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자신들의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일어날 뻔했던 '대참사'를 막았다.

레알 마드리드가 12일 오전 3시 45분(아래 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7·2018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 유벤투스와 맞대결에서 1-3으로 패했다. 그러나 레알은 UCL 8강 1, 2차전 합계 4-3으로 앞서며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0.1%의 확률

올 시즌 UCL 8강전에서는 유독 이변이 많았다. 역사상 최고의 팀이라 평가받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사실상 확정 지은 맨체스터 시티가 리버풀에게 1, 2차전 모두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1경기 무패행진(24승 7무)을 내달리며 UCL 우승을 꿈꿨던 바르셀로나도 무너졌다. AS 로마와 맞붙은 UCL 8강 1차전 홈경기에서 4-1로 대승을 거두며 당연한 준결승 진출이 예상됐다. 그러나 11일 로마의 홈에서 열린 UCL 8강 2차전에서 0-3으로 패하며 충격적인 탈락을 맛봤다. 1, 2차전 합계 4-4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에서 앞선 로마의 최종 승리였다.

그런데도 레알 마드리드의 준결승 진출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대다수 전문가와 팬들은 100%에 가까운 확률로 레알의 준결승 진출을 확신했다. 레알은 유벤투스와 치른 UCL 8강 1차전 원정에서 3-0으로 완승했다. 유벤투스는 호날두의 원맨쇼(2골 1도움)를 막아서지 못했다. 더욱이 2차전이 열리는 장소는 레알의 홈이었다.

유벤투스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레알을 무너뜨리고 준결승에 진출할 확률은 0.1%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올 시즌 UCL 8강전뿐 아니라 16강 원정 1차전 4골 차 패배를 2차전 홈에서 뒤집어버린 지난해 '캄프 누 기적'을 보더라도 기적의 역사는 모두 홈팀이 썼다.

너무나도 커 보인 세르히오 라모스의 공백

유벤투스가 전반 2분 만에 '0의 균형'을 깼다. 중원에서 볼을 빼앗아 빠른 역습을 전개했고, 사미 케디라의 크로스를 마리오 만주키치가 헤더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1차전 홈경기 완패를 뒤집기는 여전히 힘겨웠다. UCL 준결승 진출을 위해서는 3골이 더 필요했고, 레알의 강공도 막아내야 했다.

실제로 레알의 공세는 매서웠다. 가레스 베일의 감각적인 뒤꿈치 슈팅이 옆 그물을 때렸고, 이스코의 날렵한 침투와 슈팅이 유벤투스 골문을 위협했다. 호날두는 빠른 드리블에 이은 강력한 슈팅으로 골문을 두드렸고, 토니 크로스의 프리킥을 날카로운 헤더로 연결한 라파엘 바란은 크로스바를 때렸다. 1, 2차전 합계 3-1로 앞선 상황이었지만, 레알은 확실한 승리를 원했다.

그런데 설마 했던 일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왔다. 전반 37분, 선제골을 터뜨렸던 만주키치가 1골을 더 추가했다. 스테판 리히슈타이너가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이번에도 헤더로 마무리했다. 후반 16분,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측면에서 날아든 크로스를 케일러 나바스 골키퍼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블레이즈 마투이디가 기적 같은 세 번째 골을 뽑아냈다.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왔을 뿐 아니라 유벤투스에게 매우 유리해졌다. 1골만 더 추가하면 레알은 2골을 터뜨려야만 UCL 준결승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경기 종료까지는 30분 가까이 더 남아 있었다.

그제야 떠올랐다. 레알은 세르히오 라모스의 경고누적 결장이 너무나도 뼈아팠다. 3실점 모두 측면에서 날아든 크로스가 원인이었다. 만주키치는 머리로만 멀티골을 기록했다. 공중볼 장악력을 갖춘 수비의 중심 라모스가 있었다면 이와 같은 황당한 상황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대참사 막은 '축구의 신' 호날두

레알은 공격만이 살길이었다. 그러나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한 부폰 골키퍼를 뚫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호날두와 이스코의 날카로운 슈팅은 부폰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교체 투입된 마르코 아센시오의 예리한 프리킥은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설마'가 현실의 문 앞에 다다랐다. 0-3이란 스코어로 90분이 지났고, 추가 시간에 돌입했다. 기세가 오른 유벤투스가 추가 득점을 터뜨린다면 경기 종료나 다름없었다. 이대로 끝나더라도 연장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경기 흐름을 볼 때 유벤투스의 기적 같은 승리가 이뤄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레알에는 '축구의 신'이 있었다. 호날두는 유벤투스의 UCL 준결승 진출을 허락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 시간, 크로스가 문전에 위치한 호날두를 향해 볼을 살짝 띄웠다. 그 볼은 정확히 호날두를 향했고 높은 타점에 이은 강력한 헤더가 예상됐다. 그런데 호날두의 선택은 유벤투스 골대 바로 앞에 위치한 루카스 바스케스를 향한 패스였다.

부폰 골키퍼를 비롯한 유벤투스 수비진의 허를 찔렸다. 바스케스가 볼을 받아내려는 순간, 긴급히 달려든 메드히 베나티아의 발이 그를 넘어뜨렸다. 주심의 휘슬이 울렸고 페널티킥이었다. 유벤투스 선수들은 강하게 항의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부폰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며 퇴장 명령을 받아들였다.

페널티킥 키커로 호날두가 섰다. 부폰의 퇴장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투입된 보이치에흐 슈치에스니 골키퍼와 대결이었다. 볼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고 골망이 출렁였다. 과도한 긴장감이 전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호날두는 자신감이 넘쳤고 완벽한 킥과 함께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4월 12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 선수가 유벤투스를 상대로 득점한 후 환호하고 있다.

4월 12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 선수가 유벤투스를 상대로 득점한 후 환호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신기록 경신이었다. 호날두는 이 골로 UCL 11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자신의 UCL 150번째 경기에서 통산 120호골 달성이란 기록도 남겼고, 자신이 세운 UCL 한 시즌 최다골(17골)과 격차도 2골로 줄였다. 최대 3경기가 남은 만큼 이 기록도 경신이 확실해 보인다.

호날두는 팀 역사도 새롭게 썼다. 레알은 UCL 8시즌 연속 준결승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UCL 개편 이후 처음으로 2연패에 성공했고, 3연패 가능성까지 커졌다. 절체절명 위기도 헤쳐 나가는 축구의 신이 속한 레알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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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VS유벤투스 호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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