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UFC 중계를 시작한 국내의 케이블 방송국은 다소 낯선 종목이었던 UFC를 소개하기 위해 UFC가 '막싸움'이 아닌 정해진 룰에 따라 경기를 치르는 '스포츠'임을 강조했다. 당시 홍보 영상에는 지금만큼 유명하지 않았던 '스턴건' 김동현과 '사랑이 아빠' 추성훈도 등장했다. 실제로 UFC에는 조르주 생 피에르처럼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전략으로 승리 공식을 만드는 파이터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UFC를 즐겨 보는 대부분의 격투팬들은 GSP처럼 승리를 위해서라면 다소 지루한 경기내용도 감수하는 전략가보다는 화끈한 경기 스타일을 가진 전사들을 더 좋아하기 마련이다. 코너 맥그리거가 빠른 기간 안에 슈퍼스타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도 화려한 입담과 함께 경량급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90.5%의 높은 피니쉬율이 있었기 때문이다(물론 지금은 각종 기행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챔피언 벨트를 박탈 당했지만).

오는 1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 그랜데일의 힐라리버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on Fox 29 대회 메인이벤트에서는 격투팬들의 원초적인 감성을 자극할 파이터들의 라이트급 맞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UFC에 진출할 때부터 이미 후진기어가 고장나 있던 '하이라이트' 저스틴 게이치와 체급을 올린 후에도 여전히 화끈한 파이팅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더스틴 포이리에가 그 주인공이다.

쓰러지든 쓰러뜨리든 무조건 전진하는 파이터 게이치

 포이리에(왼쪽)과 게이치는 라이트급 내에서 화끈한 경기 스타일로 유명한 파이터다.

포이리에(왼쪽)과 게이치는 라이트급 내에서 화끈한 경기 스타일로 유명한 파이터다. ⓒ UFC.com 화면 캡처


UFC 13승 경력의 김동현은 데뷔 초기 한국과 일본의 중소 단체에서 활약하면서 9승1무 6피니쉬라는 화려한 전적을 쌓고 옥타곤에 입성했다. 김동현은 UFC 데뷔전에서 제이슨 탄을 KO로 제압했지만 이후 스타일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동양권에선 압도적이었던 김동현의 체격과 파괴력도 UFC에서는 평범한 수준에 불과했던 것. 김동현은 레슬링을 앞세운 압박형 그래플러로 변신하면서 생존해법을 찾았다.

이렇듯 UFC는 세계 각지의 중소 단체를 평정했던 선수들도 평범한 선수로 만들 만큼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다. 실제로 작은 단체에서 화려하고 완전무결한 성적을 가지고 UFC에 입성했다가 옥타곤의 쓴 맛을 보는 파이터가 한 둘이 아니다. WSOF라는 단체에서 활약하면서 라이트급 챔피언에 올라 5차 방어까지 성공한 게이치 역시 17승 무패 14피니쉬(13KO 1서브미션)라는 완벽한 성적으로 옥타곤에 입성했다.

첫 상대는 라이트급에서 잔뼈가 굵은 마이클 존슨이었다. 존슨은 네이트 디아즈,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에게 패했지만 토니 퍼거슨, 에드손 바르보자 같은 빅네임들을 제압했던 라이트급 상위권의 만만치 않은 강자다. 하지만 게이치는 존슨에게 연타를 허용하고도 놀라운 정신력으로 버텨냈고 결국 2라운드 후반 니킥에 의한 KO승을 거뒀다. 두 선수의 경기는 2017년 최고의 경기로 선정됐고 게이치는 단 한 경기로 격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연말에 만난 두 번째 상대는 라이트급 전 챔피언 에디 알바레스였다. 게이치는 존슨전과 마찬가지로 공격 일변도의 경기를 펼쳤지만 알바레스는 존슨보다 훨씬 노련한 상대였다. 게이치는 알바레스를 몰아붙이는 듯했지만 체력이 고갈된 3라운드에서 알바레스의 강력한 니킥에 맞고 그대로 무너지며 생애 첫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게이치는 준비한 것을 다 보여줄 수 있어 만족한다며 남자답게 패배를 인정했다.

라이트급 6위까지 올라간 게이치는 15일 5위 포이리에를 상대한다. 포이리에는 11KO 6서브미션 5판정이라는 전적이 말해주듯 타격과 그라운드 능력을 모두 갖춘 강자지만 게이치는 그런 포이리에를 상대로도 '닥치고 공격'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만약 게이치가 지난 2경기에서 보여준 것 이상의 능력치를 보여주며 승리한다면 다음 경기는 타이틀 도전권이 걸린 경기가 될 수도 있다. 포이리에전이 게이치의 커리어에 매우 중요한 이유다. 

할러웨이에게 서브미션 패배 안긴 사나이, 라이트급에서도 승승장구

 아데사냐는 미들급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재능을 갖춘 신성이다.

아데사냐는 미들급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재능을 갖춘 신성이다. ⓒ UFC.com 화면캡처


포이리에는 1989년생으로 아직 만29세의 젊은 파이터지만 어느덧 UFC 경력 8년 차가 됐을 만큼 경험이 풍부하다. 국내 격투팬들에게는 지난 2012년 5월 '코리안 좀비' 정찬성에게 서브미션으로 패한 상대로 유명하다. 당시에도 포이리에는 5연승을 거두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그 중에는 현 페더급 챔피언 맥스 할러웨이도 있었다(할러웨이의 커리어에 유일한 서브미션 패배를 선사한 상대가 바로 포이리에다).

정찬성에게 패한 후에도 꾸준히 페더급에서 활동하던 포이리에는 컵 스완슨과 맥그리거에게 패한 후 힘든 감량에 대한 부담 때문에 라이트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흔히 감량 부담 때문에 체급을 올린 선수들은 큰 체구의 선수들을 상대로 고전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미 WEC 및 중소단체에서 라이트급으로 활동했던 포이리에는 새로운 체급에 금방 적응했다.

라이트급 전향 후 카를로스 디에고 페라이라와 얀시 메데이로스, 조셉 더피, 바비 그린을 상대로 4연승을 거둔 포이리에는 2016년 9월 마이클 존슨에게 라이트급 전향 후 첫 패를 당했다. 하지만 포이리에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작년 한 해 동안에만 3경기를 치러 2승을 거뒀다(알바레스전은 포이리에가 손을 바닥에 짚은 상태에서 알바레스의 니킥이 들어가면서 무효 경기로 처리됐다).

비록 자신보다 랭킹은 낮지만 포이리에에게도 게이치전은 매우 중요하다. 게이치는 라이트급 전향 후 포이리에가 이기지 못한 두 선수(존슨, 알바레스)와 모두 격돌한 경험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만약 포이리에가 게이치를 꺾으면 앞선 패배와 무효경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무엇보다 두 선수 모두 공격 일변도의 화끈한 경기를 추구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번 대결을 기다리는 격투팬들의 기대는 매우 높다.

한편 UFC on Fox 29 대회에서는 190cm의 신장에 203cm의 팔길이를 자랑하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이스라엘 아데사냐가 이탈리아의 젊은 파이터 마빈 베토리를 상대로 UFC 2연승에 도전한다. 축복 받은 신체조건을 두루 활용하는 파이팅 스타일로 '리틀 존 존스'로 평가 받는 아데사냐가 13경기 연속 KO승을 이어가며 미들급의 다크호스로 떠오를지 주목되는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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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C ON FOX 29 저스틴 게이치 더스틴 포이리에 이스라엘 아데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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