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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3시 <미투를 넘어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로> 토론회가 한국여성노동자회와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10일 오후 3시 <미투를 넘어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로> 토론회가 한국여성노동자회와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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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

2017년 평등의 전화로 걸려온 2864건의 상담 분석 결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불이익 조치를 받은 비율이다. 2015년 34.0%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숫자만 보더라도 직장 내 성폭력이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심각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지 알 수 있다.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구조에서 피해자들은 선뜻 자신의 피해를 알릴 수 없다.

법과 제도조차도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고용노동부의 성희롱 진정사건은 556건이지만 이중 검찰 기소 건은 9건에 불과하다. 직장 내 성희롱 지도점검 사업장 수는 2012년 1132건에서 2016년 535건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렇듯 미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직장 내 성폭력을 근절하고자 각계 전문가와 정부 부처가 머리를 맞댔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한국여성노동자회와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 주최로 열린 '미투를 넘어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로' 토론회에서는 직장 내 성폭력 문제의 해결 및 방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됐다.

이날 토론회의 시작을 알린 송옥주 의원은 "직장 내 성폭력 발생 후 현재 해당 직장에 재직 중인 여성 노동자는 28%(2016년 서울여성노동자회 실태조사)에 불과하며, 피해자는 불안, 스트레스, 자존감 저하 등 심리적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며 "을지로위원회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 피해 현장을 목격했는데, 그중에서도 직장 내 성폭력은 노동자가 존엄하게 일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위협하는 범죄"라며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한국여성노동자회의 임윤옥 상임대표는 "오늘 토론회는 직장과 일터에서 여성이 동료가 아니라 먼저 성적으로 소비되고 대상화되는 것은 채용부터 배치, 승진, 퇴사에 이르기까지 고용상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의 결과라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밝히며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실질적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성차별 개선을 위해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모색하는 자리다"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질타... "고용평등과 부활 필요해"

먼저 발표를 시작한 김양지영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은 최근 성폭력 문제에서 사회적 화두가 된 '2차 피해'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노동자가 '작업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경우 '일반적동등대우법' 14조에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 사용자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부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근로자는 자신의 보호를 위해 임금지급을 받으면서 근무를 정지할 권리를 가진다.

직급이 낮거나 비정규직인 여성들이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 사업주로부터 보호받기도 어려울뿐더러, 처리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징계와 피해자 보호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성희롱 피해로부터 지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10일 오후 3시 <미투를 넘어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로> 토론회가 한국여성노동자회와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김양지영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10일 오후 3시 <미투를 넘어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로> 토론회가 한국여성노동자회와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김양지영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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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발표한 이영희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직장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해 "성적 침해일뿐 아니라 노동권 침해의 문제이며,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평등하고 안전한 근로조건의 확보이기 때문에 고용평등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고용평등법)이 규율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직장 내 성희롱 문제의 주무부처는 고용노동부다. 고용노동부가 더 이상 여성가족부와 경찰 뒤에 숨지 말고, 고용평등과를 부활시켜 주무부처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사무국장은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미조치'로 사업주를 노동부에 진정했는데, 회사가 허위로 행위자에 대한 해고통지서를 제출하자 피해자가 그것이 허위라고 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 행정종결했다", "피해자 5명이 직장 내 성희롱으로 노동청에 진정했는데, 근로감독관이 합의 이야기를 꺼내며 성희롱 부분은 1명만 대표로 조사를 받으라고 했다" 등의 사례를 들며 일선 근로감독관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처리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 폐과된 고용평등과를 다시 지방노동관서에 설치하고, 사업장 성차별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과 집행"과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서 남녀고용평등법상 성차별 시정, 피해자 보호, 사업장 성평등 조직문화 지도 업무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효순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장은 고용노동부에 대한 비판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히며,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하는 직장 내 성폭력 근절 대책 추진 현황을 발표했다.

지난 3월부터 고용노동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익명 신고시스템을 개설했으며, 익명 신고만으로도 소속 사업장에 대한 예방 차원의 지도 감독을 실시한다. 4월 3일까지 78건이 접수됐으며, 신고만으로도 지도 감독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업주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다고 김 정책과장은 강조했다.

이어 "남녀고용평등 업무만을 전담하는 근로감독관을 47명 추가적으로 배치했으며, 최근 논란이 된 '펜스룰'을 명분으로 한 여성 배제 조치를 방지하기 위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행정지도를 하는 등 세부적인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입장에서 지원하는 성폭력 담당자 있어야"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의 미투 운동에 대해 "(신상을 밝힌 피해자들이) 심각한 2차 피해를 받고 있음에도 소속된 조직이 문제 해결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며 명예고용평등감독관, 고용평등상담실, 고충처리위원회 등의 현재 직장 내 성폭력을 규율하는 제도가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독일의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성평등 담당관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독일의 성평등담당관은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경우 이를 조사하고 해결하는 업무를 하며, 여성만 선출될 수 있다. 피해자 상담과 더불어 이후 모든 과정에 참여하며 전적으로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한다.

박숙미 서울시 인권보호팀장은 서울시의 성차별 및 성희롱 대책에 대해 설명하며 서울시가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팀장은 "성희롱은 성차별의 결과다"라고 지적하며, 서울시에서는 성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전 부서에) '젠더 담당관'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또한 성희롱 신고를 받으면 시민인권보호관이 옴부즈만 제도를 통해 독립적으로 조사하고 시정 권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성희롱 대책'에 따르면 성희롱 사건이 일어날 시 '철저한 진상규명', '가해자 무관용의 원칙 준수 (인권교육 의무화), '피해자 구제조치 실시'는 물론 발생부서 2차피해 예방교육 의무화를 비롯한 2차피해 점검의 과정까지 거친다고 박 팀장은 설명했다.

이날 5명 패널의 발표가 끝난 뒤에도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행정부처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성평등 문화 확산'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는 등 열띤 분위기 속에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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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