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지난 6일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판결이 나왔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보다 낮은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 원이 선고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을 보이콧해오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역시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에서 형량과 동시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 대목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 관련 부분이었다. 재판부는 이 대목을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은 삼성 공화국'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됐다. 이 판결을 분석해 보고자 지난 11일 서울교대역 근처 법률사무소 휴먼에서 김종보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정치 권력'에 대해선 시대정신 반영된 박근혜 1심 판결"

 법률 사무소 휴먼 김종보 변호사
 법률 사무소 휴먼 김종보 변호사
ⓒ 이영광

관련사진보기


-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 원이 선고됐어요. 어떻게 보셨어요?
"정치 권력엔 엄중한 판결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경제 권력엔 봐주기 판결이어서 아쉬움이 큽니다."

- '정치 권력에 엄중한 판결'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이 무엇인지, 왜 대통령의 권한이 남용돼서는 안 되는지 잘 판단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우리는 대통령이나, 장관 같은 고위 공무원이 자기랑 친한 사람에게는 혜택을 좀 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왔잖아요. 오히려 혜택을 줘야 의리가 있다거나 인간적이다라는 반응이 있었지요. 그러나 더 이상 공적 관계에서 그런 사적 친분이 개입돼서는 안 되고 고위직 공무원일수록 더욱 무거운 책임을 갖는다는 거예요. 대통령이라 해도 통치 과정에서 발생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대정신이 반영된 것 같아요."

- 검찰 구형은 30년이었죠. 구형보다 형량이 낮게 선고됐는데.
"원래 재판에서 검찰 구형 의견은 크게 중요하진 않아요. 검찰의 구형 의견은 검찰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거든요. 만약 이 사건에서 검찰이 구형을 낮게 했다면 검찰이 비난을 받겠지요. 어쨌든 재판부가 박근혜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한 것은 검찰의 구형 의견을 많이 반영한 것 같아요."

- 일각에서는 '최순실이 25년 구형에 20년 받았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은 30년 구형에 24년 받았다, 형량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어요. 현실성 있는 이야기인가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웃음). 재판부가 박근혜, 최순실 둘 다 1/5씩 깎아준 꼴이 됐지만, 일부러 그렇게 맞춘 건 아닐 거예요."

- 양형은 적당하다고 보세요?
"징역 24년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무기징역 아니겠어요?"

- 박근혜 1심 재판부는 최순실과 같죠. 그래서 그런지 안종범의 업무수첩을 증거로 인정했는데.
"국정농단과 관련해 김기춘, 문형표 등 여러 형사재판이 이뤄졌는데,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재판은 이재용 2심 재판밖에 없는 것 같아요. 증거법에 대한 판단은 박근혜 1심이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 부분은 최순실 재판에서 잘 판단됐고, 공동피고인이었기 때문에 다를 수가 없어요."

"삼성 관련 박근혜 1심 판결, 가장 납득하기 어려워"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 그런데, 이번에도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서 무죄가 나왔어요. 이번에 개헌할 때 '대한민국은 삼성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삼성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또다시 삼성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졌죠.
"그 부분이 가장 납득하기 어려워요. 박 피고인 1심 재판부는 2015년 7월 25일. 단독면담을 기준으로 그 전에 해결된 개별 현안들은 아예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잘라내 버렸어요. 심지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마저도요. 그리고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어요.

그런데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는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문제예요.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부터 시작됐지요.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승계하려고 한다는 걸 다 아는 사실이에요. 삼성도 부인하지 않아요. 특검은 이재용 승계작업을 '피고인 이재용이 최소한의 개인 자금을 사용해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하는 것'이라고 정확하게 정의했어요.

그런데 이번 박근혜 1심 재판부는 '삼성SDS 및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그것이 성공에 이르는 경우 이재용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 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된다'라고 하면서도,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해 이뤄졌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어요.

이 부회장은 1995년에 현금 60억8000만 원을 증여받고 16억 원을 증여세로 내요. 남은 돈 중 23억 원으로 삼성에스원 주식과 19억 원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사요. 두 회사는 곧바로 상장됐고, 이 부회장은 주식을 팔아서 562억 원을 벌어요. 1996년에는 제일기획과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사서 주식으로 전환해요.

이때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되지요. 그후 2015년 에버랜드는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꾼 다음 삼성물산과 합병했어요. 이 덕분에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최대주주가 됐고,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게 된 거예요. 60억 원을 손에 쥐고 20년 만에 시가총액 270조 원짜리 삼성그룹을 지배하게 된 거에요. 놀라운 일이지요. 이런 사실이 전부 증거로 제출됐는데, 경영권 승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정말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 이 부회장 항소심에서는 말 세 마리의 소유권이 삼성에 있기 때문에 뇌물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잖아요. 하지만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에서는 뇌물로 인정했어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박 피고인 1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 2심 판결을 좀 의식한 것 같아요. 굉장히 자세히 판단했는데, 결론적으로 1심 재판부의 판단이 맞다고 봅니다. 누가 진짜 사용하고 처분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하지, 누구 거라고 적어놓은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이 부회장 2심 판결이 가장 비판받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말 세 마리에 대한 가치평가를 잘못했다는 건데요, 대법원이 이건 잘못 판단했다고 파기 환송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봅니다. 그러면 횡령액이 최소 50억 원이 넘기 때문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최소 법정형은 5년 이상 징역이 됩니다."

- 그럼 이 부회장은 5년 이상 징역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인가요?
"그건 또 모르겠어요. 이번 이 부회장 2심 판결을 보니 아무것도 예측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하지만 일단 이 부회장은 2, 3년은 시간을 벌었어요. 그동안 착하고 좋은 일 많이 할 것 같아요. 어떻게든 형을 깎아보려고요. 예전에 이건희 회장이 1조 원 사회 환원하겠다고 했잖아요. 아마 그렇게 하지 않을까 싶어요."

- 그럼 사회 공헌 등으로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세요?
"정말 모르겠어요.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나올 거라곤 정말 상상하지 못했어요. 그런 결론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요."

- 올해 안 파기환송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올해 안에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아요. 대법원 입장에서는 박근혜 재판도 어차피 대법원으로 올라올 테니 한 번에 심리하려고 하지 않을까 싶어요."

"박근혜 입장에서는 법정 안 나오는 게 나았을 듯... 왜냐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6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1심 재판을 시청하고 있다. 2018.04.06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6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1심 재판을 시청하고 있다. 2018.04.06
ⓒ 최윤석

관련사진보기


- 지난해 10월 구속이 연장된 후부터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을 보이콧하고 선고 공판에도 불출석했어요. 양형에 영향을 줬을까요.
"양형에 영향을 줬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박 피고인 입장에서는 나오는 것보다는 안 나오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어요. 정치보복에 따른 희생자라는, 일종의 '신화'가 유지되니까요. 하지만 공소사실을 인정해버리면 신화가 깨지게 되죠. 죄를 지었다고 인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했다고 입증할 수도 없고. 애매했을 거예요. 아니면 그냥 재판에 나오기 싫어했을 수도 있고요."

- 1심 판결에 국정원 특활비는 안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재판이 따로 열리나요? 아니면, 병합되나요?
"따로 하지요. 지금 진행되고 있습니다."

- 병합하면 형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국정원 특활비 사건은 국정농단 사건과 경합범 관계에 있어요. 절차법적으로는 한 개의 재판절차로 진행될 수 있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따로 진행되고 있어요. 통상 따로따로 형벌이 선고되면 한 번에 선고되는 것보다 불리해요. 향후 어떻게 절차가 이뤄지게 될지는 모르지만, 병합된다면 형량이 낮아지는 것처럼 느껴지게 될 거에요. 현재는 각각 재판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추후 사후적 경합범 관계로 된다면, 나중에 선고하는 재판에서는 먼저 확정된 판결의 형량을 고려해서 형량을 정하게 될 거에요."

- 이후 재판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삼성 이재용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르기 때문에요."

- 지난 월요일(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소됐습니다. 여기에 4대강과 자원외교는 들어가지 않았어요.
"아직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니까요. 반드시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를 둘러싼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도 거부하고 기소되는 날 페북에 올라온 글을 보면, 모든 걸 부정하는데.
"MB 입장에서는 사실 이게 최선일 거예요. 자신이 뇌물 먹었다고 인정하면 모든 것이 무너져버리잖아요. 어차피 감방 가는 건데, 죄를 인정하고 자기 발로 가는 것보다는 나도 희생양이고, 억울하다며 끌려가는 모양새가 차라리 낫다고 보는 것 같아요."

- 이 전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데.
"아마 그럴 것 같아요. 틀리는 얘기로는 박 피고인 재판보다도 증거가 더 많이 모였다고 합니다. 본인이 부인하면 뭐하겠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이제 1심 재판이 끝났을 뿐입니다. 최종적인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아직도 몇 년은 더 남았어요. 많은 시민분께서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특히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관심이 식으면, 법원도 그만큼 소홀해 질 거에요. 판사도 사람인지라, '내가 맡은 재판을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구나'라고 느끼면 더 철저하게 재판을 하게 됩니다."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