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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여성노조와 대구여성단체얀합 등은 11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시 교육현장에서 발생한 성폭력에 대해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여성노조와 대구여성단체얀합 등은 11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시 교육현장에서 발생한 성폭력에 대해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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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고등학교 전산실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로 일했던 A씨는 같은 학교 교사 B씨로부터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 입사 초기 B교사는 A씨에게 일을 도와주겠다며 등 뒤에서 껴안기도 하고 피곤할 거라며 어깨를 주무르기도 했다.

처음에는 호의로 느끼며 참았던 A씨는 이런 일이 반복되고 급기야 B교사의 손이 허벅지에 올라오자 다른 여교사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야 했다.

성희롱에 대해 조사한다며 수시로 교장에게 불려가고 다른 교사의 곱지 않은 시선을 느끼면서 더 이상 학교에서 근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주변의 좋지 않은 시선과 잡음이 없어야만 계약이 연장될 수 있다는 생각에 참기도 했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며 분노했다.

대구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34.4%, 성폭력 당하거나 목격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가 지난 3월 16일부터 29일까지 대구시교육청 소속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11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15.9%가 직장 내에서 직접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18.5%는 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하거나 목격하고도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업무 및 인사고과 등의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이 되어서'라고 대답한 경우가 그 뒤를 이었다.

전국여성노조와 대구여성단체연합 등은 11일 오전 대구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시 교육현장에서 발생한 성폭력에 대해 엄중한 처벌과 성폭력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직장 내 성폭력은 직급, 직종, 고용 형태 등 다양한 권력관계가 형성되어 있고 이에 따른 성폭력의 문제는 심각하다"며 '특히 직장 내 성폭력의 경우 처우와 고용의 문제가 연결되어 있어 피해자의 신고 및 보호조치, 가해자 및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실제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가 더 많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어 직장 내 성희롱은 통계 수치보다 더 심각하다"며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교육청은 조사를 진행하지도 않고 구체적인 매뉴얼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여성노조와 대구여성단체얀합 등은 11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시 교육현장에서 발생한 성폭력에 대해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여성노조와 대구여성단체얀합 등은 11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시 교육현장에서 발생한 성폭력에 대해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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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특히 "더 심각한 문제는 대구시교육청이 최근 교육현장에서 직장 내 성폭력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를 할 수 있는 명확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대구시교육청이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게 방치했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언제나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단체협약에 성희롱이나 성폭력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는 협약마저 무시되고 있다. 사용자인 교육감이 관리감독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교육은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갈등을 줄이고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예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구시교육청에 "직장 내 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와 명확하고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며 "피해자에게 2차, 3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보상 및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구시교육청에 대해 성폭력에 대한 단체협약 위반 사례 조사 및 즉각 시정, 직장 내 성폭력 실태조사와 교육감 공개사과 및 책임자 처벌,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 시행, 근절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태그:##ME TOO, #성폭력, #성희롱, #대구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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