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무열.

배우 김무열이 유쾌하면서도 슬프기도 한 코미디 액션물 <머니백>으로 관객과 만난다. 영화 속 그는 인생막장에 몰린 청년 민재 역을 맡았다. ⓒ 리틀빅픽쳐스


단벌 정장을 입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민재(김무열)는 말 그대로 인생 막장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만 사채를 쓴 탓에 빚더미에 앉았고, 당장 홀어머니의 수술 예약비까지 마련해야 한다. 그러던 그에게 웬 돈다발이 굴러들어오고, 그것에 손을 대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영화 <머니백>은 줄거리에서 예상할 수 있듯 코미디를 표방한 범죄물이다. 여러 상황이 우스꽝스럽게 제시되지만 민재만큼은 매우 진지하다. 돈 가방에 눈독을 들이면서도 양심을 지키려 하고, 괜히 사채업자에게 얻어맞기도 한다. 이 웃기면서도 슬픈 청년을 김무열이 떠안았다.

김무열의 취향

"제 캐릭터만 봤을 때 진지하면서도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소비된다는 느낌보다는 목적의식이 분명한 작품이라고 봤다. 가볍게 즐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영화가 갖고 있는 주제도 나름 풍자와 해학이 담겨 있었고, 제가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제 취향이었다. 민재의 부모에 대한 마음은 아주 많이 공감했다. 아픈 부모를 위해 자식이 뭔들 못하겠나. 

배우 역시 주어지는 일이 없는 한 비정규직이다. 저 역시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고, 주변에 좋은 배우를 꿈꾸는 무명인 친구들이 있다. 밤엔 대리운전 하면서 무대에 서는 친구들이 있는데 여전히 전 응원한다. 또 꼭 배우가 아니더라도 자기 꿈을 향해 열심히 사는 친구들이 많다. <머니백>을 보면서 많이 공감이 갔다."

 영화 <머니백>의 한 장면.

영화 <머니백>의 한 장면. ⓒ 리틀빅픽쳐스


영화가 그리고 있는 상황들은 코믹하게 묘사되지만 자세히 보면 민재가 처한 상황이 참 우울하다. 친구도 친척도 없이 홀로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민재가 왜 사채를 쓰게됐는지 직접 등장하진 않지만 충분히 그가 인생 막장에 몰렸다는 걸 예상할 수 있다. 민재의 단벌정장 역시 꿈을 꾸고 있지만서도 현실은 시궁창인 그의 상황을 상징한다.

"감독님이 실제 그런 상황에 몰린 인물 몇 분을 만났다고 들었다. IMF 때도 그런 분들이 많았잖나. 어쩔 수 없이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척 해야 했던 때였다. 개인적으론 단벌 정장 설정이 좋았다. 그리고... 영화 속에 폭력적인 장면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선 사실 지금 버전이 원래보단 덜어낸 버전이긴 하다. 

일부 간접적인 표현을 보시고 가학적으로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떤 면에 있어선 우리 영화의 메시지와 닿아있는 게 폭력의 무서움이기도 하다. 총이 등장하기도 하잖나. 하지만 더 무서운 건 돈이라는 걸 말하기 위해 어느 정도 폭력성은 가져갔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전 이 작품을 코미디로 생각하지 않고 임했지만 보시는 분들은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이다. 누가 죽거나 하진 않으니까."

이미지 깨기

본래 <머니백>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소속사에선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고 한다. 김무열이 외려 강하게 의지를 보였다. 당시 영화의 원제목은 <메이드 인 코리아>였다. 김무열은 "제목 자체가 바로 한국의 현실을 재밌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30억 원 대의 중저예산으로 기획된 이후 제작이 지지부진했을 때 김무열의 합류가 힘이 됐다. "제가 해오지 않았던 캐릭터라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는 "개인적으론 너무 진지하게 행동하는 것 같아서 그 반대의 취향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고 답했다.

 배우 김무열.

ⓒ 리틀빅픽쳐스


"제가 아직 정확하게 김무열이란 존재감을 관객 분들에게 각인시킨 게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다양한 걸 도전할 수 있으니까. 데뷔 초엔 드라마 <일지매> 등 악역을 해서 한동안 악역만 들어오기도 했다. 그땐 악역 이미지로 굳어질까봐 걱정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악역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놓고 그걸 깨 나갈 수도 있으니까.

지금도 여전히 고단하긴 하다. 20대에 무명배우로 지내면서 배우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속성을 생각했었다. 곧 40대가 될 텐데 어느 순간, 이 바닥에서 살아남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고단하더라. 이걸 극복하는 방법은 스스로 좋아서 시작한 일인 만큼 계속 그 마음을 갖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 빗대 김무열이 생각하는 연기, 그리고 돈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을 던졌다. 망설임 없이 꿈과 희망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제 입장에서 연기는 제가 많은 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문학과 영화 같은 예술의 힘이잖나. 작품을 통해 위로든 훈계든 어떤 방식으로든 삶에 영향을 주게 된다. 중요한 건 이 일은 머리가 아닌 마음이 움직이는 일이다. 충분히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돈이라는 게 참 웃긴다. 어쨌든 공짜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쁘게 얻은 돈이라면 다시 돌려주거나 갚아야지. 영화 속 민재가 제 동생이었다면 그렇게 가르쳤을 것이다. 돈이란 게 어찌 보면 실체가 없는 건데 왜 목매고 살까 싶기도 하다가도 없으면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근데 돈 말고 다른 건 안 되는 걸까?"

"영화 자체에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흥행해서) 원금회수는 꼭 했으면 좋겠다"고 김무열은 <머니백>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당분간 그는 유쾌함과 코믹함에 빠져 있을 것 같다. 김무열의 리듬이 담긴 경쾌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우선 이 영화가 필수 코스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배우 김무열.

ⓒ 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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