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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 오후 3시 <미투를 넘어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로> 토론회가 한국여성노동자회와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이영희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무국장(공인노무사)이 발표하고 있다.
 ▲ 10일 오후 3시 <미투를 넘어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로> 토론회가 한국여성노동자회와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이영희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무국장(공인노무사)이 발표하고 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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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의 많은 사례는 전형적인 직장 내 성희롱이며 이 문제의 주무부처는 고용노동부이다. 고용노동부는 더 이상 여성가족부와 경찰 뒤에 숨지 말고, 하루빨리 고용평등과를 부활시켜 이제라도 주무부처로서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폭발적이다. 그동안 반성폭력운동이 주로 사인간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것이었다면 최근 미투 운동의 많은 사례는 업무나 고용 관계, 즉 위계적인 일터의 권력관계에서 일어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고발하기 어려워 참고 참다가 터져 나온 것이라는 특징이 있다.

즉 이 사건들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의 문제일 뿐 아니라 생계와 노동권과 관련이 있다는 점, 위계적 남성중심적 직장·조직문화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 법보다 조직이 더 가깝기 때문에 직장을 잃거나 평생의 직업적 전망을 모두 희생할 각오를 해야만 고발할 수 있다는 점, 고발을 해봐야 조직 내외부에서 모두 제대로 된 해결과 법집행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명예훼손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대중에 대한 폭로라는 형식으로 절박하게 고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특징이 있다.

또, 이제라도 이러한 문제들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온 것은 그나마 이러한 폭로를 할 수 있는 여성들이 각 사회 영역에서 이 정도의 목소리는 낼 수 있을 정도로 살아남아 있는 덕이기도 하다.

이는 노동권과 조직의 문제다. 조직 내 성차별적, 성폭력적인 문화를 성평등한 문화로 바꾸고,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조직 내 규범을 만들어 그 규범이 제대로 집행되도록 해야만 근절할 수 있는 것이다. 수사와 가해자 개인에 대한 처벌 중심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이것이 '직장 내 성희롱'을 규율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고평법')의 취지와 방식이다.

이 문제는 일터의 권력관계에서 일어나는 성적 침해일 뿐 아니라 노동권 침해의 문제이며, 조직 내 성차별에서 기인하는 것이고,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평등하고 안전한 근로조건의 확보이다. 때문에 노동법의 일종이며 고용상 성차별을 규율하는 고평법이 사업장에서 행위자를 적절하게 조치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조직 내 성폭력을 예방하도록 규율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의 주요 법률은 고평법이며 주무부처는 고용노동부이고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의 집행기관인 각 지역별 지방고용노동관서(지방노동청, 노동지청)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법률의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시정조치하는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전국의 수백만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반 노동자의 직장 내 성폭력 문제는 여전히 은폐되고, 미투 운동은 몇몇 유명인사에 대한 폭로와 수사에 대한 대중의 흥미와 가십으로 끝날 수도 있다. 이는 미투 운동의 가장 나쁜 전망이다.

성폭력 늘어나는데...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


그러나 정부의 미투 운동에 대한 대책들은 고용노동부가 이 문제의 주무부처라는 것을 고용노동부를 포함한 정부 전체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책에 등장하는 주요 부처는 여성가족부와 경찰인데, 여성가족부는 전국 수백만 사업장을 감독할 집행력(인력, 조직, 권한)이 없고, 경찰(검찰)은 성폭력 가해자 개인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할 뿐 피해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사업장 감독 권한이 없다.

예컨대 정부는 대책에서 '피해자 해고 등 2차 피해 확인 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처분에 대한 규정을 구체화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관련 법률은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성폭력피해자에 대해 해고 등 불이익을 준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 해고나 불이익 처분은 근로기준법과 고평법 위반사항이고, 성희롱 피해자 불이익 처분은 고평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어 성폭력방지법보다 형량이 더 높게 규정되어 있으며, 최근 법개정을 통해 불이익을 구체화, 상세화하고 있다. 또한 부당한 해고나 징계, 그 밖의 다양한 인사상 불이익은 노동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진정, 고소, 신청할 수 있는 등 다양한 노동법상 제도가 있다.

즉 일터에서의 성폭력의 2차 피해의 대부분은 사업장에서 사업주의 인사처분이나 고용관행으로 발생하는 것으로서 고용노동부가 사업장 전반의 노동인사문제에 대한 근로감독을 통해 법위반사항을 적발하고 지도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마저도 형량도 더 적은 법률을 들어 가해자 처벌을 주로 하는 경찰 업무로 처리하도록 하는 것으로 대책이 발표되었다는 것은 직장 내 성폭력 문제의 특징이 무엇인지, 주무부처가 어디여야 하는지에 대해 고용노동부를 포함한 정부 전체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또 상시 주무부처의 집행 기능을 도외시한 이러한 대책들이 "특별조사"와 같은 표현에서 볼 수 있듯 특별하고 임의적이며 한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직장 내 성폭력 문제는 한시적이고 특별한 문제가 아니다. 이는 성차별적인 조직문화가 존재하는 한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직장 내 성폭력을 근절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고용상 성차별이 폭넓게 규율되고 사업장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고 보호하는 방향으로 성희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지도 감독되어야 하며 이러한 법률을 집행할 상시 조직과 인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고용노동부(지방고용노동관서)의 역할이자 권한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주무부처의 역할을 완전히 방기하고 있다. 고용상 성차별(성희롱) 피해자는 근로기준법과 고평법 위반에 대하여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진정, 고발, 고소 등을 할 수 있으나, 담당공무원인 근로감독관의 비전문성과 무성의로 이 법률은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최근 5년간 성차별 사건 연평균 처리건수는 14건이고, 성차별 사건에 비해서는 비교적 문제제기가 용이한 성희롱 사건은 2013년 이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2,734건 중 시정완료는 307건(11%), 기소는 14건(0.5%), 사업장내 책임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359건(13%)에 그쳤다.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진정 사건은 2012년 249건에서 2016년 556건으로 2배 이상 증가하였으나 관련 지도점검 사업장수는 2012년 1,132건에서 2016년 533건으로 오히려 절반 이하로 감소하였다. 2017년 현재 필자가 몸담고 있는 민간단체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는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에서만 한 해 성차별, 성희롱 상담건수가 1,800건을 넘는 현실인데도 말이다.(민간단체 고용평등상담실은 전국에 21개소가 있다.)

또한 민간단체 고용평등상담실이 피해노동자와 함께 실제 진정한 사건 처리 경험을 보면, 진정접수 후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시간만 끌다가 진정을 취하하라거나, 사건이 안 되니 돌아가라고 하거나, 출장 중 발생한 사건에 대해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하거나, 행위자나 사업주 조사는 안하고 피해자만 반복적으로 출석시켜 조사하며 괴롭히거나, 회사가 허위로 제출한 자료에 대해 확인도 하지 않고 시정된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하거나, 성희롱 사건 조사를 담당이 아닌 남자 근로감독관이 다 들을 수 있는 개방된 공간에서 하여 피해자에게 재차 굴욕감을 주거나, 과태료 처분으로 사건이 종결되어 피해자가 과태료가 얼마인지 묻자 본인에게 갈 돈도 아닌데 왜 묻냐는 식으로 말하며 피해자를 면박주거나 하는 등 기가 막힌 사례들로 가득하다.

없어진 고용평등과, 정부는 의지를 잃었다

이상에서 보듯이 일선 근로감독관은 고평법 위반 사항을 제대로 처리하여야 한다는 원칙도 사명도 의지도 전문성도 없는 것으로 보이며 고용노동부 지방노동관서는 고평법상 직장 내 성희롱 규율의 집행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양적으로, 질적으로 방기하고 있다. 왜 그러는 것일까? 바로 지방고용노동관서의 고용평등과를 폐지해버렸기 때문에 이를 집행할 구조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지방노동관서 근로감독관은 법률에 의해, 노동관계법령 집행을 위해 사업장 근로감독과 신고사건의 접수 및 처리를 해야 하며, 사업장 등 현장조사, 서류 제출 요구, 사용자와 근로자에 대한 심문을 할 수 있으며, 범죄 혐의을 인식했을 때에는 수사를 개시하여야 하는 등 막강한 권한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이 1998년 처음 제정될 때부터 주요 부서로 존재했던 지방고용노동관서의 고용평등과(이전 근로여성과)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6개월인 2010.7.2일자 시행 규칙에서 폐지된다. 고평법 및 근로기준법 제5장(여성과 소년)의 적용과 그 위반에 대한 조치, 남녀고용차별의 개선, 사업장의 육아휴직 지도, 여성 및 연소근로자의 보호·지도 등의 업무를 하도록 되어 있는 고용평등과가 폐지되고 모두 근로개선과로 통합되면서 지방노동관서는 고평법 적용과 위반에 관한 조치를 거의 하지 않게 된 것이다.

고용평등과의 폐지는 아마도 이명박 정부 이후 고용상 성차별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직무유기와 의지 없음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장면일 것이다. 이후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파견근로자,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연령 등 각종 차별에 대한 업무와 차별 시정 보호는 별도로 명시하고 사업장 특별감독의 중요 사유로 규정하면서도 고평법상 성차별 보호 업무는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즉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고용평등과를 폐지함으로써 고평법 업무 즉 성차별, 성희롱 업무를 집행할 구조를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각 청마다 1~2명씩 성희롱 전담 감독관을 지정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계획은 언발에 오줌누기 식의 임시방편일 뿐이다.

일터 성폭력 문제는 개별 '성폭력 사건'의 처리로 해결되지 않는다. 평등한 조직문화와 고용상 성평등이라는 더 큰 틀의 목적을 지향할 때에만 해결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미투운동에 응답하고자 한다면 더 이상 근거 법률에 대한 집행권한도 인력도 예산도 없는 여성가족부를 방패 삼아 임의적, 한시적 대책을 남발할 것이 아니다. 당장 고평법을 규율하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지역별 집행기관인 지방고용노동관서에 고용평등과를 부활시켜 고용평등에 대한 실질적 '법률의 집행'에 나서야 한다.

이제라도 직장 내 성희롱과 고용상 성평등 업무를 고용노동부의 중요한 업무로 인식, 격상시킬 수 있도록 중장기 로드맵을 계획하고 이에 걸맞는 예산과 인력을 집행해야 할 것이다.

[직장내 성폭력 STOP 다른 기사]
① "고용노동부가 미투운동 주무부처, 여가부 뒤에 숨지마라"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2018년 4월 10일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송옥주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공동으로 주최한 <미투를 넘어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로 : 직장 내 성폭력을 STOP할 수 있는 권리>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입니다.
* 이 글의 필자인 이영희님은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무국장이자 공인노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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