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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9급 국가직 공무원 공채시험이 시행되었다.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고용시장은 여전히 좋지 않아 공무원 공채시험은  4953명을 선발하는 이번 시험에 20만2978명이 지원했을 정도로 인기가 있으며, 경쟁률 또한 매우 치열했다. 만 19세 이상 이라는 연령제한과 결격사유만 없으면, 직렬 선택 후 4지선다 필기시험만으로 1차 시험이 끝나므로 한두 문제차이가 당락을 좌우하는 모습이다. 특히 공통(필수) 과목인 국어, 영어, 한국사의 문항 당 난이도는 점점 높아지며, 지엽적인 부분을 출제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한국사 과목에 경우 체감난이도는 응시자 대부분이 높다고 생각했으며 공무원 학원가에서는 한국사 과목의 출제자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간간히 새어나왔다.

물론 객관적인 시험을 위하여, 당락을 가르게 하기 위한 지엽적인 문제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비단 공무원 시험만이 아닌 교육 과정에 한국사조차도, 단순하게 발생한 사건의 연도와 순서를 암기, 지배자의 치적을 암기, 문화사의 경우는 어떤 문화재가 몇 호이며 어느 양식을 지니는가를 외우게 하는 것이 옳은 교육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사, 더 나아가 역사라는 것이 단순한 암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예컨대 대한제국의 국권피탈과정에 대하여 배울 때, 1904년 한일의정서 체결, 1905년 외교권이 박탈된 을사조약, 1907년 행정권과 군 해산이 예고된 정미 7조약, 1909년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의거, 1910년 경술국치와 같이 단순한 사실의 나열만을 배운다면 이것이 암기 이상의 의미가 있는가? 일본제국이 당시 왜 시간을 두면서 이런 과정을 거쳤는지, 대한제국과 고종의 대응이 미흡하거나 다른 차선의 방법은 없었는지 생각해보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수능이건 공무원 시험이건 이러한 통찰이나 고민이 시험문제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또 시험의 출제자는 경쟁률만을 의식하여 더욱더 난이도를 높이고 지엽적인 문제를 출제하며, 학생,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는 좋은 점수를 받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많은 암기만을 강요하는 것이 현 한국사 교육의 현실이다.

혹자는 역사라는 것은 사실의 나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도리어 역사란 수학과 철학만큼이나 논리적이며 창의적인 학문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 교육하는 사람 모두 고민 해봐야 할 부분이다. 역사는 교차검증과, 일차원적인 시각이 아닌 다른 시각을 통한 의문, 그리고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태그:#한국사, #역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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