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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중성이란 남성 또는 여성의 특징을 뚜렷이 지니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다. 그러면 법률적으로 남성이나 여성으로 분류되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무엇이라고 할까? 이에 대한 정답은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세계 최초의 사례는 호주에서 2011년 모든 공식 문서에 '성별 없음(genderless person 또는 Sex Not Specified)'으로 표기한 경우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했던 한 호주인은 자신의 모든 신분증명 서류에 '성별 없음(Sex Not Specified)'라고 기재했고 정부 당국으로부터 인정받았다. 우리나라의 상식에 비춰 통용되기 어려운 주장과 정부 당국의 태도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면 개성의 차이, 판단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에서 인정된 사회적 배려 케이스의 하나다.

스스로 성이 없다고 주장한 주인공인 호주인 노리 메이-웰비( 당시 48살)는 원래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20대 초반에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자가 됐다. 그러나 그는 2005년을 전후 해 남녀 어느 쪽에도 속하고 싶지 않다고 문제 제기를 시작해 호주 정부 당국을 상대로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다. 호주 고등법원은 2011년 그의 출생, 사망, 결혼 기록이나 여권에 성별 없음(X)이라고 기록하도록 판결했다. 호주의 뉴 사우드 웨일즈 당국은 그에 따라 주민의 출생사망 공식 서류에 성별 없음 난을 신설했다.

호주 당국은 수년 동안 그의 요구를 거부하다가 호주 인권 단체의 건의와 의사들의 소견을 바탕으로 결국 허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의사들은 그가 남녀 어느 쪽인지를 결정할 수 없다고 선언했는데 그 이유는 노리 메이-웰비가 여성호르몬의 복용을 장기간 중단했기 때문이다(THE SYDNEY MORNING HERALD 2010년 3월 12일)<주 1>.

이로써 호주에서는 모든 주민의 성별란에 새로운 선택 사항이 추가되었다. 은행, 항공권 발급 기관 등에서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 유사 이래 지구상에서 최초로 호주 정부 기관에서 남녀 성별 어느 한 쪽이 아닌 제 3의 성을 인정한 것이다. 영국의 성전환자 지지단체인 '젠더 트러스트'의 대변인은 "많은 사람들이 '남녀'라는 구분을 따르지 않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당시 호주 당국의 결정을 환영했다.

노리 메이-웰비는 자신이 성별 없음을 선택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 "내가 성전환 수술을 한 것은 선택의 여지가 남성 아니면 여성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성전환 수술 직후 잠시 만족했을 뿐이다. 나는 남녀 어느 쪽의 성향에도 맞지 않다. 만약 두 성 가운데 하나를 나에게 적용한다면 그것은 비현실적이다. 내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남녀라고 신분증명서에 기재했을 경우 그것은 나의 실체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고민에 대해 어머니와 상의했다고 밝히면서 "성적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지닌 자녀를 가진 부모는 자녀의 견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회적 규범이나 제도는 불변의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다. 사회는 인종이나 성별 등에 기반을 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운동가나 동성애 옹호론자들은 남녀 두 성만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해왔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남과 여 사이에는 최소한 5개 또는 그 이상의 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한 발 더 나간 주장도 존재한다. 일부 동성애 옹호론자들은 남녀가 자유롭게 성전환 수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실제 남녀의 성적 특징을 한 몸에 지닌 형태의 삶을 살기도 한다<주 2>.

동성애 옹호론자들과 여권 운동가들은 남녀 차이가 선천적 또는 호르몬에 의해 나타난다는 견해에 찬성치 않는다. 그들은 남녀 차이가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의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즉 여성을 여성다운 역할을 하도록 격하시킨 것은 가부장적 사회의 압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생물학적으로 남녀 차이나 남녀의 역할을 다르게 하는 요인은 없다고 주장 한다<주 3>.

남녀에 대해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지만 남녀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팔다리의 근육에서 뿐 아니라 남녀의 두뇌의 차이도 존재한다. 이런 차이의 발견은 질병 치료법 등의 발견에 크게 기여했다. 남녀 두뇌의 차이를 확인함으로써 알츠하이머 병, 정신분열증, 우울증, 중독증 후천성 스트레스 증후군 등의 치료에서 남녀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각각 개발해야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들 질병은 두뇌의 신경 계통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남녀의 두뇌 차이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게 개발된 것이다.

인간의 의식작용은 너무 자유로워 그 상한선이 어딘지 알 수 없다. 눈에 보이는 남녀 차이에 대해서도 그것을 인정치 않거나 남과 여 사이에 제 3의 인종이 존재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남녀 차이에 대해 학자나 전문가들의 견해가 너무 달라 때로는 정면으로 부딪히는 일은 흔하다.

특히 동성애 옹호론자들의 주장이 한국을 비롯한 많은 사회에서 아직 침묵이나 반대 또는 차별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국내 일부 진보진영에서도 동성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에서의 성별 없음이라는 공식 결정은 우리 사회와는 다른 성에 대한 눈높이가 어떤 것인지를 실감케 한다.

<주 1>
https://www.smh.com.au/national/nsw/sexless-in-the-city-a-gender-revolution-20100311-q1l2.html
<주 2>
https://www.smh.com.au/national/nsw/sexless-in-the-city-a-gender-revolution-20100311-q1l2.htmlLeslie Feinberg, Transgender Warriors, Beacon Press: Boston, Massachusetts, 1996, p. 103.
<주 3>
https://www.smh.com.au/national/nsw/sexless-in-the-city-a-gender-revolution-20100311-q1l2.html Leslie Feinberg, Transgender Warriors, Beacon Press: Boston, Massachusetts, 1996, p. 103.


태그:#남녀 차이 성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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