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7일 권성동 의원이 강릉시당협 위원장에 임명된 데 반발해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최명희 강릉시장이 결국 정계은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권성동에 밀린 최명희의 '집단탈당' 작전... 반격 성공할까).
무소속인 최명희 강릉시장은 최근 여러 번 사석에서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정계은퇴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탈당에 합류한 복수의 관계자들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 시장님이 정계은퇴라는 말은 직접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최 시장이 3선 임기가 끝나는 오는 6월 말이 지나면 사실상 정치적으로 활동할 기반이 사라지기 때문에 자연스레 정계은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명희 강릉시장 정계은퇴설 나오는 이유이처럼 정계은퇴 설이 강하게 흘러나오는 배경에는 최 시장이 처한 정치적 상황도 무관치 않다. 최명희 강릉시장은 지난해 말 자유한국당 탈당한 뒤 지지세력을 규합해 야심차게 독자세력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출발부터 최 시장이 원하는 그림대로 되지 않았다.
탈당 당시 최 시장은 자신이 당협위원장으로서 관리하던 6.13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이 동반 탈당할 것으로 기대했다. 최 시장이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에도 이런 심경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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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희 강릉시장이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뒤 당직자와 당원들에게 탈당을 권유하며 보낸 문자 중 일부 ⓒ 김남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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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시장은 문자에서 "우리가 한번 맺은 인연은 영원할 것입니다. 선거를 위해 들어오신 분들은 무슨 뚱딴지 같은 얘기냐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우리의 힘을 키우고 시민들의 지지를 얻으면 무한한 가능성 또한 열려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들은 최 시장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정치 신인 신분에서는 정치적 배경이 없는 무소속 출마를 선택하기 쉽지 않았고, 또 최 시장이 현직 시장이어서 자신들의 선거를 적극적으로 돕기 어렵다는 점 등이 불안요소로 작용했다.
이에 최 시장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장직 중도 사퇴' 카드를 던졌다는 말도 나왔다. 동반 탈당한 후보들을 직접 돕기 위해 적절한 시점에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집단탈당 전 사전 회의에 참석한 A씨는 인터뷰에서 "최 시장이 그 자리에서 '내가 시장직을 중도 사퇴를 해서라도 선거를 돕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나도 그걸 믿고 따라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승부수에도 출마예정자들은 '일단 공천 과정을 지켜보겠다"며 움직이지 않았다. 당시 최명희 계로 분류되던 한 출마예정자는 "무소속 출마는 솔직히 힘든 것 아니냐? 일단 남아서 당의 공천을 지켜보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탈당 인사들도 각자도생... 독자생존의 꿈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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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15일 최명희 강릉시장의 자유한국당 탈당에 동조헤 집단탈당을 선언하는 강릉시당협 소속 당직자와 당원들, 이들은 이날 1004명의 당직자와 당원들이 참여하는 집단탈당을 선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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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시장으로서는 탈당 후 첫 번째로 겪은 좌절이다. 당시 동반 탈당에 합류했던 한 인사 역시 "최 시장이 후보자들이 선뜻 따라오지 않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한국당이 우릴 버렸다" 최명희와 1004들, 집단 탈당).
이후 1000여 명의 당직자와 당원들이 집단 동반 탈당해 최 시장의 독자세력 구축에 힘을 보태는 듯했지만 실제 의미 있는 세력으로 평가받지는 못했다. 당시 집단 탈당을 주도한 오세봉 도의원, 박건영 시의원과 예비 후보자 3-4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일반 당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오래가지 못하고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탈당 주도 인사들 중 대부분이 바른미래당을 택했고, 일부는 출마를 포기했으며, 심지어 일부 인사는 탈당했던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해 출마했다. 사실상 집단 탈당을 주도한 인사들 대부분이 최 시장을 떠난 상태다.
최 시장의 두 번째 좌절이다.
일각에서는 최 시장이 보수 색채가 비슷한 바른미래당에 입당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보수층은 바른미래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정당이라는 반감을 가지고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
집단탈당을 주도한 한 인사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 시장의 측근들은 모두 없어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최명희 시장의 독자생존의 꿈은 탈당 3개월여 만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