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의 최저임금 인상. 이렇게 오른 시간당 7530원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나온다. 사용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노동자들은 아직 부족하나 희망적이라고 말한다.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일까. 12일 < KBS 스페셜 - '어느 최저임금 노동자의 눈물'>은 최저임금 논란에 대해서 다뤘다.

다큐멘터리의 시작. 한 남성이 지하철을 기다리며 졸고 있다. 그는 지하철을 타고 나서도 1시간을 넘게 졸았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는 김대형씨다.

그는 3명의 딸을 두고 있다. 최저임금을 받기 때문에 하루 12시간 정도를 일해야 겨우 생활을 할 수 있다. 딸들의 학원비는 빼고. 학원비를 위해서는 아내 영주씨가 아르바이트를 한다. 가족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현저히 줄이면서 일하는 그이지만 5명의 가족이 생활하기에는 넉넉하지 못하다. 그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도움이 됐을까.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임호정씨는 최근 직원들의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자신이 들어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임호정씨는 최근 직원들의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자신이 들어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 ⓒ KBS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다른 반응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임호정씨는 최근 직원들의 업무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자신이 일한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된 이유가 직원들의 급여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임을 알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매출은 제자리인데 임대료 등을 내고 남은 정산금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같은 편의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의 반응은 어떨까. 지경희씨는 올해부터 편의점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녀는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일에 대한 책임감이 늘어나고 더 성실히 임하게 됐다는 것이다.


동차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규선씨는 3명의 직원이 퇴사했지만 채용은 1명만 했다. 이전보다 일하고 있는 직원이 2명 줄어든 셈이다.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신입 직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급여가 올라가게 되자 모든 직원들의 임금도 올려야 했다. 이규선씨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이 크게 나아진 것도 아니었다. 마트에서 일을 하고 있는 대형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급여가 나아질 것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을 줄여 실질적으로 받는 급여 수준은 거의 동등했기 때문이다. 편의점을 운영하던 호정씨가 직원들의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본인이 직접 일을 더 했던 것처럼 다른 사업장들도 그랬다.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최저임금 인상이 마냥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높은 임대료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법은 5년 이상의 임대인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던 윤경자씨는 임대차보호법이 상인이 아닌 건물주를 보호하는 법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남편인 김우식씨는 족발집에서 강제로 쫓아내려는 법원 용역들에게 맞서다가 손가락이 부분절단됐다. 부부는 현재 족발집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가게에서 나가지 않고 버티는 중이다. 300만원이었던 월세를 1200만원으로 올리고 내지 못하면 나가라고 하는 건물주. 법원의 감정까지 받아 300만원의 월세가 적당하다는 자문도 구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무려 5년 이상을 일했던 공간이었다. 4년 이상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일했다는 그들. 이 공간은 그들에게 삶 자체이다.

작년 11월에 열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 법률개정안' 심사를 위해 모인 국회 법사위 소위. 이 날은 5년까지만 임대인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법에 대한 개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였지만 결과는 보류였다. 이번만이 아니었다. 항상 비슷한 의견으로 개정은 보류됐다.

"그 직원들 내가 오래 데리고 있으면 그 직원한테 손해를 끼치는 거 같은 생각도 들고 미안한 마음도 있고 그래요."

이러니 최저임금의 인상을 마냥 즐거워할 수 없었다.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박은호씨는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전수해준다는 약속을 하며 대형씨를 고용했다. 급여가 부족해 주말에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라도 하려고 한다는 대형씨의 말을 들으며 은호씨는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임금을 더 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의 경제 상황도 팍팍하기 때문이다. 결국, 직원들의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해결법은 무엇일까

동등한 방법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고용주와 노동자들의 충돌이 비교적 적은 영국의 상황을 보자. 영국 런던의 한 커피 전문점. 이 곳은 생활임금을 주고 있는 사업장이다. 임금이 낮아 직원들이 종종 퇴사하는 일들이 늘어나자 생활임금을 보장하기로 했다. 생활임금이 적용되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퇴사하는 직원들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사이도 좋아졌다. 시간당 한화로 약 1만 5천원의 금액. 런던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하다고 추정된 금액이다. 이를 적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버버리, 이케아 등의 큰 기업과 은행까지. 3천이 넘는 기업들이 스스로 적용 중이다.

물론, 모든 기업들이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을 주고 있지는 않다. 사정상 그러지 못한 곳들도 있다. 영국의 최저임금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영국은 저임금위원회가 매해 최저임금 결정한다. 저임금위원회는 250페이지가 넘는 장문의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의 선정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저임금위원회는 직접 기업들을 돌아다니면서 고용주들을 만나고 조언을 구한다. 매번 최저임금의 수준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적절한 근거와 소통이 기업들에게 위원회를 신뢰하게 만든다.

저임금위원회는 직접 기업들을 돌아다니면서 고용주들을 만나고 조언을 구한다. 매번 최저임금의 수준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적절한 근거와 소통이 기업들에게 위원회를 신뢰하게 만든다. ⓒ KBS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해가 되지 않을 것',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 저임금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에 명시되어 있는 최저임금의 인상의 조건이다. 저임금위원회는 이를 말로만 하지 않는다. 직접 기업들을 돌아다니면서 고용주들을 만나고 조언을 구한다. 매번 최저임금의 수준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적절한 근거와 소통이 기업들에게 위원회를 신뢰하게 만든다.

물론, 적절하게 선정된 최저임금이라고 해도 모두가 충분히 생활할 만큼이 되지는 않다. 그것에 대비해 정부에서는 근로 소득 장려 제도를 마련했다.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이외에 고정 수입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기는 하다. '일자리 안정지원금' 정책이다. 근로자 1명당 월 최대 13만원을 사업주에게 지급해주는 제도지만 빈틈이 많다. 직원 30인, 월 급여 190만 원 이하. 적용받을 수 없는 이들이 많다. 고용주들은 말한다. 결국 '그림의 떡'이라고.

영국의 경우를 보니 단순히 최저임금을 급하게 올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이 분명해 보였다. 여러 문제를 제쳐두고 진행된 최저임금 인상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용주들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고. 노동자들은 일할 시간이 줄어 비슷한 임금을 받고.

다시 방송 화면으로. 한 남성이 지하철을 기다리며 졸고 있다. 그는 1시간 정도의 거리를 졸면서 간다. 3명의 딸을 둔 대형씨다. 그의 꿈은 소박하다.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보는 것. 그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그런 의미다. 작은 꿈을 이뤄줄 수 있는 희망.

마냥 모두에게 긍정적이기만 하지는 않은 최저임금 인상.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최저임금 인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누군가의 삶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영화와 드라마에서 현실을 읽어냅니다. 예능과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유를 해봅니다. 독특하고 독하게 청년의 감성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독(讀)한리뷰입니다.
최저임금 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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