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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방안이 발표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아래의 [그림1]과 같이 현대모비스의 모듈사업부와 AS부품사업부를 인적분할하여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핵심단계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림1 :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구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구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구도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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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합합병 IR)

단순히 두 회사를 합병할 때 나오는 합병비율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분할합병이니 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분할비율, 기준시가, 본질가치,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 일반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개념이 무더기로 나온다. 복잡한 과정을 거친 분할합병비율은 1대 0.6148203라고 한다.

이 분할합병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현재 현대모비스를 둘로 나누어 한쪽을 현대글로비스에 붙여주고, 2) 그 대가로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주는데, 3) 현대모비스 1주당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약 0.6주 준다는 의미다. 즉, 분할합병이 모두 끝나고 나면, 현재 현대모비스 주식을 1주 가지고 있는 주주는 쪼그라든 현대모비스 주식 1주와 현대글로비스 주식 0.6주를 가지게 된다. 이 의미를 하나씩 짚어보자.

분할법인이 현대모비스 전체 가치의 40%를 차지한다는 의미

우선 현대글로비스의 1주당 가치는 154,911원으로 계산되었다. 상장회사이니 만큼 자본시장법에 정해져 있는 기준시가 계산법에 따른 것이다. 분할합병비율이 1대0.6148203라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분할되는 현대모비스 사업부의 가치를 주당 95,242원(154,911 × 0.6148203)으로 인정했다는 의미가 된다. 

현대모비스의 분할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이 95,242원의 가치가 전체 현대모비스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데에 있다. 현대모비스의 전체 가치가 얼마이고, 분할되는 방식에 따라 남은 부분과 분할되는 부분이 각각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큰 구도를 보여주면 좀 더 이해가 쉬울텐데 그러한 그림을 보여주지 않으니 혼란이 생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 작업을 해 볼 수 있다. 현대모비스 전체 가치는 현대글로비스에 적용한 방법을 그대로 써보면 된다. 현대모비스도 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결정일의 전일, 1주일, 1개월의 주가를 평균하면 주당가치가 237,390원으로 나온다. 이제 큰 윤곽이 잡힌다. 전체 회사의 가치가 주당 237,390원인데, 분할되는 부분이 95,242원이니 남은 부분이 142,148원에 해당하는 셈이다. 비율로 따지면 남은 부분이 60%, 분할되는 부분이 40%인 것이다.

큰 그림이 정리되니 확인해야할 포인트도 명확해진다. 아래의 [그림2]와 같이, 현대모비스의 사업부별 이익이나 자산구성에 근거하여 판단했을 때, 분할되는 사업부의 가치가 과연 40% 수준인지 아니면 그보다 크지 않은지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그림2 : 분할합병의 핵심 포인트]
분할합병의 핵심 포인트
 분할합병의 핵심 포인트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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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법인이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

우선 두 부분의 영업이익을 살펴보자. 현대모비스의 남아 있는 부분(존속법인)과 분할되는 부분(분할법인)의 영업이익 현황을 합병비율에 대한 외부평가기관의 평가의견서와 감사보고서에서 나온 숫자를 근거로 재구성 해보면 다음의 [표1]과 같다.

[표1 :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 구분]
영업이익 구성
 영업이익 구성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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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현대모비스 분할합병비율에 대한 외부평가기관의 평가의견서, 삼일회계법인)

놀라운 숫자가 나온다. 분할법인이 대부분의 영업이익을 차지하고 있다. 분할법인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이전에는 약 90% 수준이었지만, 2016년과 2017년에는 98% 내외이니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 비중의 5년 평균은 92.4%이고, 최근 3년으로 한정하여 평균을 계산해 보면 94.9%이다.

존속법인과 분할법인의 영업이익율을 비교해 봐도 차이가 확연하다. 아래의 [표2]와 같이 분할법인의 영업이익율은 10%를 넘고 있다. 2017년에 영업이익율이 하락하긴 했지만 그래도 10.2%를 기록했다. 그런데, 존속법인의 영업이익율은 2016년 0.8%, 2017년 0.7%를 기록했다. 

[표2 : 분할법인과 존속법인의 영업이익율 비교]
현대모비스 영업이익율
 현대모비스 영업이익율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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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현대모비스 분할합병비율에 대한 외부평가기관의 평가의견서, 삼일회계법인)

현대모비스의 존속법인과 분할법인의 극단적인 수익성 차이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아래 [그림3]과 같다. 분할법인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0%에 가까울 정도로 극단적으로 높고, 존속법인의 영업이익율은 0%에 가까울 정도로 극단적으로 낮다.

[그림3 : 분할법인의 영업이익 비중(좌) 및 사업부별 영업이익율 추이]
영업이익 비중 및 영업이익율
 영업이익 비중 및 영업이익율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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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규모만 큰 존속법인, 자산대비 수익성 차이는 70배

이렇게 영업이익이 5%대 95%로 발생하고 있는 사업부를 나눌 때 각각의 기업가치를 얼마로 나누는 것이 합리적일까? 이 작업을 마무리하려면 자산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영업에는 직접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룹차원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고, 이러한 계열사 주식가치는 영업가치와 별도로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말 기준의 재무상태표의 자산과 부채를 존속법인과 분할법인에 나눈 결과는 아래와 [표3]와 같다. 분석을 단순화하기 위해 종속기업, 관계기업 및 공동기업 투자주식과 투자부동산을 비영업자산으로, 나머지는 영업자산으로 분류했다. 

[표3 : 현대모비스의 자산 구성]
현대모비스 자산구성
 현대모비스 자산구성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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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현대모비스 분할합병비율에 대한 외부평가기관의 평가의견서, 삼일회계법인)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앞에서 존속법인의 영업이익이 전체의 5% 정도로 아주 작았는데, 존속법인의 영업자산이 분할법인보다 더 많다는 점이다. 비영업자산을 제외하고 영업자산 규모로만 비교해도, 존속법인의 영업자산이 분할법인 보다 1.75배 정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존속법인의 영업자산이 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자산이익율을 계산해 보면 존속법인이 0.3%(0.03조원 ÷ 11.4조원)이고, 분할법인은 21.8%(1.43조원 ÷ 6.5조원)가 나온다. 70배의 수익성 차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분할법인의 가치는 전체 기업가치의 54.8%~64.3% 범위에

지금까지의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를 존속법인과 분할법인으로 나누어보자.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현대모비스 전체 기업가치에서 비영업자산의 장부가치를 빼서 영업가치를 계산하고, 영업이익의 비율로 영업가치를 존속법인과 분할법인에 나누는 것이다.

아래의 [표4]는 그 과정을 보여준다. 현대모비스의 전체가치는 앞에서 구한 기준시가 237,390원에 현대모비스 전체주식수 97,343,863주를 곱해서 23.1조원으로 구했다. 비영업가치는 관계회사 주식과 투자부동산의 장부가치를 적용했고, 영업가치는 전체가치(23.1조원)에서 비영업가치(7.4조원)를 차감하여 15.7조원으로 계산했다. 영업가치 배분의 기준은 2017년 수치를 사용할 수도 있으나, 존속법인에 유리하게 나누어지도록 최근 3년의 평균비율을 적용했다. 

[표4 : 분할비율 재산정 1]
분할비율 재구성1
 분할비율 재구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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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에 따르면 전체 23.1조원의 기업가치 중 존속법인은 8.2조원, 분할법인은 14.9조원의 가치를 가진다. 즉, 분할비율은 60% 대 40%가 아니라 35.7% 대 64.3%로 계산된다.

위의 계산에서는 계열사 주식을 장부가치로 계산했다.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자동차 주식 등을 시가로 평가할 수도 있다.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대자동차 주식을 팔기가 쉽지 않기에 가치평가를 할 때 시가대비 일정정도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존속법인에 유리한 값을 구한다는 의미에서 시가를 그대로 반영해 볼 수 있다. 

아래의 [표5]는 비영업가치 계산시 시가를 반영한 것이다. 현대자동차 주식 등을 시가로 계산하고 투자부동산도 공정가치로 재계산하였다. 비영업가치가 7.4조원에서 9.8조원으로 증가했고 그만큼 영업가치가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존속법인의 가치는 10.5조원, 분할법인의 가치는 12.6조원으로 계산된다. 이렇게 하면 분할비율이 45.2% 대 54.8%로 나온다.

[표5 : 분할비율 재산정 2]
현대모비스 분할비율 재구성2
 현대모비스 분할비율 재구성2
ⓒ 홍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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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개의 계산방법에서 분할법인의 가치는 54.8%에서 64.3% 범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추정이 너무 간략하다고 반론할 수도 있으나, 이 추정의 근거가 되는 핵심은 현대모비스의 대부분 영업이익이 분할법인에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두 계산의 중간 정도의 값을 취해서 60%라고 한다면, 존속법인과 분할법인의 분할비율이 40%대60%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제안한 분할비율은 60%대40%였지만, 실제 가치를 따져보면 반대의 숫자가 나온 셈이다.

글로비스 주식 0.9주를 받을 것이냐 0.6주를 받을 것이냐

지금까지의 계산에 따른다면, 분할법인의 주당 가치는 142,434원(237,390원 × 0.6)이 되었을 것이다. 현대 글로비스의 기준시가 154,911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합병비율로 표현하면 약 1대 0.92가 된다. 이 의미는 현대모비스 1주를 가지고 있는 주주가 분할결과 받게 되는 현대글로비스 주식이 약 0.6주가 아니라 약 0.9주가 된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주주들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모든 과정이 끝났을 때, 현대모비스 1주당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0.9주 받을 수 있었는데도 0.6주만 받는다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그:#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분할합병비율, #AS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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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으로 일하는 회계사입니다 '숫자는 힘이 쎄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힘 쎈 숫자를 권력자들이 복잡하게 포장하여 왜곡하고 악용하는 것을 시민의 편에 서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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