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를 읽었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가진 제목입니다. 무슨 뜻이지? 사랑하고 있잖아. 연애하는 이도 있고 가족도 있고 좋아하는 친구, 선, 후배들이 있잖아. 그런데 '사랑할 수 있을까'라니 궁금한데?

책장을 넘겼습니다. 제목을 이해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희망을 이야기 하기 위해 그리고 그 가능성에 대해 담담하고 조용하게 설명합니다. 결국은 말합니다. 우리도 사랑할 수 있다고.

 책표지/오연호지음/오마이북/15,000원/2018.2.23
 책표지/오연호지음/오마이북/15,000원/2018.2.23
ⓒ 김용만

관련사진보기


오연호씨가 쓴 책입니다. 오연호씨는 <오마이뉴스> 창업자이며 동시에 현 <오마이뉴스> 사장이기도 합니다. 그가 2013년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덴마크를 다녀와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로부터 4년 간 전국을 순회하며 약 800회의 강연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10만 명의 꿈틀거리는 사람을 만나 깨달은 것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 안에도 덴마크가 있구나.'

우리 안에 있는 덴마크를 소개하기 위해 쓴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덴마크가 행복지수 1위 나라가 된 데에는 특별한 시스템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덴마크에서 가능했던 교육의 기본 철학에 대해 오연호씨는 말합니다.

덴마크를 행복지수 1위로 만든 여섯 개의 키워드는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이다. 이것을 다시 세 단어로 표현하면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다. 우리도 역시 소중하게 여기고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 학교의 교실마다 붙어 있는 것이 '더불어 행복한 학교'다. 내세우는 가치는 덴마크와 다를 바 없다. 특히 대한민국 헌법 10조를 보면 놀랍도록 같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된 것은 대한민국 헌법 10조의 정신을 잘 지키고 사회와 문화 속에서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세우는 것은 덴마크와 대한민국이 똑같지만, 저들은 그것을 삶 속에서 문화로 만들었고, 우리는 아직도 추진 중이다.(여는 글 중)


이 책을 읽다보면 반복적으로 나오는 단어와 문장이 있습니다.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 이 내용들이 새롭지 않았습니다.

오연호 대표는 덴마크 교육을 접하며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결국 기억하게 됩니다. 자신이 어릴적, 살던 동네에서 자연스레 행해졌던 일이었습니다. 이웃과 더불어, 스스로, 즐겁게 살았던 추억, 덴마크는 우리나라에도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해서 교육 철학을 묻는 사람들도 많이 만납니다. 철학이 특별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바른 교육은 위의 문장에 모두 들어있습니다.

자유롭고, 안정적이며 차별하지 않고 이웃 간 서로 믿으며, 친환경적인 삶을 사는 것, 스스로 서고 즐겁게, 더불어 사는 것, 내가 행복하면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 쉬운 말이지만 옳은 말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깊이 와 닿는 말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 그래, 이거야. 이거잖아'라고 느끼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게다가 그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하고 있었던 것이라 더 놀랍습니다.

덴마크의 유치원은 100퍼센트 국공립이며 그 중 약 20퍼센트가 숲속에 있는 숲 유치원이다...언덕 너머의 아이들 3~4명은 숲 속을 탐험하듯 여리저기 뛰어다니고 있었다. 원장에게 지금이 무슨 시간이냐고 물어봤다. 어떤 수업을 하는 중이냐고 물은 것인데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수업 시간이 아니라 그냥 노는 중입니다. 우리 유치원에는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오전 9시에 등원해서 오후 3시에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동안 우리 유치원은 어떤 프로그램도 진행하지 않습니다. 프로그램이 없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이들 스스로 놀이거리를 찾아서 놀게 됩니다.",
"스스로 놀게 하는 것이 좋아 보이긴 하지만, 3000평이나 되는 이 넓은 숲에서 아이들이 놀다보면 다칠 수도 있잖아요. 덴마크 부모들은 그런 걱정을 별로 하지 않나요?", "놀다 보면 다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치는 과정 속에서도 배웁니다. 너무 빨리 달리다가 넘어져서 다쳤다면, 달릴 때 속도 조절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배우게 될 겁니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뭔가를 '주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 잘 뛰어 놀고 있는 지 살피고 있었다. (본문 중)


덴마크 유치원 선생님의 역할은 단지 아이들이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 잘 뛰어 놀고 있는 지 살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치원 선생님의 역할을 선생님뿐 아니라, 어른들이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높다고 자랑하듯 선전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의 높은 교육열을 부러워하는 것처럼 말하며 자부심을 가지기도 합니다. 교육열이 높은 것 자체는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겠으나 목표를 보면 그리 명예롭지만은 않습니다. 덴마크 교육의 최종 지향점은 '그래, 인생은 즐거운 거야'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최종 지향점은 '너부터 잘돼야 해. 친구들보다 높은 점수를 얻어야 해. 성공하려면 서울로 가야 해.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해서 명문대를 가야 해. 행복? 그건 어른 되어 찾아도 늦지 않아.', 최종 지향점이 다른 교육은 과정도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며 행복하지 않다면, 모든 학생이 1등을 할 수 없는 구조의 사회 시스템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덴마크 사회는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는 기본 가치를 철저히 현실 속에서 실현하고 있습니다. 책에는 덴마크의 열린 감옥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열린감옥에는 경제사범, 교통사범 등이 수감되어 있으며 닫힌 감옥에서 일정 기간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수형 생활을 한 죄수들이 모범수가 되어 이곳으로 옮겨 온다. 이곳에는 모든 문이 열려있다. 감옥 정문부터 죄수가 잠자는 감방의 문까지 모두 열려있다.
열린 감옥에서는 죄수들도 낮에 감옥 밖으로 나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저녁 7시 전에 다시 감옥으로 돌아오면 된다. 열린 감옥 시스템을 유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감옥에 온 사람들, 그러니까 죄수가 된 사람들은 자기 인생을 경영하는 데 실패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투옥이라는 벌을 받게 되는 것이죠.
문제는 그 후입니다. 그 죄수가 완전히 갇힌 상태에서 사회와 단절된 채 '나는 인생의 패배자야. 이 사회에 쓸모없는 인간이야'라는 생각을 계속 품은 채 감옥 생활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상태로 만기 출소해 사회에 나오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본문 중)


상당히 충격적인 부분입니다. '잘못했으니 벌을 받고 격리돼야 해!'가 아니라 그가 사회에 나왔을 때 어떤 일원이 될 것인지까지 배려하는 덴마크 사회, 오히려 이 방법이 범죄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지 않을까?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못했을 때 벌을 주지 않아 아이들이 일탈하는 것이 아닙니다. 되레 너무 심한 벌을 받아 일탈하는 경우를 더 많이 봐왔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벌이 아니라 기회와 믿음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책을 빨리 읽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천천히 읽었습니다. 아껴 읽고 싶었습니다. 평소 교육 관련 책을 자주 읽는 편입니다. 위대한 교육학자들이 쓴 책들도 읽습니다. 정확히 말해 이 책을 쓴 오연호씨는 교육전문가는 아닙니다. 차라리 언론인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대한민국 강화도에 꿈틀리 인생학교 이사장입니다. 그는 결국 교육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현실 속에서 2018년 꿈틀리 인생학교는 3기 아이들을 맞이했습니다.

"내가 행복하려면 내가 승자가 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내가 10퍼센트 안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내가 행복하려면 내 친구들도 승자가 되어야 한다. 90퍼센트 이상이 승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본문 중)


이 말에 동의하시는지요? 우리는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설마? 우리나라가? 에이 아직 국민성이 안돼'라며 의문을 가지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우리가 덴마크보다 뭐가 부족해서 행복할 수도, 사랑하기 힘든 것일까요?

우리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작지만 무게 있는 꿈틀거림이 울렁이고 있습니다. 꿈틀거림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 꿈틀거리고 싶으신 분, 이 책은 용기와 희망을 줍니다. 우리도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하고 싶습니다. 행복하기 위해 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셔야 합니다.

쉬었다 가도 괜찮습니다. 다른 길로 가도 괜찮습니다. 지금 잘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