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축구팀들은 홈 승률이 좋다. 홈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 그라운드 적응도 면에서 원정 팀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 완전히 반대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팀이 있다. 바로 수원삼성블루윙즈(아래 수원)다.

11일 오후 8시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펼쳐진 KEB하나은행 K리그1 (클래식) 2018 6라운드 강원FC(아래 강원)와 수원의 경기에서는 원정 팀 수원이 3-2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내며 승점 3점을 가져갔다. 이날 경기 승리로 수원은 원정 경기 승률 100%의 대기록을 이어갔을 뿐만 아니라, 순위도 3위로 수직 상승시키며 상위권 진출에 대한 발판을 만들어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수원은 올 시즌 원정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막론하고 모든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챙겼다. 반면 홈에서는 원체 힘을 펴지 못하고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FLC 타인호아전을 제외한다면 공식 경기 승리가 없다. 가까운 예로 수원은 지난 '슈퍼 매치' 홈 경기에서 승점 1점만을 가져오는데 그쳤다. 13000여 명의 관중 수라는 흥행 참패에 묻혀서 그렇지 경기력과 결과 모두에서도 참혹한 결과나 다름이 없었다. 따라서 이번 강원 원정길 부담이 커진 것도 사실이었다. 아무리 좋은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고 하나, 최근 이어진 경기력이 계속된다면 승리를 보장해주지 못했다.

심지어 이번 라운드 상대는 강호 강원이었다. 강원도 2연패로 주춤하긴 했으나, 분위기 자체를 비교해보면 수원보다 상승세에 있음이 분명했다. 특히 강원은 이번 시즌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지난 라운드 디에고의 퇴장에도 불구하고 라인을 끝까지 올리면서 득점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수원은 최선을 다해 강원의 창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공격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기뻐하는 수원 삼성 선수들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5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시드니 FC의 경기. 동점골을 기록한 수원 삼성 데얀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8.4.3

▲ 기뻐하는 수원 삼성 선수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5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시드니 FC의 경기. 동점골을 기록한 수원 삼성 데얀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건희의 분전, 활기찬 수원 공격의 도화선

강원 송경섭 감독은 이번 경기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 공격에서는 제리치를 이용해, 수비에서는 단단한 벽을 세워 수원을 압박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현재까지 강원은 9실점 중이었다. 좋은 창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 후방 안정감이 좋지 않다 보니 매번 불안한 경기를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최근 2연패로 승률마저 좋지 못했다. 강원은 경기 초반부터 라인을 내리며 수비에 집중했다. 특히 측면 수비에 힘을 쏟았다. 수원의 임상협과 바그닝요가 측면에서 빠르게 중앙으로 치고 들어온다면 스피드에서 약점을 보이는 발렌티노스와 맥고완이 속수무책으로 뚫릴 공산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수원을 도와준 꼴이 되고 말았다. 수원은 양 측면이 막히자 중앙에 힘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는데 이 과정에서 수원 선수들의 연계 플레이가 살아났다. 김건희가 상대 센터백 등을 지며 좋은 포스트 플레이를 이어갔고 임상협과 김종우가 족족 세컨볼을 따냈다. 김종우와 조지훈 중원 조합도 힘을 냈다. 강원 수비수들이 넓게 포진해 있다 보니 두 선수가 2선 진영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게다가 이종성과 구자룡까지 높은 위치까지 올라서며 날카로운 패스들을 뿌려주니 강원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김종우와 김건희의 적극적인 슈팅도 수차례 쏟아졌다.

이날 경기 수원의 최고 수훈선수라 할 수 있는 김건희는 수원의 새로운 공격 선택지로 떠올랐다. 김건희는 오랜 부상에 신음한 선수였다. 시즌 시작 전 부상을 당하며 시즌 준비가 완벽히 되지 못했고, 최근 AFC 챔피언스리그 가시마앤틀러스전 안일한 플레이 등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있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김건희는 이날 경기에서 이를 물고 뛰었다. 페널티 박스 안팎에서 누구보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흔들었다. 동점골 이후 카메라에 잡힌 울컥한 모습은 그의 심정을 완벽히 대변해주는 모습이었다. 

교체 투입된 염기훈도 끝내 후반 추가시간 그림 같은 프리킥 골로 경기를 뒤집어 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최근 빡빡한 일정을 치르고 있는 염기훈은 이날 경기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경기가 쉽게 풀렸으면 데얀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도 있었으나, 2-2의 팽팽한 흐름이 계속되자 서정원 감독은 결국 염기훈 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에 화답했다. 그라운드에 투입되자마자 그는 동료 선수들을 독려했고, 최전방에 서서 경기를 풀어나갔다. 그리고 후반 막바지 좋은 위치의 프리킥 찬스에서 그의 왼발이 빛나자 이날 경기의 방점이 찍혔다. 

#가다듬어야 할 순간 집중력, 이제 빅버드로 간다

공격뿐만이 아니라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수원이었다. 최근 경기에서 보여준 움직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곽광선, 구자룡, 이종성으로 이어지는 스리백이 촘촘한 스탠스를 가져가면서 잘 짜여진 수비 라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는 빠른 볼처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사실 최근 수원 수비수들은 '뒷키타카'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매 경기 후방에서 의미 없는 패스만을 반복한다고 붙여진 오명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만큼은 달랐다. 그들은 무의미한 점유율을 높여 가기보다, 빠른 전진을 통해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가능케 했다. 수원 서정원 감독도 후반 두 장의 교체 카드 모두 수비수들을 기용했을 정도로 수비에 큰 힘을 실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순간 집중력이었다. 그리고 이는 두 번의 실점 장면과 모두 맞닿아 있었다. 첫 번째 실점에서는 빌드업 과정에서 조지훈의 어이없는 패스 미스가 원인이었다. 조지훈이 센터백에게 연결한다는 것이 패스가 짧았고 이를 제리치가 끊어내 강지훈에게 좋은 패스를 넣어줬다. 예상치 못한 패스 미스로 인해 수원 센터백들이 반대편 강지훈에 대한 커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경기 초·중반 리드를 잡고 경기를 풀어간 수원의 입장에서는 찬물을 끼얹은 결과였다.

후반 초반 제리치의 득점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수원의 실점 패턴을 살펴보면 유달리 세트피스 시 실점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가리지 않고 매 경기 세트피스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해왔다. 강원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이근호와 박정수 등 2선 미드필더들이 공을 끊어 빠르고 정확한 크로스로 제리치의 공중볼 경합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후반 3분 프리킥 상황에서 수원 수비수들의 미숙한 클리어링을 놓치지 않고 제리치가 밀어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수원이 매번 힘들게 득점에 성공하고 쉽게 실점을 반복하는 패턴을 줄이기 위해서는 세트피스 수비 집중도를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참사와 가까웠던 지난 '슈퍼 매치'를 뒤로하고 기분 좋은 승점 3점 획득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수원은 14일 상주상무프로축구단과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이제 다시 그들의 홈 '빅버드'로 돌아간다. 이번 강원전에서 경기력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수원이 '홈 무승 징크스'를 깨트릴 수 있을지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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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강원FC 수원삼성블루윙즈 경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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