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인터뷰하는 류현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이 25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인터뷰하고 있다. 2018.1.25

▲ 출국 인터뷰하는 류현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이 지난 1월 25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시즌 2번째 선발 등판 일정이 또 바뀌었다. 4월 11일(이하 한국 시각)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인 MLB.com의 다저스 페이지는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알렉스 우드와 류현진의 등판 순서를 서로 바꿨음을 밝혔다. 우드와 류현진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아래 에이스)와의 홈 2연전에 등판할 예정이었는데 순서만 바꾸게 됐다.

이리하여 류현진은 등판 날짜만 2번이나 바뀌게 됐다. 정상적으로라면 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 경기 등판 이후 이동일을 포함하여 5일을 쉰 뒤 9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 3차전에 등판할 루틴이었다.

그런데 류현진의 경기였던 3일부터 다저스의 투수 운영이 꼬이기 시작했다. 류현진도 제구가 잘 되지 않으면서 3.2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고,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의 블론세이브까지 겹치며 이 날 경기가 연장 15회까지 진행되는 바람에 로스터에 있는 구원투수들을 거의 다 쓰고 말았다. 이 때문에 다저스는 이 날 경기가 끝나자마자 로스터 조정을 통해 롱 릴리프를 보강할 정도였다.

커쇼의 4일 휴식 유지를 위한 1차 조정, 마에다는 한시적 불펜 대기

사실 자이언츠와의 3연전 전후로 경기가 하루라도 더 있었다면 선발 로테이션의 순서가 조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다저스는 6일 말고도 10일에 또 이동일이 있었고, 에이스와의 인터리그 홈 2연전 이후 13일에 또 한 번 휴식일이 있다.

이 때문에 4일에 등판했던 클레이튼 커쇼가 정상적인 5인 로테이션을 지키고 다음 경기에 등판하게 되면 11일 에이스와의 홈 경기까지 무려 6일을 쉬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포스트 시즌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 기간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정규 시즌에서는 상위 선발투수들의 루틴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기서 등판 순서가 바뀌게 됐다.

경기가 없는 날이 너무 몰려서 끼어 있었기 때문에 류현진만 등판 일정이 조정된 것이 아니었다. 류현진의 등판 일정은 12일 에이스와의 홈 경기 2차전으로 정해졌으며, 일본인 오른손 투수 마에다 겐타는 등판 간격이 너무 길어지면서 아예 불펜에 대기하여 등판 간격을 조정하게 됐다.

마에다가 한시적으로 불펜에 대기한 이유는 그가 부진해서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한 것은 아니었다. 마에다가 지난 해 포스트 시즌에서 보여줬던 투구 때문이었다. 지난해 다저스는 포스트 시즌에서 커쇼, 리치 힐, 다르빗슈 유(현 시카고 컵스) 그리고 알렉스 우드 4명의 선발투수를 로테이션으로 돌렸다.

선발투수가 너무 많아서 마에다는 불펜으로 돌렸고, 류현진은 시즌 막판 타구에 맞은 이후 투구 감각 회복이 더뎌서 끝내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하고 팀 훈련만 같이 따라다녔다. 그리고 마에다는 지난해 포스트 시즌에서 구원 등판한 9경기에서 10.2이닝을 던지면서 2승 무패 2홀드 평균 자책점 0.84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포스트 시즌에 한정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임시 구원 등판에서 너무 잘 던진 것도 이유가 되어 마에다는 포스트 시즌 같은 시즌 초반 휴식 일정에 끼어 불펜에서 대기하게 됐다. 이 때문에 마에다도 4월 1일 자이언츠를 상대로 선발 등판(5이닝 무실점 승리)이 아직까지 유일한 기록이다.

마에다는 시즌 두 번째 등판을 8일 자이언츠 원정 경기 구원 등판으로 치렀고,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마에다는 에이스와의 홈 2연전과 또 한 번의 휴식일이 지난 뒤 팀 일정이 정상적인 루틴으로 진행되는 시점에 다시 선발 로테이션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우천 취소와 또 한 번의 연장, 식중독까지 겹친 다저스

그런데 다저스의 일정은 초반부터 꼬여도 너무 꼬이고 있다. 7일 자이언츠와의 원정 첫 경기는 샌프란시스코 현지에 내린 비 때문에 우천 취소됐다. 이 경기는 다저스와 자이언츠의 일정을 고려하여 빈 날짜에 재편성되거나 더블헤더로 치르게 된다.

이틀을 쉬고 8일에 열린 경기는 또 연장 승부로 접어들었다. 다저스와 자이언츠의 경기는 연장 14회까지 진행된 끝에 다저스가 5-7로 역전패했다. 한시적으로 불펜에 대기하던 마에다는 이 경기 7회에 4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그리고 7일 샌프란시스코에 내린 비는 경기장뿐만 아니라 다저스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7일에 같이 밥을 먹었던 왼손 선발투수 알렉스 우드와 외야수 코디 벨린저가 둘 다 식중독 증상을 호소한 것이다.

결국 식중독 때문에 벨린저는 8일에 있었던 연장전 승부에 끝내 출전하지 못했으며, 우드 역시 그 날 해야 했던 불펜 피칭을 하지 못하고 미루게 됐다. 이 때문에 로버츠 감독은 우드와 류현진의 순서를 서로 바꾸게 됐다.

일단 선발 로테이션의 순서를 바꾼 가장 큰 목적은 커쇼의 루틴 유지였다. 그리고 4일 휴식이라는 루틴을 지킨 커쇼는 9일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7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루틴을 유지하고 선발로 등판한 커쇼는 7회까지 실점 없이 던졌다. 그러나 1-0으로 앞선 8회말 연속 안타를 맞고 주자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두 번째 투수인 J.T. 차고이스가 동점을 내주는 바람에 커쇼는 책임 실점과 함께 시즌 첫 승에 또 실패했고 평균 자책점만 2.25에서 1.89로 내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커쇼는 승리하지 못했지만 다저스는 이겼고 연패 사슬을 4경기에서 끊었다. 류현진의 경기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연패 원인을 제공했던 잰슨도 10회에 아웃 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으면서 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류현진이 아닌 마에다가 불펜에 대기한 이유, 복잡한 계약

이처럼 여러 가지 요소가 겹치는 바람에 류현진과 마에다 등 일부 투수들의 루틴 유지가 상당히 어렵게 됐다. 그나마 마에다는 포스트 시즌에서 구원투수로 잘 던진 이력 때문에 불펜으로라도 등판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한다고 하지만, 류현진은 다음 선발 등판까지 기약이 없다.

하지만 선발투수가 중간에 구원 등판한다는 것은 길게 던지는 것에 익숙한 투수에게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이다. 포스트 시즌이라면 7차전에 커쇼나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구원 등판했듯이 내일이 없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서야겠지만, 적어도 정규 시즌에서는 루틴의 유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시즌 첫 등판을 커쇼의 앞 경기에서 던졌던 류현진은 순서가 여러 차례 바뀌어 커쇼의 뒷 경기에서 던지게 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구원 등판에서도 잘 던지는 마에다가 있어서 류현진의 선발 루틴은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보통 5선발 투수가 이럴 경우 불펜에 대기하는 희생을 감수해야 하지만 다저스의 경우는 선발투수들 중 구원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이는 마에다를 활용할 수 있다.

사실 류현진이 아닌 마에다를 한시적으로 불펜으로 전환한 데에는 또 다른 복잡한 사연이 있다. 마에다가 다저스와 계약한 기간은 8년(2016~2023)이지만, 매년 기본으로 보장된 연봉은 류현진보다도 더 낮은 300만 달러에 불과하다. 개막 로스터에 포함되면 15만 달러의 인센티브가 붙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용이 선발 등판 횟수와 이닝이었다. 15경기, 20경기 이상 선발로 등판할 경우 100만 달러 씩, 25경기 이상, 30경기 이상 그리고 32경기(풀 타임) 이상 선발로 등판할 경우 150만 달러 씩의 인센티브 보너스가 또 붙는다. 90이닝부터 190이닝까지는 10이닝마다 25만 달러의 보너스가 붙으며 200이닝을 넘으면 75만 달러의 보너스가 또 붙는다.

이러한 조항에 따라 마에다는 2016년에 32경기 선발(팀내 유일)로 등판하면서 등판 횟수에 따른 650만 달러 보너스를 모두 챙겼다. 그러나 경기에 비해 이닝이 짧았고, 175.2이닝 225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았다. 2016년에 최종 1,190만 달러를 받은 마에다는 2017년에 다저스 선발투수가 너무 많았던 이유로 25경기(350만 달러) 134.1이닝(125만 달러)에 그쳤고 최종 79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게다가 마에다는 성적에 따른 옵션 및 트레이드 거부 조항이 없으며, 심지어 류현진에게는 주어졌던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없었다. 이 때문에 팀에서 유일하게 32경기 등판을 채웠던 2016년에도 로스터 문제 때문에 등판 간격 사이 25인 로스터에서 빠진 적도 있었다.

팀 연봉을 긴축하고자 하는 다저스는 이미 지난 겨울에 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스캇 카즈미어와 브랜든 맥카시를 트레이드로 내보냈다. 내구성이 급격히 떨어진 베테랑 애드리안 곤잘레스도 함께 보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옵트 아웃 자격을 얻는 커쇼와의 재계약에 대비한 재정 긴축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마에다가 워낙 다저스에서 뛰고 싶은 의욕이 강했기 때문에 계약 기간을 길게 주고 기본 보장 연봉을 줄인 대신 인센티브를 대폭 늘린 것이다. 마이너리그 옵션을 거부한 류현진은 기본 보장되는 조항이 많았지만, 마에다가 계약할 당시 다르빗슈 등 일본인 투수들이 큰 부상을 한 번 이상 겪는 바람에 마에다의 계약 조항에는 각종 보험용 옵션이 붙은 것이다.

류현진은 처음 만나는 오클랜드 에이스, 박찬호가 이겨보지 못했던 상대

메이저리그는 철저한 비즈니스의 세계이다. 류현진은 마에다와 달리 계약 내용에 있어서 선수에게 불이익이 갈 수도 있는 보험용 옵션이 적다. 그러한 덕분에 류현진은 불펜 등판을 최소화하면서 선발 등판의 루틴은 지킬 수 있는 것이었다.

선발 등판은 보장된 상황에서 류현진이 앞으로 등판 간격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하려면 2013년과 2014년에 그랬듯이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류현진이 11일에 상대하게 될 오클랜드 에이스는 류현진이 아직까지 만나 본 적이 없는 상대다. 아메리칸리그 소속 팀이기 때문에 연고지 라이벌 LA 에인절스를 제외하고 3년에 한 번 밖에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이스는 한국인 선수들과 사실 좋은 인연은 아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주로 텍사스 레인저스에 있었을 때 자주 만났던 상대였지만 승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잘 던진 경기도 몇 번 있었지만 그 때도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으며, 빌리 빈 단장의 선수 영입 성향 때문에 선구안 좋은 타자들이 너무 많아서 투구수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박찬호는 2012년 한화 이글스를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칠 때까지 에이스를 상대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레인저스 시절 한 번도 못 이겨봤던 에인절스를 상대로는 다저스나 파드리스 시절에 승리한 적은 있었지만, 에이스와의 인연이 처음 시작되었던 다저스 시절에도 박찬호의 승리 기록은 없었다.

류현진이 에이스를 처음 만나는 시점도 공교롭게 박찬호와 비슷하다. 박찬호는 FA 자격을 앞둔 2001년에 처음 만났는데, 류현진 역시 FA를 앞둔 2018년에 처음 만나게 됐다. 다만 당시의 에이스는 나름 계획적인 투자로 저비용 고효율 운영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으며, 2002년에는 20연승의 기록을 세운 적도 있었다.

지금의 에이스는 예전에 비해 성적이 많이 떨어진 팀이다. 2017년까지 3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를 기록했고, 연고지 및 경기장 문제로 인해 구단 분위기도 썩 좋지는 않다. 새로운 경기장을 짓자는 의견만 나왔을 뿐 아직 오클랜드 지역 사회와의 합의가 남아있다.

경기장 O.co 콜리세움은 미식축구 팀 오클랜드 레이더스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현재 풋볼 겸용 경기장은 이 곳과 오승환(토론토 블루제이스)이 홈으로 사용하는 로저스 센터 뿐이다. 외야가 넓어서 투수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기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선구안이 뛰어난 타자들이 많아서 제구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류현진이 처음 상대하는 팀이라 상대 팀도 류현진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점은 다행이다. 류현진으로서는 에이스를 상대로 호투하여 자신의 입지 확보와 함께 박찬호가 이루지 못했던 승리도 함께 이뤄주어야 할 목표가 있다. 등판 일정이 너무 자주 바뀌는 류현진이 호투를 통해 현재 입지의 비애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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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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