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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전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관련 의혹 제기로 기소됐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곧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BBK 의혹 제기' 정봉주 "나는 무죄…재심청구 할 것" 정봉주 전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관련 의혹 제기로 기소됐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곧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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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8일 오전 10시]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27일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기자 고소를 취하했다. 같은 날 관련 의혹을 폭로한 A씨가 자신이 호텔에 갔음을 입증하는 사진을 제시한 이후 정 전 의원이 스스로 당일 호텔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내역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당일 행적이 "기억이 전혀 없다"라며 성추행 의혹은 계속 부인했다.

정 전 의원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A씨가 기자회견에서 오후 5시 이후 '뉴욕뉴욕'에서의 사진을 공개해 5시 이후 결제나 방문 입증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 6시 43분 결제 내역을 스스로 확보하게 됐다"라며 "유리한 증거가 많이 있다는 생각에 덮고 가고 싶은 유혹이 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스스로 결제내역을 확인한 이상 기억이 잘못됐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를 스스로 공개하는 것만이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모든 책임을 지는 길이라 판단했다"라면서도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기억이 없는 것도 제 자신의 불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성추행 의혹 자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정 전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이 A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 소속 기자 2명을 비롯해 관련 보도를 한 언론사 기자들을 공직선거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프레시안> 기자를 제외한 다른 언론사 기자들 고소는 취하했다.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A씨는 고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프레시안> 측도 정 전 의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인터넷매체 폭로한 A씨가 27일 공개한 추가 증거.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 '포스퀘어'의 체크인 기록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인터넷매체 폭로한 A씨가 27일 공개한 추가 증거.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 '포스퀘어'의 체크인 기록
ⓒ 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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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공방으로 몰고 간 정봉주, 부메랑에 맞았다

이제 A씨는 27일 성추행 폭로 이후 20일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이 사건 당일 오후 5시께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있었다는 증거를 공개했다. A씨는 "2011년 12월 23일의 기록을 찾던 중 최근 위치 기반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 '포스퀘어'를 통해 하나의 증거를 찾았다"라며 "당시 제가 방문한 렉싱턴 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 인 '뉴욕뉴욕' 룸 안에서 찍은 셀카 사진과 함께 추가 체크인을 한 기록을 발견했다"라고 밝혔다.

A씨는 2011년 12월 23일 오후 5시5분께 포스퀘어를 통해 렉싱턴 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 '뉴욕뉴욕' 위치를 지정하고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문구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후 5시37분께에도 여전히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문구와 '뉴욕뉴욕' 내부에서 찍은 사진을 포스퀘어에 남겼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오후 6시 전후 해 정 전 의원을 만났다는 주장이다.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은 A씨가 지난 2011년 12월 23일 정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장소다. A씨가 성추행이 발생한 시각을 오후 6시 전후로 특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 전 의원이 이날 보도자료에서 당일 오후 6시 43분에 카드를 사용했다고 밝힘에 따라 A씨의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 A씨가 정 전 의원을 한참 기다렸다고 최초 진술한 내용도 사실에 부합한다.

앞서 정 전 의원은 당일 오후 1시~5시 사이에 자신의 행적을 토대로 '호텔에 갈 수 없었고, 그래서 성추행도 없었다'는 알리바이를 펼쳤다. 성추행 의혹 사건을 당일 행적 진실공방으로 몰고 간 것이다. 이후에도 정 전 의원은 A씨와 자신의 인터넷 팬클럽 카페 회장이었던 아이디 '민국파'의 증언을 반박하며 자신의 결백을 고수했다. 민국파는 당일 정 전 의원을 수행했고 정 전 의원의 어머니가 입원한 을지병원에 다녀 온 후에 호텔을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전 의원 변호인단은 지난 16일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내고 "2011년 12월 23일 정 전 의원 일정이 연속 촬영된 780여 장의 사진을 확보하고 있다"며 성추행이 벌어진 장소와 시간대로 지목된 당일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렉싱턴호텔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 가운데 당일 오후 1시~2시 사이에 행적이 담긴 사진을 SBS 시사프로그램 <블랙하우스>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홍대 인근에서 팟케스트 <나는 꼼수다>를 녹음하고 있었다. 이는 정 앞서 전 의원이 해당 시간에 을지병원을 찾아 입원한 어머니를 만났다는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정 전 의원 측은 이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았고, 당일 오후 5시 이후의 행적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정 전 의원의 태도 변화는 당일 호텔에서 본인이 사용 한 카드 내역을 발견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SBS 보도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정 전 의원은 사건 당일인 2011년 12월 23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현 켄싱턴 호텔)에서 오후 6시쯤 자신의 카드를 사용한 내역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그동안 당일 행적을 진실공방으로 몰고 간 것이 부메랑이 돼 꽂히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사건에 정 전 의원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김용민 변호사는 자신의 SNS 글을 올려 "정 전 의원 성추행 사건에 대하여 이번에 배운점이 많다.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다만 카드사용내역은 저희만 입수했고, 불리한 증거지만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결정한 것"이라며 "보도와 무관하게 먼저 입장을 정리했고, 고소취하까지 어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 잘못된 판단을 하고 틀린 길로 가기 전에 빨리 되돌아 올 수 있었던 것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태그:#정봉주, #성추행, #나꼼수, #미투, #렉싱턴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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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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