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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이라고 누구나 자연과 함께 하는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건 아닙니다. 바쁜 일상에 지친 제주토박이 부부가 제주 안에서 또다른 삶을 꿈꿉니다. 직접 집을 짓고,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 나가며 새로운 삶을 위해 꿈꾸고 도전해갑니다. [편집자말]
다시 시작된 집짓기
▲ 게스트하우스공사 다시 시작된 집짓기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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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집짓기가 다시 시작됐다. 다시 또 각관으로 골격을 세우고, 나무를 자르고, 붙이고... 4년 전, 건축의 '건'자도 몰랐던 내 남편은 어느날 내 앞에 서더니 커다란 결심을 했다며 다음과 같이 이야길 했다.

"여보. 내가 직접 짓는다."

그렇게 혼자 집을 짓겠다고 아내인 내 앞에서 떵떵거리며 자신했다. 그 힘든 순간에도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배우며 집을 지어나간 남편. 건축 일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 그것도 혼자서 짓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나중에 다 짓고 집을 완성하더니, 그때 남편이 내게 하는 말.

"내가 다시 집을 짓나 봐라~, 여보. 집짓는다고 내가 얘기 했을 때 그때 나 좀 말려주지 그랬어."

다시는 집 짓는 일을 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 내 남편은 처음 집을 지었을 때보다 뭔가 더 신난 모습이다. 사실 이번에는 집짓기라기보다 그동안 지어두었던 별채 2곳을 뜯어 고쳐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한번 집을 지었던지라 이제는 자재를 고르는 일도, 공구를 사용하는 일도 너무나도 능수능란하다.

"아니, 다시는 집짓는 일 안 한다지 않았어?"
"그거야 그만큼 힘들었다는 표현이었지."

사실은 집을 다 짓고 나서 굉장히 아쉬웠단다. 이제야 뭔가 집짓기가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며. 다시 시작하면 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말하는 남편. 그렇게 또 시작된 우리들의 꿈, 게스트하우스 공사. 이번 게스트하우스 공사는 뭔가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4년 전, 그때도 기대감은 컸다. 적어도 우리 부부한테는. 하지만 주변에선 콧방귀를 뀌는 이들이 많았다.

"아니... 집 한 채 지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 도대체 뭔 생각으로 집을 지어?"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지, 왜 저리도 사서 고생을 하는 걸까?"
"무식한 거야? 용감한 거야? 설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남편도 남편이지만 그때 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남편의 집짓기를 열렬히 응원해 줬던 것일까? 할 수 있다는 남편의 말이 일단은 믿음직스러웠으며, 또한 우리 부부가 자주 얘기해왔듯이 이 넓은 세상에 우리만의 땅이 없다는 게 아쉬웠고, 그렇게 우리만의 땅을 찾아 우리만의 드림하우스를 만들고 싶었다.

이래저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해답은 저렴한 땅을 구입해 직접 짓는 것. 그렇게 우리만의 땅을 구입하고, 남편이 직접 집을 짓는 계획까지 세우게 되었다.

나 또한 돕고 싶었지만, 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더군다나 둘째 지율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함께 집을 짓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당시 하필 저녁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로 일하고 있던지라, 방송이 끝나는 저녁 시간까지 종일 사무실에 박혀 지내있어야 했기에 집짓는 공사 현장은 늘 저녁 시간 방문이다.

방송이 끝나면 급하게 아들 지상이의 어린이집으로 향하고, 그렇게 아들과 다시 공사 현장으로 가서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남편을 찾았다. 남편은 집짓기 중 가장 힘든 게 다른 무엇도 아닌 외로움이라고 말해왔다. 온통 밭밖에 없고 아무도 없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기도 했을 것이다.

거기다 깜깜한 밤 시간에도 공사가 이어졌기에 "무서운데 안 올거야? 언제 와?" 이렇듯 내게 전화해대기 바빴다(이럴 때는 은근히 어린애 같다고 해야 하나?). 나 또한 함께 돕기를 원했지만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응원, 이런 것밖에 없었다. 찾아가서 힘내라 말하고 혼자 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주고. 이게 다였다.

주말을 이용해 남편의 집짓기 현장 방문
▲ 집짓기 주말을 이용해 남편의 집짓기 현장 방문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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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힘들면 사람 불러서 같이 하지."
"무슨 소리야? 요즘 인건비가 얼만데. 거기다 사람 관리하는 것도 일이고."

하긴, 여기저기서 얘기를 주워듣기를, 그날그날 일당을 주며 기술자를 쓰게 되더라도 하루하루 시간만 끌고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결국은 인건비는 더더욱 늘어 공사비만 부풀어 오르게 되더라는 소리를 곳곳에서 들어왔다(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더군다나 집주인이 건축에 문외한이다 보면 대개는 업자들에게 끌려 다니는 집짓기를 하게 되고, 건축주가 원하는 계획에서 많이 벗어나게 되더라는 얘기 또한 들어왔다. 우리가 계획한 집짓기가 오히려 우리의 바람을 담은, 우리만의 주체적인 집짓기가 가능하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남편 또한 혼자서 자유자재로 우리의 드림하우스를 지어 보겠다 이야기하며, 퍽이나 설레더라는 것이다.

"내가 말이지, 사실은 오래전부터 스스로 집 한번 짓고 싶다~이런 꿈을 갖고 있었거든."

꿈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니던가. 설레임과 함께 도전하게 하는 어떤 힘이 있다. 물론 험난한 과정 또한 같이 따라가지만, 그 험난한 과정을 이겨내는 그 성취감의 짜릿함이란, 경험한 이들은 알 것이다.

그래도 너무 무모한 도전 아니냐는 주변의 반응과 시선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이제 시작인 왕초보라는 큰 단점도 있다지만 어쩜 오히려 왕초보라는 사실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보다 꼼꼼히! 한번 더 생각하고 한번 더 고민하게 되고 또한 보다 열정적일 수 있으리라.

"그래, 왕초보라는 타이틀도 충분히 장점으로 극복이 가능하다고!"

현재로 다시 돌아온 지금. 지난 4년 전의 집짓기가 남편에게 또 다른 경력이 돼 확실히 전과는 다르다. 척척척 손놀림이 다르고, 여유 또한 늘었으니. 자신만의 집짓기 노하우가 생겨났다고 해야 하나?

경험 덕에 이제는 그리 어렵지 않은 집짓기로 요즘 한창 신나게 공사를 진행하는 남편. 내가 가진 여건과 상황에 맞게 그렇게 장점은 내가 찾고 만들어 가는 게 아닐까?

다시 시작된 공사
▲ 게스트하우스공사 다시 시작된 공사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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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주토박이부부, #집짓기, #게스트하우스공사, #제주도, #꿈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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