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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다른 말로 표현을 하면 어떤 단어로 대신 할 수 있을까? 김희상 작가는 "꽃"이라고 대답한다. "꽃"은 어떤 꽃이든 다 예쁘다. 제 생긴 모습 그대로 피어나 제 시간을 살아가면서 주변을 거스르지 않는다. 김희상 작가가 서울 인사동 G&J 광주전남갤러리에서 <사람꽃 _ 희로애락>이라는 제목으로 오는 17일까지 개인전을 갖는다.

 G&C 광주전남갤러리 전시장에서 찍은 전시 풍경과 김희상 작가의 모습
 G&C 광주전남갤러리 전시장에서 찍은 전시 풍경과 김희상 작가의 모습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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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개인전 개최하시지요? 그동안 작업은 어떠셨어요?
"똑같지요. 2009년도부터 시작해 이번 전시회전까지 인물상을 180개 가까이 만들었어요. 5백 인물상을 만들겠다는 테마를 잡아서 하고 있는데 십 년쯤 되니 작업하는 게 좀 달라지네요.

처음에는 이 나한들을 만들 때 가능하면 사람과 닮도록 만들려고 애를 썼는데 지금은 흙을 다룰 때 손이 풀어지는 대로 느낌을 따라가요. 작업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오는 느낌이 있죠."

- 왜 하필이면 5백 나한을 하고 싶으셨어요?
"절을 가게 되면 5백 나한을 만나게 되는데 경북 영천 팔공산 뒤편 거조암에서 만난 5백 나한이 제 마음을 꽉 잡아버리더군요. 5백 나한은 중국에도 있고 일본에도 있어요. 나한상은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데 거조암의 5백 나한이 상호나 표정, 몸짓, 크기, 전체적인 형태를 드러내는 형상이 가장 우리 정서에 맞는 듯해요. 그냥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닮아있어요. 저는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나한이 아니라 이 땅을 밟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들고 싶었어요."
 전시장의 모습
 전시장의 모습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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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이란 일체의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어 중생의 공양에 응할만한 자격을 지닌 자로 불교에서 일컫는 말이다. 나한은 인간의 소망을 성취시켜준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조선시대에는 복을 주는 복전(福田)의 의미로 서민들과 가장 친숙한 존재로 여겼다. 좌대에 올려진 인물상들을 가까이 가서 본다. 표정도 눈짓도 몸짓도 다 다르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인상을 찌푸리거나 수심에 차 있기도 하다. 몸의 색깔도 다르다,

-인물상들의 색이 조금씩 다르네요. 금이 간 것도 있고요.
"흙 종류에 따라서, 가마의 온도에 따라서, 가마에 들어가서 놓는 위치에 따라서 색의 변화가 달라요. 어느 한 가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말한 세 가지 요소가 합쳐져서 각기 색깔, 표면의 질감이 달라지죠.

이 인물상들을 만들어 작업한 지 오래되다 보니까 작품을 보면 여기 놓으면 이렇게 나오겠다 저렇게 나오겠다 하는 감이 와요. 그러니까 가마 안에 위치를 잡을 때 정해지는 거지요. 가마 온도가 1200~1300도예요. 800~900도 정도 테라코타면 금이 안 가는데 금이 가기도 하고 그래요. 인물상이라는 조형이 구워내기가 그리 만만찮은 일이 아니라서."

 사람의 온갖 표정들이 스며 있다.
 사람의 온갖 표정들이 스며 있다.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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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가마에 넣어 구울 때 그 인물들이 가진 표정과 몸짓에 어울리는 색을 입히기 위해서 가마 안에서의 위치도 달라지는 구나. 한 가마 안에서도 입구와 안쪽의 불길이 다를 테니말이다. 어쩌면 사람의 삶과 결이 이렇게 닮는구나 싶다. 어떤 이는 자신이 느낀 것을 조금만 내비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격하게 내비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쉽게 잊기도 하는데 어떤 이는 평생 기억을 하고 사는 경우도 있다. 인물상들의 조금씩 조금씩 다른 색들을 보면서 문득 나는 어떤 색깔로 저 자리 어디쯤에 앉아 있는지 궁금해진다.

전시장 안을 김 작가와 함께 걸으며 설명을 듣다가 하얀 부조를 뒤에 둔 두 인물을 만난다. 인물상들보다 큰 얼굴을 가지고 있어 낮은 좌대에 앉아 있는 인물상들을 내려다 보는 듯하다. 어쩌면 부모처럼도 느껴지고, 부처님처럼도 느껴진다. 아주 편안하고 자애로운 표정이 가득하다.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도 하나의 작은 인물상이 되어간다.

 한지부조를 배경으로 불두로 만든 합의 전시 풍경
 한지부조를 배경으로 불두로 만든 합의 전시 풍경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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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를 가면 야외에 불상이 몸은 소실이 되고 머리만 남아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불두(佛頭)라고 해요. 이 작품은 그런 불두에서  모티프를 따왔어요.  얼굴 윗부분은 구름과 꽃 문양으로 머리장식으로 했죠. 사실 알고 보면 저것은 함이에요. 뭘 담아 놓는 용기죠. 그런 기능적인 면도 있으면서 장식적인 거죠."

집에 둔다면 나는 무얼 담을까? 작품이니 어쩌면 손 때 탈까 싶어 쉽게 만지지도 못하겠지만 뭔가 귀한 것을 숨겨두고 싶어진다. 구름과 꽃을 닮은 머리 장식을 보니 어쩌면 바람 소리가 제일 어울릴 듯도 하다. 계절이 지날 때마다 마음을 흔드는 바람소리를 담아 둔다면, 지나간 시간이 그리울 때 열어서 한 번씩 들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싶기도 하다.

 아기의 모습과 초벌구울 때 파손 된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아기의 모습과 초벌구울 때 파손 된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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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한편에 몸의 아랫부분이 깨어진, 우는 듯한 인물상이 놓여있다. 초벌을 구울 때 터져버린 작품이라고 한다. 삶이 있고, 죽음이 있다. 몸이 흘러 내린 듯하다. 어쩌면 조각조각난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내 몸이 좌대로 올라간 듯 그 앞에서 속절없이 흘러내린다. 내 앞에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 있다. 시 한 편이 생각난다. 눈이 뜨거워진다.

"구야, 니 고디가 새끼를 우째 키우는지 아나, 고디는 지 뱃속에다 새끼를 키우는 기라, 새끼는 다 자랄 때꺼정 지 어미 속을 조금씩 갉아묵는다 안 카나, 그라모 지 어미 속은 텅 비게 되것제, 그 안으로 달이 차오르듯 물이 들어차면 조그만 물살에도 동동 떠 내려간다 안 카나, 연지곤지 찍힌 노을을 타고 말이다, 그제사 새끼들은 울 엄마 시집간다꼬 하염없이 울며 떼를 쓴다 안 카나, 울엄마시집간다꼬 -, 울엄마시집간다꼬-"
-'울 엄마 시집간다 '중에서, 신철규

전시장에 놓여진 테이블에 김 작가와 같이 앉는다. 다시 처음부터 둘러 본다. 눈길을 먼저 뺏는 것들이 있고, 오래 뺏는 것들이 있고, 다시 뺏는 것들이 있다. 작품이 가진 저 마다의 호흡과 울림이 달라서일 거다.

어쩌면 감상자의 호흡과 울림에 서로 간섭이 일어나서 공명의 파동이 증폭되는 것일 거다. 앉아서 차분히 보니 하얀 부조가 눈에 들어 온다. 가까이서는 한 눈에 들어오지 않다가 멀리서 보니 한 눈에 들어온다.

-선생님 저 하얀 부조도 참 은은하니 좋네요. 빛이 그림자를 만들어 양감을 더해주니 독특해요.

"아, 저것은 제 순수 창작품은 아니고요. 조선시대 민화 연화도인데 열폭짜리 병풍이에요.  원래는 채색화로 되어있는데 하도 고와서 입체적으로 한 번 만들어보고 싶더라고요. 이쪽에 있는 것은 흙으로 만든 도판인데 흙판에다가 조각도로 파내고, 음각에 유약을 묻혀서 구워내요. 원형을 흙으로 만들고 석고틀을 떠요. 석고틀에 종이를 눌려내면 저렇게 종이 부조가 되고, 흙을 눌러서 빼면 흙부조가 되죠. 저 작품은 한지로 만든 건데 괜찮죠, 잉."

 흙으로 만든 부조와 작품의 일부
 흙으로 만든 부조와 작품의 일부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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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그들이(인물상) 작업실에서는 계단처럼 된 단에 올려져 있어요. 아침에 작업실을 열고 들어가서 아그들 보면서 차를 마시면 쫌 희한해요. 마주보고 앉아 있으면 이 180개 가까이 되는 인물들이 다 내 속으로 들어와요. 근데 또 내가 이 인물들 속으로 들어가요."

 전시장에 전시 되어 있는 인물상들의 모습
 전시장에 전시 되어 있는 인물상들의 모습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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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가 보다. 내 속에 있는 수많은 나를 끌어내어다가 하나하나의 인물상으로 만들었는가보다. 오늘은 살면서 만나온 사람들이 '나'와 '너'가 아닌 또 다른 나의 모습처럼 느껴져, 때로는 '나'를 섭섭하게도 한 '너'들이 조금은 가까이 느껴진다. '나'도 그런 '너'였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해주는 김희상 작가는 참 선한 눈매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내 맘속에 있는 슬픔이나 구겨진 '나'를 이야기하면 흙으로 매만져 1300도의 열로 구워 줄 듯하다. 잠시 나도 저 인물상들 속에 앉아 있기로 한다. 어쩌면 좀 더 오랫동안 앉아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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