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르밤바에서 쿠스코를 가는 길에 만난 고원의 풍경이다. 유채꽃 같은 노란 꽃들이 일대 장관을 이루며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 안데스 고원 우르밤바에서 쿠스코를 가는 길에 만난 고원의 풍경이다. 유채꽃 같은 노란 꽃들이 일대 장관을 이루며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남미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산맥(안데스)과 강(아마존) 그리고 폭포(이구아수)가 있다. 그중 안데스 산맥은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으로 7개국에 걸쳐 있다. 길이가 무려 7000km에 달한다. 태평양판이 남아메리카판과 충돌하면서 조산운동으로 생긴 것이다. 이로 인해 안데스의 고원지대에는 지금도 바다 같은 호수(티티카카)와 소금사막(우유니)이 있다. 조산활동이 일어나기 전에는 바다였다는 뚜렷한 증거다.

안데스 산맥은 마치 세계의 모든 비경을 모아 놓은 형상이다. 히말라야, 알프스보다 아름다운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설산과 더불어 해발 3000m가 넘는 고원에 목장 같은 넓은 초원이 있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유황온천도 있으며, 홍학들이 사는 그림 같은 산중 호수가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원시 초원과 고산의 만년설 그리고 고원의 한가로움은 안데스가 안겨주는 경이로운 선물이다. 고지대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으며,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를 비롯한 여러 도시들이 자리하고 있다. 산 아래에 비해 기후가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아 살기가 적당했던 모양이다.

비행기를 타야 볼 수 있는 신기한 그림

모레이 농업시험장 가는 길에 만난 해발 3000이 넘는 마을 풍경이다. 마치 목장 처럼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 안데스 고원 모레이 농업시험장 가는 길에 만난 해발 3000이 넘는 마을 풍경이다. 마치 목장 처럼 평화로움이 가득하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우유니에서 알티플나노 고원지나 칠레국경으로 가던 중에 만난 호수의 풍경이다. 적색의 조류로 인해 아름다운 호수의 빛을 띠고 있었다. 이곳에는 홍학이 살고 있었다.
▲ 알티플나노 고원의 꼴로라다 호수 우유니에서 알티플나노 고원지나 칠레국경으로 가던 중에 만난 호수의 풍경이다. 적색의 조류로 인해 아름다운 호수의 빛을 띠고 있었다. 이곳에는 홍학이 살고 있었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남미에는 안데스산맥의 아름다운 자연 못지않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비스러운 역사 유적이 많다. 공중도시 마추픽추와 지상화인 나스카라인이 대표적이다. 언제 무슨 이유로 만들고 그려 놓았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마추픽추는 하늘만 보이는 안데스산맥 깊숙한 곳에 자리해 있다. 절벽 아래로는 우르밤바 강이 휘돌아 가고 있다. 한눈에 봐도 천혜의 요새다. 해발 2400m가 넘는 심산유곡의 고지대에 건설되어 있다. 왕족의 은신처 같기도 하고 신을 모시는 마을 같기도 하다. 흰 구름이 산봉우리를 신비스럽게 에워싸고 있어 신선이 사는 마을 같다.

마추픽추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수풀에 갇혀 있어 공중에서만 볼 수 있었다. 공중도시로도 불리는 이유다. 혹자는 우주적 차원의 문명작품으로까지 이야기한다. 도시 안에는 신전도 있고 초등학교 운동장 크기의 잔디광장도 있다. 집은 두 세평 크기의 원룸으로 주변의 돌을 쌓아 만들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산중 깊숙이 만들어 놓은 은밀한 장소가 오늘날 이토록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관광지가 될 줄이야! 세상일은 참 아이러니하다.

마추픽추는 쿠스코에서 기차로 4시간 정도 소요되며 기차역(아구아깔리네스)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굽은 산길을 40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마추픽추 안에는 식당도 화장실도 없다. 비가 오면 피할 공간조차 거의 없다. 우산이나 우비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해발 2400m에 건설된 공중도시 마추픽추다. 여행자들이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모습이다. 마추픽추는 현지어로 '오래된 봉우리'를 뜻한다
▲ 마추픽추 해발 2400m에 건설된 공중도시 마추픽추다. 여행자들이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모습이다. 마추픽추는 현지어로 '오래된 봉우리'를 뜻한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높이 솟은 봉우리 아래에 마추픽추가  확연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마추픽추 높이 솟은 봉우리 아래에 마추픽추가 확연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나스카 지역에 그려져 있는 지상화는 비행기를 타야만 온전히 볼 수 있는 신비한 그림이다. 원숭이, 도마뱀, 고래, 거미와 같은 동물 그림과 삼각형, 사다리꼴 같은 기하하적인 도형이 그려져 있다. 수십 미터에서 수백 미터가 넘는 큰 그림이다. 비행기도 없던 당시에 어떻게 큰 그림을 정교하게 그려 놓을 수 있었는지 수수께끼 같다. 그린 목적과 방법에 대해서는 상상력 넘치는 가설만 존재할 뿐이다. 천문학 달력 내지 외계인의 착륙지가 아닐까 하는 등... 

아마 누군가가 초월적인 존재임을 과시하고 싶어 그려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늘을 나는 생명체가 그려놓았다는 설도 있다. 나스카 지역은 연 강수량이 50mm에도 미치지 못하여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비행기를 타고 나스카라인을 향해 가다보면 시내 곳곳에 나무하나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커다란 모래 산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참 특이한 풍경이다.

비행기 타고 올라가 찍은 모습이다. 거미로 추정이 된다
▲ 지상화 비행기 타고 올라가 찍은 모습이다. 거미로 추정이 된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남미 최고의 여행지 중 하나인 우유니는 안데스 고원지대 알티플라노 남부에 형성된 소금사막이다. 안데스 산맥이 조산운동으로 융기하면서 바다로부터 생겼다. 경상남도 크기의 넓은 면적이다. 강수량이 적어 호수가 되지 못하고 바닷물이 증발하여 소금사막이 된 것이다. 우기인 12월에서 3월 사이에는 빗물로 인해 얕은 호수가 되기도 한다. 조류에 따라 흰색, 적색, 녹색의 다양한 빛깔을 띠기도 한다.

만일 비가 내려 소금사막에 물이 살짝 고이게 된다면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는 놀라운 풍경을 보게 된다. 특히 해가 떨어지는 석양에 이르면 천지가 온통 노을빛으로 변하여 황홀함이 극에 달한다. 세계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경이로운 풍경이다. 누구라도 이곳에 서 있으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 말문이 닫히고 만다.   

운이 좋게도 우유니에 도착하기 전 날  비가 내려 하늘과 땅이 구분되지 않는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 우유니 운이 좋게도 우유니에 도착하기 전 날 비가 내려 하늘과 땅이 구분되지 않는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우유니소금 사막에 있는 호텔이다. 소금으로 만 지어져 있다.
▲ 소금호텔 우유니소금 사막에 있는 호텔이다. 소금으로 만 지어져 있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또한 이곳에는 소금으로만 지어진 소금호텔이 있어 눈길을 끈다. 언뜻 보이기에는 겉과 안이 일반 호텔과 다를 바 없다. 소금으로 지어져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 챌 수가 없다. 의자도 탁자도 모두 소금으로 되어 있다. 벽과 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호텔 바닥에는 누군가 옷을 말리다 구멍을 낸 흔적도 있다. 따라서 호텔 안에서 절대 빨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다. 커피 한잔도 마음 놓고 먹기가 조심스럽다

남미의 경이로운 자연

남미에는 인류의 개발이 아직 손닿지 않는 자연의 마지막 희망처럼 남은 곳이 있다. 칠레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이다. 남미 최고의 비경으로 꼽히는 곳으로 파타고니아 지역에 있다. 바람이 유난히 많고 날씨 변덕이 심하여 하루에 사계절을 다 만날 수도 있다. 빙하가 덮여 있는 기이한 모양의 산봉우리와 산중 호수의 쪽빛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숨을 멎게 할 만큼 가히 압권이다.

흰옷을 걸친 산봉우리를 앞에 두고 야생화가 피어 있는 산길을 걷는 여유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퓨마, 사슴, 과나코 등의 야생동물과 벗하며 산중 호수에서 도시락을 먹는 즐거움은 더 잊을 수가 없다. 노란 야생화가 핀 언덕에 서서 쪽빛 호수에 떠 있는 설산을 바라보다보면 잠시 나를 잊고 무아지경이 된다. 전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산빛과 물빛은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야생화가 활짝피어 있고 호수위에 그림같이  있는 설산의 모습이다. 남미 최고의 비경을 보여주고 있다. 푸마 사슴 등 여러 야생동물이 사는 생물의 보고다
▲ 토레스 델파이네 국립공원 야생화가 활짝피어 있고 호수위에 그림같이 있는 설산의 모습이다. 남미 최고의 비경을 보여주고 있다. 푸마 사슴 등 여러 야생동물이 사는 생물의 보고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으며 바라본 델파이네 국립공원의 풍경
▲ 토레스 델파이네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으며 바라본 델파이네 국립공원의 풍경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이곳에는 세계 최고로 꼽히는 트레일 코스가 있다. 4박 5일 코스도 있고, 7박 8일 코스도 있다.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야 할 곳이 아닌가 싶다.

남미에는 또 세계 최대의 폭포가 있다. 3개국에 걸쳐 있는 이구아수 폭포다. 단층운동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 폭은 2.7km에 달하며 높이는 80m가 넘는다. 아르헨티나에서 배를 타고 가며 바라보는 풍경은 생동감이 있다. 폭포 속으로 들어가는 짜릿함도 있고 물줄기를 맞아보는 시원함도 있다. 폭포 속으로 들어가 한바탕 물난리를 겪고 나면 폭포 곳곳에 무지개가 피어나는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 물을 흠뻑 맞고 나면 마치 도를 깨우친 사람처럼 마음이 참 편해진다.

브라질에서 바라보는 이구아수는 또 다른 맛이 있다. 폭포가 장중하며 물줄기가 더 장쾌하게 쏟아진다. 폭포 아래로 놓인 데크를 따라 다가서면 폭포에서 뿜어내는 물안개로 인해 바라보는 묘미가 사뭇 다르다. 더 신비스럽고 야단스럽다. 엄청난 양의 물이 쉼 없이 쏟아지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절로 자연의 경이로움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브라질에서는 환경보호를 고려한 통로를 만들어 놓아 다양한 위치에서 폭포를 바라 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에 있는 이과수 폭포다. 배를 타고 들어가면서 바라본 모습이다.
▲ 이과수 폭포 아르헨티나에 있는 이과수 폭포다. 배를 타고 들어가면서 바라본 모습이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브리잘에서 데크를 따라 이동하여 바라본 이과수 폭폭의 모습이다.
폭포가 웅장하며 물소리가 장쾌하다.
▲ 이과수폭포 브리잘에서 데크를 따라 이동하여 바라본 이과수 폭폭의 모습이다. 폭포가 웅장하며 물소리가 장쾌하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지난 1월 중순부터 한 달 가까이 여행한 남미는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곳이 됐다. 4000~5000m 고원지대를 넘으며 코피도 쏟아야 한 것도 있지만, 여행 도중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난망한 일이었다. 남미 끝자락에 있던 터라 돌아가기도 쉽지 않았다. 비행기를 3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먼 길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여행일정을 마치고 귀국해야만 했다.

남미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산맥과 강이 있어 볼거리도 많지만 신비한 유적지가 많아 여행자의 마음을 끄는 곳이다. 남미를 여행하면서 마추픽추도 지상화도 의문이 꼬리를 물지만 의문이 풀리지 않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세계 3대 미항의 하나인 브라질 리우데 자이네로의 모습이다.  예수상은  코르코바두 산의 정상(고도 700 미터)에 세워져 있으며, 리우데자네이루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있다
▲ 예수상 세계 3대 미항의 하나인 브라질 리우데 자이네로의 모습이다. 예수상은 코르코바두 산의 정상(고도 700 미터)에 세워져 있으며, 리우데자네이루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있다
ⓒ 임재만

관련사진보기


잉카제국이 어떻게 고작 180명도 안 되는 스페인 원정대에게 정복을 당하게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시에 천연두와 같은 전염병으로 나라사정이 어려웠다지만 제국이 얼마나 허술했기에 그토록 허망하게 무너졌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건대 남미에는 부러울 것 없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부족함이 없는 자원과 식량이 있었기에 외부와 단절된 채 문을 꼭 닫고 살지 않았나 싶다. 세계정세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고 살다가 처음 보는 대포소리에 깜짝 놀라 허망하게 무너졌는지 모른다.

남미는 쉬운 거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많은 수수께끼를 간직한 신비함이 가득한 곳이었다. 마치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듯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태그:#남미, #마추픽추, #우유니, #토레스델파이네, #이과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