치데일전을 시작으로 4경기 연속골(7골 1도움)을 몰아쳤다. 여기에는 유벤투스와 치른 UCL 16강 2차전과 같이 강팀과 맞대결도 포함돼 있었다.

손흥민은 케인이 부상으로 빠진 FA컵 8강 스완지 시티전에서는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해 팀의 준결승 진출에 힘을 보탰다. 맨시티전 이전 2경기 활약이 다소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올 시즌 리그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하고 있는 라멜라에게 선발 자리를 내줄 정도였는지 심히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라멜라의 수비력이 손흥민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큰 경기에서는 선발이 뒤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라멜라가 박지성처럼 수비력이 빼어난 윙어란 주장 혹은 사실은 2018년 들어 처음 접했다. 라멜라가 손흥민 대신 선발 출전했던 지난 UCL 16강 1차전을 돌아보자. 당시 토트넘은 경기 시작 9분 만에 2골을 내줬다. 결과적으로는 2-2 무승부를 거뒀지만, 곤살로 이과인의 골대 강타가 득점으로 연결됐다면 일찍이 완패할 수 있는 흐름이었다.

토트넘의 이른 실점이 라멜라 탓은 아니었다. 그러나 라멜라가 수비적인 부분에서 얼마나 힘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토트넘은 경기 초반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크, 더글라스 코스타, 마리오 만주키치와 2선 대결에서 크게 밀렸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좁혀 중원 우위를 점하는 상대 전략에 힘을 쓰지 못했다.

라멜라가 89분간 열심히 뛴 것은 사실이지만,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서 슈팅 하나 시도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의 선발 출전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켰다. 반면 손흥민은 UCL 16강 2차전에 선발로 나서서 선제골을 뽑아내는 등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놀라운 용병술이 아니었다면 승리의 주역으로 손꼽힐만한 맹활약(슈팅 7회·키 패스 2회)이었다

이날 맨시티전은 어떠했는가. 라멜라는 공수 양면에서 아쉬운 모습만을 보였다. 토트넘 진영에서 수비를 시작한 상대 풀백의 강한 압박에 당황했고, 패스 실수를 범하며 빠른 역습을 내줬다. 맨시티 측면을 책임진 사네와 스털링을 막기 위해서는 도움 수비가 절실했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공격을 진행했다. 스털링은 무려 5차례의 슈팅 시도와 2차례의 키 패스를 기록했고, 사네는 골대를 때린 장면 포함 3차례의 슈팅을 시도했다.

포체티노 감독이 수비 안정을 위해 라멜라를 선발로 내세운 것이라면 또 한 번의 완벽한 실패다.

라멜라는 공격에서도 전반 30분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 장면을 제외하면 존재감이 없었다. 맨시티가 좌우 풀백의 위치를 극단적이라 보일 만큼 끌어올리며 공격을 시도했지만, 그들의 뒷공간을 공략하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다.

만약 손흥민이 지난 1월 이후 공식전 15경기 동안 득점이 없었다면 주전으로 뛰는 데 문제가 없었을까. 알리는 지난 3월 본머스전에서 무려 16경기 만에 골맛을 봤다. 올 시즌 도움 능력(리그 10·UCL 4)이 몰라보게 향상됐다고 평가하지만, 알리의 올 시즌 전체적인 경기력이 꾸준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손흥민이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해 슈팅 하나 시도하지 못하고, 볼을 잡는 것조차 힘겨운 모습을 보였다면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었을까. 이날 케인은 단 한 차례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했지만 큰 문제 없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12일 오전 1시(한국시간)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토트넘 손흥민 선수가 상대팀 골키퍼 베고비치를 제치고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4-1로 역전승했다.

지난 3월 12일 오전 1시(한국시간)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토트넘 손흥민 선수가 상대팀 골키퍼 베고비치를 제치고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4-1로 역전승했다. ⓒ EPA/연합뉴스


손흥민이 라멜라의 올 시즌처럼 리그와 UCL 22경기 2도움에 그쳤다면, 최소 교체 카드 1순위의 입지는 지킬 수 있었을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 케인 등도 완벽한 득점 기회를 놓칠 때가 있다. 그들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매 경기 득점하고 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손흥민은 매 경기 득점포를 가동하고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한다면 주전으로 나서는 데 문제가 생긴다.

지난 시즌 21골, 올 시즌 팀 내 득점 2위이자 EPL 득점 8위에 올라있는 손흥민. 아직도 주전 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선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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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VS맨체스터 시티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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