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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정우상가 앞에 있는 '제주 4.3 70주년 시민분향소'가 4일 새벽 누군가에 의해 파손되었다.
 경남 창원 정우상가 앞에 있는 '제주 4.3 70주년 시민분향소'가 4일 새벽 누군가에 의해 파손되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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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정우상가 앞에 있는 '제주 4.3 70주년 시민분향소'가 4일 새벽 누군가에 의해 파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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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제주 4.3 70주년 분향소입니다. 제주 4.3도 이렇게 처참했었습니다."

4일 경남 창원 의창구 용호동 소재 정우상가 앞 용호문화거리에 있는 '제주 4.3 분향소'에 걸어 놓은 펼침막이다. '제주 4.3 70주년기념사업 경남위원회'가 파손된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려 안내해 놓은 것이다.

이날 새벽 누군가 제주 4.3 분향소를 부숴버렸다. 천막이 찢어지고 탁자를 비롯한 집기가 바닥에 나뒹굴어져 있었으며, 많은 집기류가 파손되어 있었다.

용의자 검거... 경찰, 범행 동기 등 수사

경찰 수사 결과, 용의자가 이날 검거되었다. 창원중부경찰서는 이날 오후 "정우상가 앞에서 주민 제보로 용의자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며 "정확한 범행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49)씨가 4일 새벽 4시경 분향소 천막을 찢고 의자 등 집기류를 부순 뒤 도주했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1명이 정신이상 증상이 있다고 보고 있다.

창원중부경찰서는 "오늘 오전 8시 44분경 신고를 받고, 주변 탐문 수사를 벌여 용의자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남위원회는 경찰에 배후 등을 밝혀 줄 것을 요구했다.

경남민예총, 가수들 모여 추모공연

경남위원회와 경남민예총은 이날 오후 분향소 앞에서 추모공연을 열었다. 김유철 시인이 추모시를 낭독하고, 박영운·이경민 지역가수와 우창수·김은희 부부가수, 밴드 '트래바디'가 공연했다.

김유철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1948년 4월 3일의 제주와 2018년 4월 3일의 현장 모습이 같다. 창원 분향소 현장은 누군가 총만 들지 않았을 뿐이지 70년전 제주와 마찬가지다. 아직도 잔인성을 보여준다. 할 말이 있으면 이렇게 할 게 아니라 와서 당당하게 말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김 대표는 "많은 사람이 처참한 현장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창녕에 사는 우창수 가수는 "분향소 현장의 처참한 모습을 알고 오게 되었다"며 "우리 사회가 더 소통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 정우상가 앞에 있는 '제주 4.3 70주년 시민분향소'가 4일 새벽 누군가에 의해 파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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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정우상가 앞에 있는 '제주 4.3 70주년 시민분향소'가 4일 새벽 누군가에 의해 파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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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국민위 "강력히 규탄한다"

제주 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범국민위)는 시민분향소 파손과 관련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범국민위는 "시민들의 환대를 받았던 분향소는 처참하게 바뀌어 도저히 분향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며 "의자와 책상 등 집기들은 다 쓰러져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고, 천막은 군데군데 구조만 남겨져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이용표 경남경찰청장을 비난하는 문구는 상당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었다"고 했다.

범국민위는 "현장 상황만 놓고 봤을 때도 적개심에 가득 찬 의도적인 '테러행위'로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라 했다.

이들은 "창원 분향소를 향한 테러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경찰 측의 철저한 수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협조를 요청한다"라며 "특히 4.3 전국 분향소는 지난 3일부터 22개 지역이 운영되고 있다. 향후 또 제주 4.3에 대한 국가적 추모와 해결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이런 테러행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범국민위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범인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창원 분향소에 대한 테러행위는 제주 4.3의 진실을 부정하는 세력의 행위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우리 위원회는 경찰의 강력한 수사 촉구와 함께 광화문 국민문화제가 진행되는 7일까지 지역 분향소 역시 변함없이 운영할 것을 천명하는 바다"라고 했다.

김유철 시인 "그래도 우리의 길은 평화다"

다음은 김유철 시인의 추모시 전문이다.

그래도 우리의 길은 평화다

김유철

1948 제주 4.3
유채꽃이 흐드러진 중산간에서 벌어진
방화 파괴 윤간 학살
관없이 죽은 아비와
생살을 찢긴 어미의 주검 앞에
아이들의 터지지않는 통곡이
한라산을 온통 덮었다

2018 한반도 4.3
여전히 유채꽃은 무심히 가득한데
유령처럼 떠도는 분열, 갈등, 이념, 전쟁
어젯밤 벌어진 폭력의 현장을 보라
비겁과 야비함의 발버둥을 보라
한밤중 떼거지로 몰려와
부수고 사라진 도적같은 존재들이여
할말이 있으면 하라

그러나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평화를 말하련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동녘과 서녘 남녘과북녘
모두가 한 몸을 이루며
철조망없는 한 울타리가 되어
푸르고 밝은 평화를 말하련다

우리는 희망을 말하련다
사람이 전부인 세상
사랑이 힘이 되는 세상
누구도 그 어느 것도 일상의 평화를 깨뜨리지 않는
온전한 민주세상
어깨동무하는 촛불세상
이웃이 바로 나 임을 알아보는 세상
꿈결 같은 세상을 지금 여기로 담는
절절한 희망을 꿈꾸리라

제주의 억울한 영령들이여
한반도의 모든 폭력의 희생자들이여
용서하소서 고히 잠드소서
부디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경남 창원 정우상가 앞에 있는 '제주 4.3 70주년 시민분향소'가 4일 새벽 누군가에 의해 파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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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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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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