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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52주 동안, 주당 한 권의 책을 읽고, 책 하나당 하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52권 자기 혁명'을 제안한다. 1년 뒤에는 52개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 기자말

현직 외과 의사면서도 말콤 글래드웰에 뒤지지 않는 필력을 자랑하는 작가 아툴 가완디. 그의 출세작, <체크! 체크리스트>는 미 육군에서 발생했던 폭격기 사고를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체크! 체크리스트> 표지
 <체크! 체크리스트> 표지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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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미 육군항공대는 차세대 장거리 폭격기 도입을 앞두고 있었다. 모든 면에서 월등한 평가를 받은 기체를 채택하기 직전, 육군은 최종 시험 비행을 실시했다. 그런데 시험 비행기의 엔진이 갑자기 꺼지면서 추락 사고가 일어났고, 승무원 5명 중 조종사를 포함한 2명이 사망했다.

기계 결함이 아닌 조종사의 실수가 사고 원인으로 밝혀졌다. 신형 폭격기에는 신경 써야 하는 자잘한 장치들이 더 많았는데, 조종사가 이 중 일부를 놓친 것이다. 성능은 좋지만 다루기 힘든 이 비행기를 포기해야 할까? 시험 비행에서 사망한 조종사 힐 소령은 당시 육군이 보유한 최고 베테랑 파일럿이었다. 아무리 훈련을 많이 해도 그 이상의 조종 실력을 쌓기는 불가능했다. 궁리 끝에 육군은 해결책을 찾았다.

그들은 아주 간단한 해결책을 고안해냈다. 조종사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만든 것이다. (49쪽)

체크리스트의 도움을 받아 미군에 편입된 이 폭격기는 나치 독일을 상대로 맹활약했다. 이 폭격기가 그 유명한 '하늘의 요새' B-17이다.

체크리스트가 싫다는 태도

체크리스트에 포함되는 항목은 단순하다. 간호사들이 사용하는 '바이털 차트'는 겨우 다섯 개의 생체 신호를 측정한다. 이 간단한 체크리스트 덕분에 간호사들은 온종일 투약, 치료, 드레싱 등 잡무에 시달리면서도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도, 간호사보다 겨우 몇 년 정도 교육을 더 받는 의사들은 체크리스트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생각해보자. 비행 중 문제가 발생하면 조종사들은 체크리스트를 펼친다. 비행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도 전문가지만, 그들은 기꺼이 체크리스트의 도움을 받는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그들은 그렇게 하도록 철저히 훈련받았다. 그들은 항공전문학교에 입학한 직후부터 인간의 기억력과 판단력은 믿을 수 없으며, 이 점을 간과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배운다. 둘째, 체크리스트의 효과와 가치는 과거부터 여러 조종사들에 의해 증명되었다. (163쪽)

저자는 체크리스트 도입에 가장 뒤처진 두 집단으로 금융계와 의료계를 꼽는다. 금융계에서는 남들보다 더 나은 투자수익을 내기 위해 어떤 아이디어라도 당장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이상하게 체크리스트만은 사정이 다르다.

클레어몬트 대학교 연구팀은 벤처투자 전문가들을 여러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투자 성과를 비교했는데, '항공기 기장' 스타일, 즉 체크리스트를 활용한 유형이 압도적으로 좋은 성과를 달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투자 전문가들이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팀은 10여 년 전에도 같은 연구를 진행했는데, 그때와 비교해도 체크리스트를 채택하는 비율은 조금도 늘지 않았다고 한다.

체크리스트는 재미없고 지루하며, 무엇보다 우리들이 좋아하는 위대한 영웅의 모습과 동떨어져 있다. 우리는 현장에서 생각해낸 대담한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영웅의 모습을 좋아한다.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알려진 2009년 US 에어웨이 항공기 불시착 사건에서 우리의 이런 태도가 잘 드러난다. 양쪽 엔진이 모두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155명이 탑승한 비행기를 무사히 허드슨강에 불시착시킨 기장 슐렌버거는 모든 언론의 환호와 함께 영웅이 되었다. 그는 수차례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전 지금 당장 진실을 바로잡고 싶습니다. 이번 일은 팀원들이 이뤄낸 것입니다." (236쪽)

'허드슨강의 기적'이 팀워크와 체크리스트의 결과라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슐렌버거의 겸손이라고 받아들였다. 우리는 절차를 존중한 여러 명의 팀워크보다는 불세출의 영웅 단 한 명을 기억하고  싶어 한다.

참을 수 없는 자존심의 가벼움

항공업계와 건설업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체크리스트는 오늘도 인명과 재산을 지켜주고 있다. 똑같이 생명과 재산을 다루는 의료계와 금융계가 체크리스트를 거부하는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그 이유가 정보의 비대칭성에 있다고 본다. 의료 전문가나 금융 전문가는 푸코가 말하는 '지식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 권력은 정보의 독점, 즉 비대칭성에서 나온다. 의료 사고나 투자 실패가 발생해도, 전문가는 자신만이 가진 정보를 이용하여 그 원인이 자신의 부주의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쉽게 꾸며댈 수 있다.

의사도 펀드매니저도 재판에서 자신의 행위가 정당했음을 입증할 책임을 지지 않는다. 비전문가인 피해자가 이들의 유죄를 입증하기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 비행사들의 행동강령에는 이타성, 전문성, 신뢰성에 더하여 규율이 포함된다고 한다.

아툴 가완디는 규율이라는 요소가 대부분의 직업지침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의사들의 직업 지침에는 규율의 정반대 개념인 자율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어느 한 개인의 능력을 초월하는 지식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의료계에서 추구해야 할 목표로 자율을 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율이라는 단어에는 훌륭하다거나 탁월하다는 느낌보다는 보호주의적인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247쪽)

만약의 사태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요소로서 의사의 행동 지침에 자율이 포함된 것이라면, 이는 이타성은 물론이고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에도 반하는 일이다. 2015년의 메르스 사태나 2017년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을 보면, 의료계에는 아직 체크리스트가 정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자존심은 가볍지만, 생명은 무겁다.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자

 체크리스트를 배척하는 것은 자신의 무지조차 모르는 행위다. 왜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는지 생각해 보라.
 체크리스트를 배척하는 것은 자신의 무지조차 모르는 행위다. 왜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는지 생각해 보라.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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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록 밴드 반 헤일런은 콘서트 기획사와의 계약에 초콜릿 그릇 관련 조항을 포함시킨다. 라이브 공연 때 무대 뒤에 엠앤엠즈 초콜릿이 든 그릇을 준비해야 하는데, 거기에 갈색 엠앤엠즈 초콜릿은 절대 넣지 말아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콘서트를 취소하고 막대한 피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반 헤일런은 왜 이런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을까?

반 헤일런의 콘서트에는 보통 트레일러 9대 분량의 장비가 동원된다고 한다. 준비 과정에서 뭔가 잘못되면 콘서트에 차질을 빚기 때문에, 반 헤일런은 전화번호부 두께의 체크리스트를 준비해서 실수를 없애려고 했다. 그 체크리스트의 126번 항목이 바로 갈색 엠앤엠즈 초콜릿에 관한 것이다. 갈색 엠앤엠즈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기획사가 체크리스트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는 뜻이므로, 반 헤일런은 뭔가가 잘못되기 전에 콘서트를 취소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체크리스트를 사용하지 않기로 유명한 금융계에서 워런 버핏은 체크리스트를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각종 재무 수치는 물론이고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정성적 항목까지 포함된 꽤 자세한 목록이다. 여느 체크리스트와 마찬가지로, 대개의 항목은 결국 아무 문제 없는 것으로 판명될 것이므로, 체크리스트를 점검하는 일은 시간도 들고 귀찮다. 하지만 그가 수십 년간 훌륭한 투자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만 봐도 체크리스트의 가치는 증명된다.

업무와 관련해서 체크리스트를 하나 만들어보자. 실수하면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업무 한 가지를 골라서 어떤 것들을 챙겨야 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흔히 실수가 발생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목록을 만들어보자. 실수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체크리스트를 점검하면서 하품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초짜라 아니라 고수라서 돌다리를 두드리며 건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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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이 강물처럼 흐르는 소통사회를 희망하는 시민입니다. 책 읽는 브런치 운영중입니다.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junatul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