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1990년 초부터 강산이 두어 번 변하는 동안 타워크레인 조종사로 근무해 온 사람이다. 그동안 조종석에 비산식 소변기를 갖춘 장비가 있다는 사진은 봤으나 아직 실물을 본 적은 없다.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가장 큰 불만은 일하는 동안 커피 한잔 물 한 모금을 맘 놓고 못 마신다는 거다. 사람이 먹고 마신만큼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야말로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타워크레인 조종석엔 마땅한 소변기도 없고 받아낸 소변을 처리할 곳도 없다.

지금까지는 특별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대다수의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참을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 점심 무렵에 아래로 내려와서 해결한다. 그러다 보니 더러는 건강을 크게 해치는 사람이 나오기도 한다. 때문에 빈 페트병에라도 소변을 볼 수밖에 없다. 사실 페트병의 좁은 구멍으로 소변을 잘 받아 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타워크레인은 바람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아 한쪽 손에 페트병을 꼭 쥔 체 소변을 봐야 할 만큼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

대다수의 타워크레인 조종석 면적은 4인 식탁 넓이에 불과하다. 그나마 의자 뒤엔 작은 책상 크기의 컨트롤 박스가 세워져 있어서 내부 공간은 한 사람이 편히 서 있기 어려울 만큼 협소하다. 1996년 무렵 타워크레인(DWT 1475)이 고장 나서 외국인 정비사가 올라와 조종석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이때 덩치가 큰 그는 의자에 잘 앉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자기네가 만든 그대로 우리나라 제작 업체에 기술을 제휴한 그들조차 조종석이 비좁아 맘대로 들어가질 못하는 상황을 목격하게 되자 속으론 웃음이 나왔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이처럼 좁은 공간에서 하루를 버티며 자기 집처럼 편안하게 옷을 갈아입기도 한다. 일하기 위해 타워크레인 조종석으로 올라가는 도중 갑자기 내린 비를 흠뻑 맞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무더운 여름날 100m 가까이 되는 타워크레인 조종석까지 힘들게 올라가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속옷은 땀으로 흠뻑 젖게 된다. 타워크레인 조종석은 아무런 내장재가 붙어 있지 않은 철판인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데도 아직 에어컨이 없는 장비도 있고 또 설치되어 있다고 한들 성능이 시원찮은 것들이 많다. 평소 타워크레인 조종석을 올라가게 되면 환기를 시키지 않은 자동차의 실내 온도와 별반 다르지가 않다. 그래서 땀을 많이 흘린 대다수의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윗옷부터 벗고 본다. 왜냐하면 뜨거운 찜질방에서 나온 사람의 몸이 금방 식질 않고 한동안 몸에서 굵은 땀방울이 계속 흘러내리는 것과 같기 때문에 성질 급한 사람은 바지라도 벗어야 할 형편이다.

현장의 사정은 이런 데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뜬금없이 좁은 타워크레인 조종석에 [영상 녹화 장치 설치 및 기록 제출 의무화] 방안을 준비하여 입법 예정 중이다. 작년부터 급격하게 늘어난 타워크레인 사고에 놀란 우리 정부가 사고 원인 분석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이 법이 통과되면 관련 업계는 곧바로 영상 녹화 장치를 부착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게 현실화 면 뒤로 한 발 물러설 곳 없는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모습이 영상으로 낱낱이 기록될 수밖에 없다.

타워크레인의 좁은 조종석은 가끔씩 땅을 밟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내버스 운전석이 아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점심시간 말고는 일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선 아래로 내려올 수가 없다. 그래서 타워크레인 조종석은 일터일 뿐만 아니라 조종사 개인의 편안한 주거 공간과 같은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거리낌 없이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수차례 소변을 보며, 아주 급할 땐 용변까지도 봐야 한다.

이런 부끄러운 모습뿐만 아니라 조종사가 종일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동선까지 고스란히 찍힐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무턱대고 영상 녹화장치를 부착하려는 생각이야말로 전체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인권을 무시한 대책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남성 타워크레인 조종사야 그렇다 쳐도, 국내 40여 명의 여성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앞으론 종일 소변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 말로밖에 안 들린다.

그동안 일어났던 타워크레인 사고 대부분이 낡은 장비와 부품 결함에 있었다. 또한, 돈벌이에 혈안이 된 설 해체 팀의 전문성 부족과 일을 급하게 서두른 결과였다. 그런데도 좁은 공간에 영상 녹화장치를 설치하겠다는 건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끝까지 감시하고 보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현재도 그런 열정과 비용이 남아 있다면, 관련 기관에서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고용하여 설치하기 직전에 입고된 타워크레인 검수를 더욱 철저히 하도록 힘을 쏟는 게 대형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여태껏 이런 기본적인 과정조차 없다 보니 조종석은 사람이 편안하게 앉아 일할 수 없을 만큼 낡아 있고, 죽은 쥐와 뱀 껍질이 나오는 섬뜩한 조종석이 건설 현장을 떠돌았던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설 현장에선 도저히 시대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낡은 타워크레인이 돌아가고 있었다. 어떤 장비는 각 구동부가 즉각 반응하는 2~30년 전에 출고된 타워크레인에 비해 조종사가 호이스트 클러치를 변속한 뒤 길게는 20초를 기다렸다 레버를 작동시켜야 했다.

그것도 모르고 무심결에 작업했다가는 훅이 올라가질 않고 거꾸로 내려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1960년대도 아닌 첨단 스마트 시대에 고물 장비를 꼽아 놓고도 타워크레인 임대 회사는 이처럼 중대한 단점을 타워크레인 조종석에 따로 기록해 두지도 않고 조종사에게 전달하지도 않았다. 이런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는 사람이 운이 나빴으면 죄 없는 남을 죽일 수도 있고, 자신도 억울하게 죽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조종사의 반대가 많은 영상 녹화장치를 부착하기 위해 무작정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부적합한 타워크레인을 설치하기 전에 적발해 내어 대형 사고를 줄이는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우리 주변의 소소한 얘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