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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문 대통령, 국무회의 시작 발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4.10
▲ 문 대통령, 국무회의 시작 발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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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별 적폐청산 TF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TF의 권고를 정부 입장으로 인식하기가 쉽습니다. 그로 인한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합니다.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적폐청산의 목적은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정책과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는데 있는 것이지, 공직자 개개인을 처벌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명백한 위법 행위는 사법 처리가 불가피하겠지만, 단지 정책상의 오류만으로는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10일) 국무회의에서 한 모두발언입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정부의 방침을 따랐을 뿐인 중하위직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제가 생각하는 적폐청산은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것"이라며 "특정 사건에 대한 조사와 처벌, 특정 세력에 대한 어떤 조사와 처벌, 이런 것이 적폐청산의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적폐청산을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취임 후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국정 지지도가 평균 60% 이상으로 고공행진을 하는 것도 이명박근혜 정권 때의 적폐를 청산하려는 현 정부의 노력에 대한 응원과 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정책과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는 게 적폐청산의 목적'이라는 대통령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다만 '정부의 방침을 따랐을 뿐인 중하위직 공직자들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된다'는 데에는 조건없이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대통령께서 아무리 선의로 말씀했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모두발언' 이후,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에는 '전제 조건'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적폐청산의 목적에 동의합니다. 처벌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중하위 공직자'들이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증언'과 '고백'입니다.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니 죄 없다'가 아니고 '언제, 누구에게 이러저러한 지시를 받았다. 그 당시 내막은 이런 것이었다'고 증언하고 고백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대통령의 말씀을 다행으로 여기기만 한다면, 그 '중하위 공직자'도 적폐청산의 대상일 뿐입니다. 정부는 이들이 '증언' 하고 '고백' 할 수 있도록 돕기 바랍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 모두발언'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 모두발언'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 '예은아빠 유경근'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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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관료들이 진상조사 무시하는 까닭

적폐를 청산하려면, 우선 적폐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부처별 '적폐청산 TF(태스크포스)'를 만든 까닭도 이 때문일 겁니다. 적폐청산 TF가 있는 부처에서는 대부분 적폐청산위원회와 조사 실무를 담당하는 진상조사팀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진상조사팀은 해당 부서의 공무원들과 일부 외부 인사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이 적폐청산 조사 과정에서 겪는 애로 사항은 거대한 장벽 앞에 맞닥뜨린 느낌이라고 합니다.

전 정부의 장·차관이나 국·실장급 고위 퇴직 관료들은 일부러 조사를 회피합니다. 불편하지 않게 출장 조사나 서면 조사를 제안해도 '싫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진상조사 TF의 활동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전략입니다. 그렇게 해도 불이익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 정부의 적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인물들이 현재 같은 부처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이거나 상사일 때는 심리적 압박감이 가중됩니다. 이들에게 공문서 등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라고 합니다. 그럴 경우에도 설득하는 것밖에는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

정부 부처의 진상조사TF에서 활동했던 분께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모두발언'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TF'에 외부인사로 참여해 활동했던 송이민희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활동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접하고 적잖게 당황했다고 합니다. 그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해드립니다.

"그동안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첫 번째 과제로 내세울 만큼 적폐청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해온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당혹스럽고 유감스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현재 각 부처에서 외부인사 중심으로 독립적인 성격으로 진행되고 있는 적폐청산 TF 활동에 대한 압박이 될 우려가 큽니다. 현재 조사 중인 사안들에 대해 면죄부부터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적페청산의 목적은 정책이라는 탈을 쓰고 권한을 남용하며 위법적으로 국정을 농단한 데 대한 과정과 사실을 국민들한테 낱낱히 밝히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기준이 돼야 합니다.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책임과 처벌 여부는 이들의 반성과 솔직한 고백을 전제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이들 관련 공직자들, 특히 중하위직 공직자들은 사실에 대해 제대로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거짓말 하고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상조사 TF 자체 조사에서 드러난 사실은 백서 등 기록으로 가감없이 그대로 밝히고, 권한 한계상 밝히지 못한 부분은 전제 없는 엄중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폐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역사적·사법적·행정적 차원의 논의가 함께 진행돼야 된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과 과정을 낱낱히 밝히는 것이 우선입니다. 처벌 대상과 처벌 여부는 그에 대한 결과로 다뤄져야 하지, 또 하나의 잘못된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정 역사교과서' 강제 차출되자 사표로 저항한 공무원

이준식 "역사적 사실 균형있게 서술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며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하여 개발했다"며 "현장검토분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장검토분이 공개되는 기간 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주시는 소중한 의견들이 교과서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16년 11월 28일 당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며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하여 개발했다"며 "현장검토분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장검토분이 공개되는 기간 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주시는 소중한 의견들이 교과서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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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2015년 11월 국정화 확정 고시 후 2016년에 벌어졌던 일입니다. 한 국립박물관에 몸 담고 있었던 학예관이 20여 년 동안 몸 담았던 공직을 떠났습니다. 사표는 스스로 냈지만, 사실상 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그 학예관은 어느날 출장에서 돌아오자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파트로 강제 차출됐습니다. 억지춘향으로 몇 개월 일하다가, 도저히 국정교과서 활동에 자신의 이름을 기록하고 싶지 않다며 사표를 냈습니다. 그가 허탈하게 웃으며 한 말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떻게 현대사가 나를 비껴가는 법이 없는지…"

이 학예관은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정책과 제도와 관행'을 시키는대로 순종하고 따르지 않았던 공무원입니다. 그는 자신의 유일한 무기인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그게 사표였습니다. 양심과 영혼을 팔라는 부당한 업무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자신의 '철밥통'을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었습니다.

이 학예관은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다 지난 이야기이고, 다시 들춰내기 싫은 상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적폐청산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다시는 자신과 같은 불행한 '영혼 있는 공무원'의 희생이 반복되길 원치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전 정부의 적폐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중하위직 공무원들에게 무조건 면죄부를 줘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공직사회의 과도한 불안을 막아줘야 하는 책무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공무원들이 영혼을 팔지 않아도 되는 나라, 양심을 저버리지 않아도 되는 나라, 보수와 진보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그게 지켜질 수 있는 시스템은 철저한 적폐의 진상규명과, 그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사과가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만 생물이 아닙니다. 적폐청산도 생물입니다. 살아움직이며 시시각각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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