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31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2회에 걸쳐 다룬 '염순덕 상사 피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40건의 청원이 쏟아졌다. 

이 사건은 지난 2001년 경기도 가평 맹호부대 소속 염순덕 상사가 회식 후 귀가하던 중 피살된 사건으로, 명백한 과학적 증거가 존재했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미제로 남았다.

당시 경찰과 헌병대는 합동 수사를 시작했고, 곧 유력 용의자를 특정하고 사건 현장 부근에서 그들의 DNA가 묻은 담배꽁초를 발견했다. 하지만 헌병대는 과학적 물증보다 '사망 추정 시각 당구장에 있었다'는 두 사람의 알리바이를 인정했고, 사건은 그대로 종결돼 미제로 남았다.

2015년 일명 '태완이법'으로 살인 사건의 공소 시효가 폐지되면서, 염 상사 살인사건의 재수사도 시작됐고, 17년 전 수사의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현장에서 수거된 담배꽁초에서 군 기무부대 소속 이 중위의 DNA가 확인된 직후, 새로운 담배꽁초들이 감정 의뢰됐고, 결국 이 때문에 앞서 발견된 담배꽁초들의 증거 능력까지 훼손됐다는 것이다.

경찰 출신인 표창원 의원은 "사건 발생 후 상당 시간이 흐른 뒤 새로운 증거물이 감정의뢰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이는 진정한 증거물의 증거 능력을 훼손시키는, 소위 '물타기' 행위"라고 지적했다. 

'물타기' 감정 의뢰를 한 사람은 사건 담당 경찰이었던 이아무개 경위였다. 그는 염 상사 유족에게 '내 일처럼 열정적으로 수사해준 고마운 경찰'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은 이 경위가 사건 은폐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제시했고, 염 상사 유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어 이 경위의 사건 은폐 뒤에 군 기무사가 가담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사건이 발생한 2001년은 군 의문사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시기였다. 군 기무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던 때인 만큼, 기무사 소속 대원이 살인 사건과 연관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군 기무사는 존폐 위기에 처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등장한 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들은 "의문사가 될 수 없는 사건이 의문사가 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변호사는 "역대 군 의문사 사건 중 최악"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2016년 경찰의 재조사가 시작된 뒤, 이 중사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된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영장 기각 시기는 공교롭게도 황인무 전 국방부 차관 재직 기간과 일치하는데, 황 전 차관은 염순덕 상사가 소속됐던 맹호부대 포병여단장이자 사건 수사 종결을 서둘렀던 인물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염순덕 상사의 유가족이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방송을 본 많은 시청자들은 군 기무사가 명백한 증거가 있는 살인 사건을 은폐했다는 사실에 대한 충격과 함께, 염 상사 사망 이후 6살, 3살 두 아이들과 쫓겨나듯 군인 아파트를 떠나 힘든 삶을 살아낸 아내 박선주씨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이런 시청자들의 마음은 청와대 청원글과 동의글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40건의 청와대 청원글은 철저한 재수사로 염 상사 유족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보상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염원으로 풀이된다.

한편 육군본부 공보과장 박성훈 대령은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염순덕 상사에 대한 순직 처리 등을 적극 조치하겠다"며 "유가족이 몇십 년간 가지고 있는 한을 어떻게 육군본부가 다 풀어줄 수 있겠나. 하지만 육군 차원에서 가족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의 예우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