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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52주 동안, 주당 한 권의 책을 읽고, 책 하나당 하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52권 자기 혁명'을 제안한다. 1년 뒤에는 52개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 기자말

말콤 글래드웰의 사진을 본 적이 있는가? 아니,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그 얌전한 말콤 말고, 달리기 선수로 출전한 그의 사진을 찾아 보라. <어린 왕자>에 나오는 행성 B-612에 뿌리내린 바오밥 나무 같은, 아프로 헤어 스타일.

말콤 글래드웰은 머리를 기르기 시작하자 속도위반 딱지를 떼고, 공항 검색대에서 별도 검사를 받고, 심지어 강간범으로 오인되어 경찰의 추적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머리 스타일이 바뀌자 세상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첫인상에 대한 순간적인 판단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싶어서, 그는 <블링크>를 썼다고 한다.

 <블링크> 표지
 <블링크> 표지
ⓒ 21세기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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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문에서 책의 주제를 미리 제시한다. 첫째, 직관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둘째, 언제 직관을 믿고 언제 경계해야 하는지 살펴본 뒤, 셋째, 직관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펴겠다는 것이다. 나는 물론 세 번째 주제에 관심이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대니얼 캐너먼이 1번 시스템이라 부르는 직관은 인간의 뇌가 정교하게 발달시킨 의사 결정 체계다. 순간적 판단을 통해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유전자 차원에서 진화한 것이다. 가장 적절한 정보 몇 가지만을 추려내 즉각적인 결론을 도출하기에, 시간도 에너지도 거의 들지 않는다. 우리가 사소한 결정 하나하나마다 머리를 쓴다는 자각 없이 생활할 수 있게 해주는 편리한 도구이기도 하다.

대니얼 캐너먼은 그러나 이 시스템이 편견에 사로잡혀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중요한 문제라면 의식적으로 2번 시스템, 즉 숙고를 통해 결정할 것을 주문한다. 그런데 말콤 글래드웰은 간편한 1번 시스템이 복잡한 2번 시스템보다 정확하다고까지 말한다. 과연 그럴까?

직관의 힘

 책에 나오는 '일반적인' 쿠로스 석상. 어딘가 부러져 있는 것이 기본이다.
 책에 나오는 '일반적인' 쿠로스 석상. 어딘가 부러져 있는 것이 기본이다.
ⓒ 21세기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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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대 그리스 조각상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보존상태가 매우 좋은 쿠로스 석상이 발견되어 박물관이 구매에 나섰다. 그런데 그 조각상을 흘끗 본 전문가 두 명이 뭔가 이상하다고 말한 것이다.

박물관은 그것이 정말 기원전 6세기의 물건인지 판단하기 위해 별도 팀을 꾸려 14개월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고, 진품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위조품이라는 증거가 자꾸 발견된 것이다. 오랜 시간을 투자한 분석 작업보다 한 번 훑어본 전문가의 직관이 더 정확했다. 14개월의 조사보다 정확한 2초의 직관, 그것이 <블링크>의 주제다.

얼굴 파악이라는 주제에 관련한 말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한 번 봤던 사람을 용의자 대열에서 가려내기는 비교적 쉽다. 그러나 같은 얼굴을 말로 묘사하는 것은 어렵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일단 말로 묘사하려고 한 다음에 용의자 대열을 보면 얼굴을 가려낼 수 없다는 것이다.

좌뇌는 언어로, 우뇌는 그림으로 생각하는데, 얼굴을 언어로 묘사하려고 하면 시각 정보가 좌뇌로 이동하게 된다. 글로 적으려고 한 다음에 다시 용의자 대열을 마주하면, 생각나는 것은 우뇌의 그림이 아니라 좌뇌의 언어다. 번역본을 가지고 원본을 찾으려 하니, 못 찾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이것이 말콤 글래드웰이 말하려는 것이다. 직관과 숙고가 다른 대답을 내놓는 경우도 문제가 되지만, 또 다른 문제는 정보의 홍수다. 너무 많은 정보에 둘러싸이면, 우리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진열대에 6가지의 잼이 있을 때는 물건을 살펴본 사람의 30%가 잼을 구매했지만, 종류를 24가지로 늘리자 겨우 3%만이 잼을 장바구니에 담았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정보의 홍수가 문제가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추가로 제공되는 정보일수록 문제의 핵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데 있다. 추가로 제공되는 정보는 대개 중요성이 떨어진다. 협심증 판단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가장 신뢰도가 높은 방법은 겨우 세 가지 질문으로 된 체크리스트였다.

직관이 실패하는 경우

물론 직관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머리를 기르자 경찰을 자주 만나게 된 저자 본인의 경험이 이미 훌륭한 증거다. 백인 사진과 부정적 개념을, 흑인 사진과 긍정적 개념을 짝짓는 테스트를 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어려워한다. 그 반대의 경우보다 반응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진다. 백인과 긍정적 개념을 짝지어 생각하는 편견이 이미 머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시카고대 법학 교수 에이어스가 실시한 실험 결과는 저자가 말하듯이 '기절초풍할 만하다.' 비슷한 나잇대, 평균적인 외모, 유사한 옷차림을 한 38명의 사람이 자동차 세일즈맨을 만나 진열되어 있는 가장 싼 차를 사고 싶다고 하면서 가격을 물어보는 것이 실험 내용이었다. 세일즈맨들은 백인 남성에게 가장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고, 흑인 남성에게는 가장 비싼 가격을 요구했다. 흑인 남성에게 딜러들은 백인 남성에게 제시한 가격에 평균 962달러를 더한 가격을 제시했다.

또한, 직관은 조작되기 쉽다. 마케팅이라는 기술이 왜 존재하겠는가? 소비자들은 흰색보다는 노란색 마가린을 좋아하고, 캔보다는 병에 들어 있는 복숭아가 더 고급품이라고 생각한다.

직관을 기르는 법

직관을 기르는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다. 흑인과 긍정적 개념을 짝짓는 테스트에서, 넬슨 만델라의 사진이나 기사를 훑어보고 테스트에 임한 경우에는 사람들이 더 수월하게 짝짓기를 수행했다. 평소에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책 말미에 나오는, 오케스트라 단원을 뽑기 위한 장막 오디션 역시 편견을 없애주는 장치다. 심사위원들은 장막에 의해 편견의 노이즈가 제거되자 귀에 들리는 소리에만 의존해서 판단했다. 직관은 분명 강력한 의사 결정 도구지만, 외부 환경에 쉽게 영향받는다.

"신속한 인식 능력을 신중하게 다루는 것은 우리 무의식의 산물을 변화시키거나 훼손하는 미묘한 영향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의미다." (321쪽)

우리 마음은 생명이 위협받을 때, 정보 처리량을 극단적으로 제한한다. 그래서 위기라고 느끼면 패닉 상황에 빠지고, 판단이 흐트러지는 것이다. 경찰은 위기 상황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스트레스 접종'이란 방법을 쓴다. 수색을 위한 가택 진입 훈련 도중 가짜 탄환에 맞도록 하는 것이다(물론 가짜 탄환도 맞으면 상당히 아프다).

가짜 탄환에 처음 적중당한 사람들은 심박이 175에 이를 정도로 흥분하지만,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반복 훈련을 받으면 가짜 총탄에 맞아도 심박 수가 110정도로 안정화된다. 위기 상황에 둔감해지면 평소와 다름없는 대처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직관이 훈련의 산물이라는 것 역시 기억해야 한다. 선수가 공을 치기도 전에 더블폴트가 발생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 테니스 코치의 능력은 분명 훈련에 의한 것이다. 15분 면담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가 15년 후에도 지속될지 여부를 맞추는 상담사들의 능력 역시 경험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가 비결이다.

에크만과 프리즌이 개발한 '얼굴작동 부호화 시스템'은 숙달하는 데 여러 주가 걸리지만, 일단 배우고 나면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심리상태를 꿰뚫어 보는 비범한 통찰력을 얻게 된다. 이 모든 사례는 훈련을 통해 직관을 기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내가 <블링크>를 통해서 깨닫기를 원하는 교훈은 '경험의 소중함'이다. 직관 훈련이란 결국 경험의 축적이다. <아웃라이어>를 통해 말콤 글래드웰이 유행시킨 1만 시간의 법칙도 전문성은 투자의 결과라는 단순한 진리를 재확인할 뿐이다.

총탄에 맞는 훈련도 계속하다 보면 그다지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언제나 새로움을 찾아 나서는 생활 태도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자신을 몰아넣을 확률을 크게 줄여준다. 존재는 경험이다. 우리 존재를 풍성하게 하는 경험을 얻는데 돈과 시간을 투자하자(사실 이 마지막 문장은 내가 아침에 외치는 확신의 말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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