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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서울시당 개편대회에서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왼쪽부터), 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바른미래당 서울시당 개편대회 3월 28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서울시당 개편대회에서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왼쪽부터), 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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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나마 전열이 잡혀가고 있는 모양새다.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서울시장에 출마하기로 사실상 확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9일, 안 위원장은 "내주 초 서울시장 출마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출마 여부를 둘러싸고 설왕설래하던 당 내 여론은 일단 잠잠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산적해 있다. 정확히는, 이제야 '단 하나'만 해결된 상황이다. 정작 안 위원장의 서울시장직 도전 여부를 제외하면 무엇하나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아직까지 제대로 결론나지 않고 있는 '정체성 논란'이다.

당장 안 위원장 소식이 전해진 직후 30일, '한국당과 선거연대'가 가능하다는 유승민 대표의 발언에 당이 뒤집혔다. 유 대표는 현재 바른미래당 당적을 보유한 채 제주지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처지를 고려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한국당과 연대하는 데에 "마음이 조금 열려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박주선 공동대표를 비롯,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선거공학적 연대나 연합'은 옳지 않다는 항의가 빗발쳤고, 무엇보다 호남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는 현역 의원들이 지역으로부터의 강한 항의를 전하며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극중주의'부터 '실용주의'까지

바른미래당의 정체성 문제는 통합 이전부터 줄기차게 제기되던 비판이다. 통합 과정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양당 의원들의 다수가 당을 이탈한 주 원인 또는 명분이기도 하다. 그만큼 두 정당은 매우 이질적인 연합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 당시 안철수 의원과 김성식 의원을 제외하면 (비례대표를 제외한) 모든 소속 의원들이 호남에서 선출되었다. 그것도 다수가 여러차례 당선된, 호남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그렇기에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그 시작부터 지난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까지 호남으로부터 많은 지지와 도움을 받았고, 동시에 그들의 마음을 계속 붙잡기 위해 노력해왔다.

반면 바른정당은 호남에 아무런 연고도 지지도 없다. 정운천 의원이 호남을 지역구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는 새누리당 시절, 즉 분당과 국정농단 사태 이전 오랜시간 지역구에서 노력해온 자신의 개인기를 통해 당선된 인물이다. 바른정당 자체는 유승민으로 대변되는 TK(대구 경북)나 이혜훈 등으로 대변되는 강남 보수에 기초한다.

지역적 차이만큼이나 사상적 이질성도 '진보'와 '보수'로 클 수밖에 없다. 그런 두 정당이 엄청난 내부반발에도 통합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안철수라는 인물의 존재 때문이다. 사실 안철수는 진보 정치인으로 분류되기 어려운 인물이고, 그의 정체성은 그가 전년도 8월 당대표 선거에 나서며 내새운 '극중주의'라는 말로 설명된다.

정동영, 박지원 등 기존 호남 정치인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던 보수 정당과의 통합은 그런 안철수에게 문제되지 않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바른정당은 개혁 보수를 내세우고 있었기에, 극중주의를 지향하는 안철수에게는 오히려 당의 왼쪽으로의 '기울어짐'을 완화할 수 있는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통합 과정에서 안철수, 유승민 두 인물이 내세운 당의 정체성이자 명분 역시 결국은 중도, 즉 '실용주의' 정당의 창립이였다. 그것이 이질적인 두 정당을 하나로 묶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창당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벌써부터 이 원칙이 흔들리는 것은 문제가 클 수밖에 없다.

통합이 되면 제 2당으로 부상할 것이라던 사전 조사결과와 달리 아무런 컨벤션 효과도 발생하지 않자 바른미래당은 확실히 조급해진 모양새다. 서울시장은 차치하고서라도, 다른 지역에서 유력한 주자들이 거의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그것이 한국당과 연대하여도 좋다는 말까지 대표의 입에서 나오게 만든 것일테다.

하지만 그 여파가 보여주듯 실제 유 대표의 발언은 당의 분열과 중도주의에 대한 회의론만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바른정당이 한국당과의 연대를 위해 행동한다면 실용주의, 중도와 같은 창당 근거는 무너지고 단순히 더 많은 표만을 위해 이합집산하는 아류 정당의 하나로 추락하고 말 것이다.

 장기적인 좌표의 설정이 필요하다

대선 당시 안철수, 유승민 의원에 대한 지지는 젊은 층에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이는 4050, 6070 세대에 비해 젊은 유권자들은 탈(脫)정치, 탈이념의 경향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두 거대 정당의 후보들에 비해 전문성과 개혁을 내세운 두 후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강점이 있어 보였다. 그렇기에 승리를 이루지 못했어도 많은 시민들이 두 정치인과 그들이 주역인 당의 '팬'으로서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제대로 지지율이 모이지 않자 정작 당사자들부터가 자신들이 말했던 원칙을 흔들고 있는 모습은 매우 안타깝다. 통합과 연대에 불가를 외쳤던 이들이 당과 기존 지지층을 깨고서라도 통합에 나서고, 그렇게 만든 통합 조차도 더 큰 표를 위해 금방 헌신짝처럼 버리려 들고 있으니 말이다.

안철수 위원장이 과거 국민의당을 만들며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한 것이나 당 대표에 나서며 광야에 홀로 서있는 심정이라고 한 것은 모두 현 바른미래당의 상황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그때나 지금에나 가능한 옵션은 다음 총선과 대선 때까지 두 기성 정당에 비해 두드러지는, 새로운 모습을 국민들 앞에 보여주는 정공법 뿐이다.

한 차례는 기대감으로 국민의당에 많은 표를 몰아주었을 지언정, 두 번 세 번은 가능하지 않다. 신당, 선거연대와 같은 방식은 그들이 그토록 비난한 구태정치의 일환으로 비추어질 뿐이다. 부디 바른미래당이 하루빨리 제대로 된 좌표를 설정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행동하길 바란다.

당장의 선거가 눈앞에 있는 현실에서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지름길을 찾고 싶을 것이다.하지만 본래 정답은 단 하나 뿐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태그:#칼럼,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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