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골 넣는 김선형 1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SK와 원주DB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SK 김선형이 역전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역전골 넣는 김선형 1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SK와 원주DB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SK 김선형이 역전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SK가 연장전까지 치르는 혈투 끝에 대반격의 서막을 알렸다.

SK가 12일 오후 7시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 원주 DB와 맞대결에서 101-99로 승리했다. SK는 원주에서 치러진 1, 2차전 패배 이후 홈에서 열린 3차전을 승리로 가져가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싱거운 승부가 예상됐다. 1, 2차전의 결과가 3차전 초반 흐름에 그대로 반영됐다. DB의 압도적인 분위기였다. 윤호영이 연속 3점슛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고, 로드 벤슨의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골밑 득점과 김태홍의 3점슛이 더해졌다. DB는 SK의 작전 타임 이후 번개 같은 속공을 연거푸 성공시키면서 점수 차를 15점 가까이 벌렸다.

SK는 답답했다. 1쿼터 3분 11초가 흐른 뒤에야 테리코 화이트의 골밑슛으로 첫 득점을 만들어냈다. 벤슨의 높이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골밑을 완전히 내줬고, 공격은 확률이 떨어지는 3점슛에만 의존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시도한 3점슛은 모두 림을 돌아 나왔고, 점수 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수비가 왜 이리 많아' 1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SK와 원주DB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DB 벤슨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수비가 왜 이리 많아' 1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SK와 원주DB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DB 벤슨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DB는 기세를 이어갔다. 윤호영의 패스가 두경민의 골밑 득점과 벤슨의 속공 덩크슛을 만들어냈고, 한정원이 3점슛을 터뜨렸다. 1쿼터 종료 4.9초 전에는 디온테 버튼이 이현석을 순식간에 따돌린 뒤 환상적인 덩크슛을 터뜨렸다. 최준용과 안영준이 블록슛을 시도했지만, 버튼은 머리가 골대에 닿을 정도로 날아올라 덩크슛을 내리꽂았다. 26-10, DB의 압도적인 우위였다.

2쿼터 초반 DB는 김민수와 제임스 메이스를 앞세운 SK의 추격에 잠시 주춤했지만, 이우정과 벤슨, 두경민이 득점에 성공하며 점수 차를 재차 벌렸다. 이런 상황이 반복됐다. SK가 화이트와 메이스, 최부경의 득점으로 추격해오면, 버튼의 덩크슛과 이우정의 3점슛, 두경민의 속공과 3점슛 등으로 달아났다. 54-37, 2쿼터도 DB의 흐름이었다.

3쿼터에 들어서면서 막다른 골목에 몰린 SK가 분위기를 잡기 시작했다. 안영준의 3점슛을 시작으로 최준용과 메이스, 화이트가 연속해 득점을 터뜨렸다. 결정적인 기회까지 찾아왔다. DB 골밑의 중심 벤슨이 3쿼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4반칙에 걸렸다. SK는 이를 놓치지 않았고, DB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67-78, 점수 차를 11점까지 좁혔다.

전반전은 버렸다... 승리를 위해

SK는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3쿼터까지 15분 7초의 출전 시간을 기록한 '에이스' 김선형의 침묵이었다. 그는 득점이 없었다. 날카로운 패스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돌파와 드리블 등도 보이지 않았다. 상대의 집중 견제에 부담을 느낀 듯했고, 버튼, 두경민과 앞선 대결에서 밀리는 모습이었다.

사전에 계획된 작전이었을까. 김선형은 명작 농구만화 <슬램덩크>에 등장하는 서태웅처럼 폭발하기 시작했다.

되살아난 김선형 1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SK와 원주DB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SK 김선형이 슛을 하고 있다.

▲ 되살아난 김선형 1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SK와 원주DB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SK 김선형이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70-80으로 뒤진 4쿼터 종료 7분 54초 전, 김선형의 첫 득점이 터졌다. 중거리 슛이었다. 3점슛인 줄 알았지만 라인을 살짝 밟았다. 다시 한 번 번뜩였다. 번개 같은 속공 득점을 연속해서 만들어냈다. 김선형이 폭발하면서 81-82, SK가 1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81-84로 뒤진 4쿼터 종료 3분 25초 전, 김선형이 3점슛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곧이어 빠른 돌파에 이은 득점으로 이날 첫 역전까지 만들어냈다. 4쿼터에만 무려 11득점을 몰아쳤다. 89-89, SK는 화이트의 마지막 슛이 림을 돌아 나오며 승부를 결정짓지 못했지만 김선형의 맹활약을 앞세워 분위기를 잡은 상태였다.

김선형이 경기를 끝냈다. 이제 막 경기를 시작한 선수처럼 순식간에 속공 득점을 만들어냈다. 두경민의 공을 빼앗아 빠르게 내달렸고, 버튼을 앞에 두고 환상적인 더블 클러치를 성공시켰다.

백미는 경기 종료 직전이었다. 99-99로 팽팽한 상황, 김선형이 마지막 공격을 준비했다. 종료 3초 전, 벤슨과 윤호영이 버틴 골밑 안쪽으로 파고들어 절묘한 결승 레이업을 성공시켰다. KBL 최고의 스타 김선형만이 해낼 수 있는 득점이었다.

'부담은 ↓ 자신감은 ↑', 챔프전은 이제부터

SK는 이날 전까지 챔피언 결정전 8연패에 빠져 있었다. 팀의 상징이자 KBL 최고의 스타인 김선형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김선형은 올 시즌 개막전에서 부상으로 쓰러졌다. 복귀까지는 무려 134일이 걸렸다. 플레이오프에 맞춰 코트로 돌아왔지만 정상적인 몸 상태와는 거리가 있었다.

정규리그 9경기에서 평균 21분 39초를 소화한 김선형은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면서 출전 시간을 대폭 늘렸다. 전주 KCC와 맞붙은 4강전 4경기에서 평균 31분 8초를 소화했다. 챔피언 결정전 3경기에서도 평균 28분 42초를 소화 중이다. 

다행히 제 몫을 해낸다. 4강전에서는 평균 10.75득점 2.8리바운드 7.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을 챔피언 결정전으로 이끌었다. 챔피언 결정전 3경기에서도 평균 11득점 3.7리바운드 4.7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부상으로 오랜 시간을 쉬었고, 예정보다 빨리 코트로 돌아왔다. 투혼을 발휘하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뛸 수 없는 상황이다.

메이스 슛 1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SK와 원주DB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SK 메이스가 슛을 하고 있다.

▲ 메이스 슛 1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SK와 원주DB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SK 메이스가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DB는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크지 않고, 많이 뛰는 농구를 구사한다.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다양한 선수들이 김선형을 집중적으로 수비하고 있다. 안 그래도 정상적인 몸 상태와 거리가 있는 김선형은 체력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도 상당했다. 김선형은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11득점 4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제 몫을 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2차전은 더 아쉬웠다. 두경민이 경기 시작과 동시에 부상으로 쓰러지며 코트를 떠났지만,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버튼(39득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이 골밑과 외곽을 가리지 않으며 맹공을 퍼부었고, 벤슨(17득점 15리바운드)이 골밑을 완전히 장악했다. 김선형이 7득점 4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활약했지만, 두경민의 공백을 아무렇지 않게 메운 DB를 이겨내지는 못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출전 시간을 줄이는 대신 승부처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기로 했다. 그 결과 3차전을 잡았다. 김선형은 4쿼터와 연장전에서만 15득점을 몰아치며 챔피언 결정전 첫 승리를 이끌었다.

SK가 14일 홈에서 치러지는 챔피언 결정전 4차전을 잡아낸다면 승부는 원점이다. 여전히 버튼을 막아내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벤슨의 골밑 활약을 제어하는 데 힘겨운 모습이지만 희망이 생겼다. 무엇보다 김선형이 부담을 덜고 자신감을 찾았다. 다사다난했던 올 시즌, 김선형은 생애 첫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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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K VS 원주 DB 김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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