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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의 원조 나주곰탕이다.
 전남 나주의 원조 나주곰탕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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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곰탕과 소머리국밥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탕과 국밥을 즐겨먹었다. 탕과 국밥은 착한 이미지에 후덕한 인심과 소박함이 담겨있다. 이들 음식은 멋 부리지 않고 소뼈와 소고기를 정직하게 우려내 만든다. 

탕은 보글보글 끓여내는 국과 달리 가마솥이나 곰솥에 푹 고와낸다. 이렇게 고와낸 탕은 취향에 따라 제피나 소금, 후추 등의 양념을 가미해서 먹는다. 곰탕이나 설렁탕 삼계탕 갈비탕 등이 대표적인 탕 음식이다. 탕은 일반적으로 국물에 비해 건더기가 많다.

국밥은 국에 밥을 말아낸 음식이다. 순대를 넣어 끓여낸 순대국밥, 돼지 머리 등 돼지부산물을 활용한 돼지국밥, 콩나물을 듬뿍 넣은 콩나물국밥, 소머릿고기를 넣은 소머리국밥이 있다. 국밥은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으로 조선 말엽에 유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밥에 관한 조리법 역시 조선 말엽 작가 미상의 조리서인 <규곤요람>에서 처음 언급되고 있다.

나주 곰탕의 본가, 나주곰탕 거리에 가다

전남 나주의 대표음식인 나주곰탕 거리다.
 전남 나주의 대표음식인 나주곰탕 거리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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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목사내아 건물 뒤 산자락에는 산벚꽃이 만발했다.
 나주 목사내아 건물 뒤 산자락에는 산벚꽃이 만발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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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탕 요리를 먹고파 곰탕의 본가 나주곰탕 거리를 찾았다. 나주에는 내놓으라는 곰탕집들이 참 많고 많다. 그 중에서 노안집과 남평할매집, 하얀집 등이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안집은 지역민들이 하얀집은 젊은 외지사람들이 선호한다.

찾아간 곳은 나주곰탕 거리에 있는 한 식당이다. 가마솥에서 곰국이 설설 끓고 있다. 소머리고기와 양지살, 사태, 목심 등을 가마솥에 푹 삶는다. 이때 사골을 함께 끓여 국물의 비율을 잘 맞춘다. 나주곰탕은 맑은 국물에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곰탕을 주문하자 밥을 담아낸 뚝배기에 곰국을 부어 토렴을 한다. 곰국을 뚝배기에 담았다 부었다 몇 차례 반복하면서 밥을 데워준다. 밥을 따로 내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개인적으로 국물에 말아낸 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나쁘지 않다. 국물 맛이 깊고 그윽한 맛이다. 건더기와 국물을 어느 정도 먹고 난 후에도 아직 뚝배기에는 말아낸 밥이 수북하다. 이때 취향에 따라 깍두기 국물을 넣어 먹으면 좋다.

가마솥에 정성으로 끓여낸 나주곰탕은 토렴식이다.
 가마솥에 정성으로 끓여낸 나주곰탕은 토렴식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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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곰탕은 국물이 맑고 깔끔한 맛이다.
 나주곰탕은 국물이 맑고 깔끔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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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리국밥, 곤지암 아닌 광주광역시에서 먹다

 주방 찬장에 올려놓은 놋그릇과 가마솥이 퍽 인상적이다.
 주방 찬장에 올려놓은 놋그릇과 가마솥이 퍽 인상적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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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리국밥 하면 우리는 경기도 광주 곤지암을 떠올린다. 나주를 대표하는 음식이 나주곰탕이듯 곤지암의 대표음식은 소머리국밥이다. 욕심이야 곤지암까지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었지만 광주광역시의 맛집을 택했다. 나주에서 가까운 광주광역시에 소머리국밥 잘하는 곳이 있다. 오래전에 가본 기억이 있어 사뭇 그 맛이 그립기도 했다. 

이집은 처음 들어설 때 입구에서 만난 주방 찬장에 예쁘게 올려놓은 놋그릇과 가마솥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음식 맛은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의 감흥은 아니었지만 나름 괜찮았다. 다들 놋그릇에 담아낸 담음새에 후한 점수를 줬다. 깍두기와 배추김치는 그냥 평범한 수준이었다. 지금은 어느 지방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프랜차이즈가 되어서일까. 예전에 비해 음식 맛의 깊이가 덜한 느낌이다.

소머리국밥 역시 서민음식인데 가격도 만만치 않다. 나주곰탕 한 그릇에 9천원, 소머리국밥 한 그릇의 가격은 1만 원이다. 날마다 외식을 하는 직장인들이 점심값으로 1만 원을 내기에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가마솥에 소머리를 푹 삶아낸다.
 가마솥에 소머리를 푹 삶아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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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얀 국물은 소머리와 사골을 푹 고와냈다. 쫀득하면서도 야들한 식감의 소머리고기가 맛깔지다. 이들 음식을 제대로 먹으려면 시골 장터의 식당들이 제격이다. 곰탕과 소머리국밥은 오랜 세월을 지켜온 노포식당이나 장터의 허름한 집에서 먹어야 푸근하고 정감이 간다.

곰탕집 가마솥에서 뿜어대는 하얀 김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발길이 향하곤 한다. 곰국에 허한 속을 달래고 수육 한 점에 쓰디쓴 한잔 술로 시름을 달랜다. 비좁은 식당에서 서로 부대끼며 먹어도 좋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합석을 해도 싫지가 않다. 어쩌면 이들 음식은 더불어 먹어야 더 맛있는 음식일지도 모른다. 

곰탕과 소머리국밥에 밥을 말아낸 이유는 소고기는 식어야 더 맛있기 때문일 것이다. 뜨거울 때는 고기 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어느 정도 식으면 삶아낸 소고기 육향이 되살아난다.

정성으로 끓여 깊은 맛이 나는 소머리국밥이다.
 정성으로 끓여 깊은 맛이 나는 소머리국밥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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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국밥에 다진 양념을 풀어내면 얼큰한 맛이다.
 소고기국밥에 다진 양념을 풀어내면 얼큰한 맛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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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곰탕 본가에서의 나주곰탕 한 그릇, 광주광역시에서의 소머리국밥 한 그릇으로 참 유익한 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나주곰탕, #소머리국밥, #맛돌이, #미식여행, #전남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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