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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정동 세실극장 앞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날 옹후 2시에 세실극장 재개관 기념식이 열려서다. 이날은 지난 1월 경영난으로 폐관된 42년 역사의 정동 '세실극장'을 서울시가 장기 임대해 재개관하는 날이었다.

정동 세실극장 재개관 기념식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
 정동 세실극장 재개관 기념식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
ⓒ 황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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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기다리던 이상만(64)씨는 "재개관할 줄 몰랐는데 전통 있는 세실극장이 재개관한다고 하니 뜻깊은 날이다"고 말했다. 함께 기다리고 있던 박경순(49)씨는 "시민들을 위해서 폭넓게 이용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익숙한 얼굴도 보였다. 배우 윤주상(70)씨는 "서울시에서 인수해서 연극이 자유롭게 여기서 공연될 수 있도록 운영한다니까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다시 서 보고 싶은 무대이기도 하다"며 "개인적으로 아주 익숙하고 친숙한 무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극장 객석 규모에 비해 무대가 크고 돌출 돼 있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무대다"며 "앞으로 명작들이 많이 공연됐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재개관을 알리는 테이프 커팅식
 재개관을 알리는 테이프 커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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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은 테이프 커팅식으로 시작됐다. 테이프 커팅에는 황선엽 정동지역협의체 위원장,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 김정옥 연극연출가, 김정태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장, 송형종 서울연극협회장, 원로배우 박웅 등이 참여했다.

많은 시민들이 재개관한 정동 세실극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많은 시민들이 재개관한 정동 세실극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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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한눈에 볼 수 있는 세실극장의 역사
 입구에서 한눈에 볼 수 있는 세실극장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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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활기 되찾길 바라

이어 극장 앞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이 재개관한 세실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부터 세실극장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이후 시작된 기념식 행사 진행은 배우 남명렬·성병숙씨가 맡았다. 행사안내 및 내빈소개에 이어 축사가 있었다.

축사에서 원로배우 박웅씨는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를 이 극장에서 했다는 것 자체가 이 극장이 역사성을 보여준다"며 "연극계가 전에 없이 불황으로 힘들지만 이 극장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계기를 통해 연극계도 다시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원로배우 박정자씨는 "문화재생이라는 말을 오늘 여기 와서 처음 들었다"며 "문화에 재생이 있는가"라며 문화계 현실을 이야기했다. 이어 "문화가 언제까지 재생이어야 할까,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할까"라며 "좋은 환경에 멋진 극장다운 극장을 서울시에서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황선엽 정동지역협의체 위원장은 극적으로 되살린 이 문화명소의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해 정동역사문화재생의 정신을 넘쳐흐르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진행을 맡은 배우 남명렬·성병숙
 진행을 맡은 배우 남명렬·성병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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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의 가치를 담는 문화공간으로

다음으로 서울시 관계자들의 축사가 있었다. 김정태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장은 "재생사업은 옛날처럼 밀어붙이는 재개발이 아니라 사람·문화·장소 중심의 재생사업이 돼야 한다"며 "서울시민의 삶뿐 아니라 서울시민의 문화의 삶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성공회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이 사업 역시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성공회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서정협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작년 연말 폐관 소식으로 서울시도 고민에 빠졌다"며 "많은 분들을 찾아 뵙고 자문도 듣고 도움도 요청하면서 방안을 찾았고 오늘 뜻깊은 자리로 마련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서 본부장도 "세실극장 보존에 대해서 이해와 공감을 해주시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신 대한성공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울시의 '정동 문화재생'에 관한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의 발표가 있었다. 진 본부장은 "대한제국 역사뿐 아니라 시대정신도 기억해야 한다"며 "정동에는 6·10 민주항쟁과 촛불문화제에 이르기까지 120년의 역사 속 개혁과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정동 일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전환기마다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현장이다"며 "6·10 민주항쟁 이전에도 시국선언의 장소이자 문화의 중심이었고 문화 활동을 통해 시대비판과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는 문화운동의 거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진 본부장은 "다시 만난 세실극장은 문화예술의 무대를 넘어 정동의 가치를 담는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할 것이다"며 "정동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지역을 활성화시키는데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다"고 세실극장의 미래를 그렸다. 그는 "첫 번째 운영자로 선정된 서울연극협회가 대한민국 1번지의 명성을 이어가면서 정동 활성화에 기여하는 공간으로 잘 운영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동역사와 시대정신을 담은 문화공연, 청소년을 위한 연극 활동, 정동 역사와 서울을 주제로 한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극장 옥상은 덕수궁·성공회 성당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이 되기를 원했던 설계자의 의미를 살려 특별한 높이에서 정동을 즐길 수 있는 경관 명소로 만들어가겠다"며 "세실극장을 찾는 시민들은 덕수궁 돌담길, 고종의 길, 대한제국의 길을 따라 역사를 탐방하며 정동에 숨겨 있는 문화의 향기를 마음껏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념식은 극단 가변(강동 지부)의 축하공연으로 마무리됐다. 2018년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대상작인 연극 '검정 고무신'이 상연됐다.

2018년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극단 가변의 연극 ‘검정고무신’
 2018년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극단 가변의 연극 ‘검정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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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철' 역을 맡은 배우 한재학(25)씨는 연극이 끝난 후 "다시는 극장이 문을 닫을 일이 없게 많은 연극하시는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며 "계속 극장이 시민들한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그렇게 해서 관객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남을 수 있는 극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세실극장, #정동, #연극, #문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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