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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길이 생겨나 여행하기 좋은 강축해안도로.
 자전거길이 생겨나 여행하기 좋은 강축해안도로.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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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에서 한반도의 등줄기를 타고 경북 포항까지 동해안을 따라 이어진 7번 국도. '강축해안도로'도 그중 하나다. 대게로 잘 알려진 경북 영덕의 강구항에서 축산항까지 약 20km 거리로 구불구불 이어진 20번 지방도로다. 8km를 더 가면 대진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큰 마을과 최단거리 위주로 조성되어 동해의 진풍경과 다소 먼 곳이 많은 7번 국도. 이와 달리 강축해안도로는 짙푸르고 깊은 동해·작은 백사장·예쁜 등대·소박한 포구를 품은 어촌마을 곁을 지난다. 정겹고 빼어난 경관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 아름다운 동해 해안도로가 많지만, 자전거여행자에게 강축해안도로는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고맙게도 해안가 차도 옆에 자전거도로가 생겨서다.

게다가 차량통행이 잦지 않고 대부분 관광길이어서 자동차도 천천히 지나기 때문에 안전하고 여유롭게 자전거여행을 즐길 수 있다. 정답고 아름다운 동해안 풍경을 실컷 눈에 담으며 해안가를 달렸다. 예상치 못했던 오르막길이 동해 파도처럼 밀려 왔지만, 에메랄드빛 바다가 내내 옆에 있어 주어 힘든 줄 모르고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 주요 자전거여행길 : 강구역 - 강구시장(오일장) - 강구항 - 해안도로 - 해맞이공원 - 축산항 - 강구역 혹은 강구시외버스터미널 (편도 약 22km)

닷새장과 대게마을을 품은, 영덕 강구항

 강구항이 있는 강구역으로 가는 신설 동해선 열차.
 강구항이 있는 강구역으로 가는 신설 동해선 열차.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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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구대게마을 바닷가에 있는 해파랑공원.
 강구대게마을 바닷가에 있는 해파랑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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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축해안도로의 들머리 강구항(경북 영덕군 강구면)에 가는 교통편이 다양해졌다. 강구시외버스터미널 외에 지난 1월 신설 동해선 강구역이 생겼다. 포항역에서 하루 7번 오가는 열차로 월포역·장사역·영덕역 등도 지난다.

대게가 많이 나는 지역이다 보니, 재밌게도 열차에 큰 대게가 그려져 있다. 강축해안도로 여행을 한층 즐겁고 흥미롭게 해주었다. 머지않아 강원도 삼척까지 기찻길이 이어진다니 동해안 여행이 더욱 풍성해지겠다.

승차가 허용되는 접이식 자전거 외에 일반 자전거는 앞바퀴만 빼면 열차에 실을 수 있다고 역무원이 알려줬다. 자전거 앞바퀴는 바퀴 중앙에 있는 작은 레버를 조정해 탈착이 손쉽다. 강축해안도로에 자전거도로가 그어진 건 신설 동해선 열차 덕택이다. 부산 부전역에서 포항역까지 열차를 타고 온 자전거여행자 아저씨와 함께 강구역행 열차를 탔다.  

 강구시장 오일장터에서 파는 말벌집.
 강구시장 오일장터에서 파는 말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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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한 오징어가 빨래처럼 널려있는 강구항.
 귀한 오징어가 빨래처럼 널려있는 강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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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역에서 5분여를 달리면 강구항에 닿는다. 강구항 주변에 강구시장과 시외버스터미널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담한 강구시장은 매 3일과 8일마다 오일장이 열린다. 장터 골목을 지나면서 들려오는 경상도 사투리가 정답다. 바다와 항구가 가깝다 보니 시장엔 해산물이 풍성하다.

시장통안 작은 식당들마다 물회, 물가자미찌개, 도루묵찌개, 물곰해장국 등을 먹을 수 있다. 동해안에선 곰치라는 물고기를 물곰이라 부른다. 물메기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다. 물가자미는 영덕에서 대게만큼이나 많이 나는 물고기로 축산항에선 매년 '물가자미 축제'도 열린단다. 큰 말벌집을 약용으로 파는 노점이 눈길을 끌었다. 오일장터에서 만날 수 있는 진귀한 풍경이다.

 대게중의 대게라는 박달대게.
 대게중의 대게라는 박달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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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만 손이 가는 대게빵.
 자꾸만 손이 가는 대게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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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항은 울진 후포항과 함께 대표적인 대게 집산지다. 커다란 대게가 매달려 있는 작은 다리를 건너면 나타나는 강구항엔 100여 곳에 이르는 대게식당·대게수족관이 포구에 빼곡하다. 대게 찜통에서 무럭무럭 나오는 구수한 냄새가 관광객을 부른다. 요즘엔 대게를 좀 더 다양하게 조리해서 내놓기도 하지만, 별다른 양념 없이 그대로 쪄먹는 것이 여전히 가장 맛이 좋다.

대게는 금어기(6~11월)가 풀리는 초겨울부터 잡기 시작하지만, 3~4월 이맘때가 속살이 꽉 차고 향이 진한 때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은 박달대게.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차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대게모양으로 만든 빵집도 있는데, 다른 동네에도 많은지 프렌차이즈로 운영 중이다.

매년 4월 '영덕 대게축제'가 벌어지는 동네답게 항구 외에도 대게마을, 커다란 대게 조형물이 서 있는 바닷가 해파랑공원 등을 품고 있다. 강구항은 자연스레 강축해안도로와 이어지는데 차도 옆 보행로 겸 자전거도로에 김처럼 까만 미역들이 들어서 있다. 도시였다면 당장 민원이 발생했겠지만 이곳에선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해안도로 옆에 이어진 미역 말리기는 오히려 진풍경에 가까웠다.

낫을 들고 바다에 들어가 미역을 캐는 영덕 해녀

 이맘 때 강축해안도로에 까맣게 도열하는 돌미역.
 이맘 때 강축해안도로에 까맣게 도열하는 돌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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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낫을 들고 바다에 들어가 자연산 돌미역을 따는 영덕 해녀.
 낫을 들고 바다에 들어가 자연산 돌미역을 따는 영덕 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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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미역을 말리느라 자전거 주행을 방해해 미안했던지, 자전거 안장에서 내려 걸어가는 내게 말린 미역귀를 여러 개 떼어내 손에 쥐여주었다. 미역에서 제일 맛있는 부위란다. 바닷물에 간이 된 오독오독 씹히는 미역귀를 먹으며 해안가를 지나갔다. 문득 어릴 적 많이 먹었던 튀각이 떠올랐다.

이맘때가 제철이라는 미역은 김처럼 양식 재배하는 줄 알았다. 강축해안도로 옆에 까맣게 도열한 많은 미역들은 마을 사람이 직접 캔 것이었다. 캔 사람은 다름  아닌 해녀. 제주도에 가서나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해녀들이 영덕의 바닷가를 따라 물질을 하고 있었다. 바닷가에서 해녀를 기다리는 아저씨들 모습이 영락없는 제주 섬 풍경이었다.

영덕 해녀는 낫을 들고 잠수해 바닷가 물속에 자라난 해초 가운데 미역을 골라 베어온다. 봄 햇살에 말리면 '자연산 돌미역'이 된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며 말을 붙이는 내게 해녀 할머니, 아주머니마다 먹어보라며 미역을 입에 물려주었다.

 예술작품같은 창포리 마을 등대.
 예술작품같은 창포리 마을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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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만 눈길이 머무는 강축해안도로의 동해바다.
 자꾸만 눈길이 머무는 강축해안도로의 동해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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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고 빨간 작은 등대와 어선이 어울려 정다운 하저리, 창포리 포구 마을을 지나면서 평탄했던 길은 오르막으로 모습을 바꿨다. 오랜만에 자전거 1단 기어를 쓰며 허벅지에 힘을 써야 했지만 바다 경치는 한층 볼만해졌다. 가뿐 숨을 쉬며 자전거 페달을 돌릴 때마다, 지난겨울 차곡차곡 쌓였던 뱃살이 쭉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르막길 끝에 오르면 전망 좋은 쉼터 '해맞이공원'이 여행자를 맞는다. 동해가 한 눈에 펼쳐지는 게 일출 명소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전세버스를 타고 온 단체여행객, 자전거 여행자, 영덕 블루로드를 걷는 도보 여행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공원에 모여 있다.

새파랗게 물든 바다 위로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졌다. 동해가 선사한 마음이 탁 트이는 장쾌한 광경에 자꾸만 눈길이 머물렀다. 이 공원의 상징은 대게가 휘감고 있는 '창포말(창포리 마을) 등대'. 등대 너머 축산 쪽으로 굽이치며 펼쳐진 해안의 바위 경치가 멋지다. 산책로를 따라 절벽 밑 바닷가까지 내려갈 수 있다.

 강축해안도로 곳곳에 있는 작고 안온한 해변.
 강축해안도로 곳곳에 있는 작고 안온한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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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포구로 돌아와 한갓지게 쉬고 있는 어부들.
 마을 포구로 돌아와 한갓지게 쉬고 있는 어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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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 절로 터져 나오는 탄성을 내지르며 파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내리막길을 총알처럼 달린 것도 잠시, 얼마 후 다시 오르막길이 눈앞에 나타났다. 자전거여행을 하다보면 어느새 낙천주의자가 된다. 아직 오지도 않은 오르막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 지금 내리막을 신나게 즐기자. 해안가 옆으로 산이 솟아오른 지형으로 서너 개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동해 파도처럼 강축해안도로에 굽이친다.

이곳을 지나는 자전거여행자들은 해안도로 양편을 지나칠 때마다 묵례를 하거나 엄지를 치켜세우며 인사를 한다. 힘든 오르막길을 여러 차례 달리다 보니 저절로 동료의식이 생긴 듯하다. 장쾌한 동해, 방파제 끝 작은 등대 아래서 낚시를 하며 며칠간 묵고픈 정다운 어촌마을, 함께 달리는 자전거여행자들이 있어 해안가 오르막길이 덜 힘들었다. 

해안가 이름이 없는 게 자연스러울 작은 해변들은 자연이 선사한 좋은 쉼터였다. 백사장에 주저앉아 물을 마시며 감상한 부드러운 파도소리는 아직도 귀에 선하다. 분주하지도, 쓸쓸하지도 않아 좋은 봄 바다였다. 대게원조마을이라고 하는 차유마을에 들어서니 저 앞에 축산항의 높다란 등대가 보였다.

 축산항의 별칭 '천리미항'.
 축산항의 별칭 '천리미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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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풍광이 펼쳐지는 등대 전망대와 산책로가 있는 축산항 죽도산.
 멋진 풍광이 펼쳐지는 등대 전망대와 산책로가 있는 축산항 죽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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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축산항(경북 영덕군 축산면)에 들어서자 입구에 거북이 등이 올라탄 물가자미가 그려져 있는 큰 간판이 여행자를 맞이했다. '천리미항 축산항'. 처음 와서 미항인 건 모르겠지만 정말 천 리를 달려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항구였다. 밥 먹을 시간이 아닌데도 배가 고파 먹은 물가자미 찌개. 국물과 생선 살 한 숟가락을 입에 넣자 온몸의 피로가 사르르 풀리는 듯했다.

축산항은 관광지가 된 강구항과 달리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고요한 포구다. 어선 주변에 앉아 있는 갈매기들 모습이 한갓지고 평화롭기만 하다. 특이한 항구이름에서 보듯 주변에 작은 산들이 솟아있다. 풍광 좋은 전망등대와 산책로가 있는 죽도산(대밭산·87m), 봉수대가 있는 대소산, 포구 남쪽에 자리한 말미산에 둘러싸여 포근한 느낌을 준다.

덧붙이는 글 | 지난 3월 28일에 다녀 왔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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