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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때 상장회사 간 합병을 시도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현대모비스도 상장회사이지만, 둘로 쪼갰고 쪼개다 보니 각각은 비상장회사라고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의 복잡한 과정을 다 제외하고 핵심만 남겨보자. 분할비율, 합병비율, 분할합병비율 등은 최종목적지로 가기 위한 경로일 뿐이고, 현대모비스 분할사업부의 최종가치는 본질가치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본질가치는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로부터 계산된다.

우선, 수익가치는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해서 12.43조원으로 계산했다. 한편, 자산가치는 순자산을 기준으로 4.54조원으로 계산했다. 이를 1.5 대 1의 비율로 가중평균해서 9.27조원이라는 숫자로 본질가치를 산정했다. 이게 핵심이고, 나머지는 다 중간과정이다.

수익가치 자산가치
 수익가치 자산가치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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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회사로 간주되는 순간 생기는 헛점 두 가지...

이러한 과정에 어떤 함정이 내포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첫 번째, 수익가치 과소평가 가능성이다. 회계법인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다. 미래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그러한 보수적인 태도는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타당하다. 금융감독원의 기본방향도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보수적으로 산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현대모비스 분할사업부에 대해 매출액은 낮게, 매출원가는 높게 추정하는 것, 특히 영구성장율로 1%를 적용하는 것도 보수적인 관점에서는 타당하다. 문제는, 이러한 보수적인 접근방법을 특정한 대상 하나만 평가할 때에 쓰는 것과 둘 사이를 비교할 때에 쓰는 것은 무척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하나의 회사를 둘로 쪼개야 하는데, 한쪽에만 이렇게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다른쪽에는 평가를 생략해 버리면, 회사가치를 둘로 나눈 결과가 부당할 수밖에 없다.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은 이런 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두 번째, 자산가치가 40%를 반영된다는 점이다. 앞에서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가중평균한 수치를 보면, 두 수치 중 자산가치가 유독 낮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대모비스 분할사업부의 경우 자산규모는 크지 않은데 이익을 많이 내는 이른바 알짜자산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자산가치가 40% 반영되는 계산구조에서는 이렇게 알짜자산을 가지고 있는 쪽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똑같이 3억원을 상가에 투자할 것인데, 상가 A에서는 매월 500만원이 나오고, 상가 B에서는 매월 100만원이 나온다고 가정해 보자. 누군가가 똑같이 3억원이 투자된 것이니 상가 A와 상가 B가 동일한 가치라고 주장한다면, 그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상가 A는 연간으로 보면 6000만원을 벌고 있으니 수익율이 20%이고, 상가 B는 연간으로 1200만원을 벌게 되니 연간 수익율이 4%이다. 수익율이 크게 다른 두 상가의 가치가 동일할 수는 없다. 

두 사업부의 자산의 질(質, 이익을 창출하는 능력)이 다를 때, 자산가치를 아무런 조정 없이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금융권에서 NPL이라고 부르는 쓰레기 같은 자산이라도 일단 자산이 많으면 그만큼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대자동차그룹의 해명자료에 나온 연결경상이익 기준 총자산이익율도 분할사업부가 22.6%, 존속사업부가 3.6%로 6.3배의 차이가 있었다.

현행 규정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문제일까?

합병과 같이 회사의 장래에 큰 영향을 주고 주주의 재산에 막대한 변동을 초래하는 사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출석한 주주의 2/3 이상이 찬성해야만 합병이 승인된다. 이 때, 주주총회 승인은 법률적인 측면의 타당성과 함께 경제적 실질 측면의 타당성 모두 보유해야 이루어진다.

법적인 측면만 타당하면 문제없다는 주장이 옳다면, 번거롭게 주주총회는 열 필요가 없다. 법률적 타당성을 심도있게 검증한 법무법인 2~3개 의견서만 있으면 충분하다. 삼성물산 합병에서도 누차 지적되었지만, 규정에 맞는 합병비율 산정은 승인을 얻기 위한 하나의 요건일 뿐이다. 경제적 실질의 관점에서 이 합병비율이 타당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또 다른 중요한 요건이다.

합병승인 정당성
 합병승인 정당성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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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실질 측면의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자산가치가 40% 반영되는 규정을 살펴보자. 존속사업부와 분할사업부의 자산그룹의 질(ex. 총자산이익율)이 크게 다르다는 것은 규정에 따른 수치와 경제적 실질과의 괴리가 증가함을 의미한다. 현행 규정을 따랐다고 해서 주주들이 무조건 승인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 된다.

기준시가에 따른 총액을 동일한 방법으로 두 회사에 배분하자

제도적으로 좀 더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분할되는 회사가 상장회사라면,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 정한 기준시가(주가에 따라 산정된)가 존재한다. 그것으로 총 가치를 산정할 수 있다.

존속사업부와 분할사업부로 나누는 비율을 산정할 때에는 두 사업부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일한 방법론을 적용하고, 동일하게 보수적으로 하거나 동일하게 공격적으로 접근하면 된다.

예를 들어 미래의 현금흐름을 추정하고, 이를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현금흐름할인법은 이론적으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이 방법의 단점은 평가자가 어떤 가정(보수적 or 공격적)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차이난다는 것인데, 두 부분에 같은 수준의 가정을 한다면 단점이 보완될 것이다.

상대가치법도 동일한 수준에서 적용된다면 좋은 대안이 된다. 반면, 자산기준 접근법 적용은 유의해야 한다. 자산의 질이 다를 때 왜곡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체회사의 기준시가에 따른 총 가치를 산정한 후, 동일한 방법에 따라 산정된 두 부분의 가치를 기준으로 그 총 가치를 배분한다면, 분할사업부의 가치를 계산하는데 있어 현재의 방법보다 합리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번 분할합병에 사용한 꼼수를 방지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부터 적용해 보면...

현대모비스 분할사업부를 현금흐름할인법으로 계산한 가치가 12.43조원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존속사업부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 같은 보수적인 접근으로 얼마의 가치가 나오는지 제시해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강조하는 투자사업의 현금흐름까지 전부 포함해서 미래현금흐름을 추정하고 그것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결과가 18조원이 나오지 않는다면, 현재의 분할비율 40%는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입증되는 것이다.



태그:#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본질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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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으로 일하는 회계사입니다 '숫자는 힘이 쎄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힘 쎈 숫자를 권력자들이 복잡하게 포장하여 왜곡하고 악용하는 것을 시민의 편에 서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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