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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행복의 날이 있는 걸 아시나요? 유엔(UN)은 2012년부터 3월 20일을 세계 행복의 날(International Day of Happiness)로 정하고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해 왔습니다. 유엔 자문기관인 SDSN(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 Network)에서 작성하는 이 보고서는 1인당 GDP, 사회적 지원, 건강 수명 기대치, 인생 선택의 자유도, 관용, 정부와 기업의 투명성 등에 대한 자료와 설문응답을 기초로 작성됩니다.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가'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보고서를 행복에 대한 절대적 평가로 여기기보다는 사람들이 행복하다 느낄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이 얼마나 마련되어 있는가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1위 노르웨이에 이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 핀란드, 네덜란드 등의 유럽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몇 위냐고요? 56위입니다.

이들 국가들이 '왜 행복할까'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입니다. 오 대표는 세계행복지수 순위에서 당시 세계1위였던 덴마크를 여행하고 취재한 결과물로 2014년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오 대표는 '행복'이라는 주제로 방방곡곡 강연을 다니고, 강화도에 덴마크 애프터스콜레를 모델로 한 인생학교도 만들었습니다.

2016년 뒤늦게 이 책을 읽고 오 대표의 활동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오 대표가 소개한 덴마크의 사회복지 및 교육제도,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 직장의 모습 등을 보면 그곳 사람들이 행복한 것은 당연해 보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한국에서의 팍팍한 삶과 덴마크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대비되어 덴마크가 '쫌'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오 대표가 그곳의 좋은 면만 부각시키고 단점은 간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생겼습니다.

이 의심이 계기가 되어 그해 여름휴가 때 덴마크에 제가 직접 가 보기로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겠지만 '행복하다'는 그 나라를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여행 일정을 확정한 후에 뒤늦게 <오마이뉴스>에서 '꿈틀 비행기'라는 덴마크 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6번째 꿈틀 비행기 일정과 제가 덴마크를 방문하는 일정이 3일 정도 겹쳤습니다. 책에 있는 오 대표 연락처로 현지에서 꿈틀비행기에 합류할 수 있을까 문의했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가 꿈틀비행기 2호 방문지인 류슨스틴 고등학교 앞에서 덴마크 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6년 8월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가 꿈틀비행기 2호 방문지인 류슨스틴 고등학교 앞에서 덴마크 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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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어 아쉽기는 했지만 다행히 오 대표가 꿈틀비행기 일정 중 하루 저녁 시간을 내주겠다 하셨습니다. 단 며칠간의 여행이었지만 가능하면 덴마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코펜하겐 현지인들의 집을 숙소로 정했습니다.

코펜하겐에 도착해 숙소 호스트들에게 오 대표의 책을 보여주며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 사회복지 시스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들은 대체로 책의 내용에 동의했습니다.

제가 묵었던 두 집의 주인들은 무상교육 및 의료, 안전하다는 느낌, 실업급여, 부패가 없고 상호간의 신뢰가 있는 사회, 평등함 등을 덴마크 사회의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물론 행복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사회의 어두운 면은 무엇이냐 물었더니 높은 세율(하지만 그만큼 혜택이 있으니 괜찮다), 오르는 집값, 예전만 못한 젊은이들의 고용사정 등을 언급했습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만족도는 세계행복지수에서 말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코펜하겐 시내를 여행하면서 무턱대고 사람들에게 묻고, 초등/중학교도 방문하는 등 며칠을 보낸 후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호텔로 오 대표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날 오 대표는 꿈틀비행기 일행을 안내하고 돌아온 직후였습니다.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과 며칠 동안 덴마크를 여행하며 느꼈던 점들을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가져갔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 저자 사인도 받았습니다. 길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오 대표가 말했던 덴마크의 행복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란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덴마크의 사회시스템과 그들이 자신과 타인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부러웠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선 우리 사회가 더욱 비관적으로 보였습니다. '우리도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과 회의가 더 컸습니다. '덴마크는 행복해서 좋겠네'라는 추억만 기억한 채 저는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오 대표는 행복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최근까지도 행복 강연을 이어가며 800회를 돌파했고,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행복한 덴마크 사회를 보여주기 위해 꿈틀비행기라는 프로그램을 여전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4년 동안 행복이야기를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고 인생학교를 운영하며 느끼고 생각했던 점들을 정리해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책도 새로 펴냈습니다.

대한민국 행복 실천 지침서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겉표지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겉표지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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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서 '덴마크는 이렇게 행복한 사회를 일궈왔다'는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 책에선 '우리도 그들처럼 행복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오 대표는 덴마크와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가치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봤습니다. 다만,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헌법에도 명시된 행복추구권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가'와 '그 가치를 위해 실천하고 있는가'라는 점이 덴마크와 가장 큰 차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엔 행복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꼼지락거리는 작은 실천이 모여 이루어지는 매일매일의 사회 교체를 제안합니다. 정권교체는 5년마다 이뤄지지만 사회는 매일매일 교체될 수 있다는 오 대표의 말에 덴마크를 여행하던 추억이 다시금 꿈틀거렸습니다.

그의 제안처럼 오늘 나의 작은 실천을 통해 "초등학생 때 표정이 고3때까지 유지되는", "경제활동을 하는 성인들이 주말뿐 아니라 주중에도 즐거운"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다시 품었습니다.

오 대표는 덴마크 행복의 비밀을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라는 세 단어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책에선 이를 실천하는 대명제로 "먼저 나를 사랑하고 그 힘을 기반으로 이웃을 내몸처럼 사랑하라"고 썼습니다. 너무 식상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식상하다고 해서 진리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자신을 사랑하며 자존감이 있어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부산 마을서점 '책과 아이들'
 부산 마을서점 '책과 아이들'
ⓒ 책과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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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복한 사회를 이뤄가기 위해 어디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하면 좋을까요? 오 대표가 어느 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하다가 "학생들에게 학교의 주인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습니다. 학교의 주인이 자신들이라 말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며 오 대표가 느낀 점에서, 저 역시 변화의 출발점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이 고등학생들이 학교의 주인이 될 수는 없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는 동안 주인이 되는 체험을 해왔어야 가능하다. 어느 공간에 있든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나도 이 공간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스스로 선택하는 즐거움을 체험한 뒤 그것이 문화가 되어 내 몸에 배어야 가능한 것이다."(71쪽)

그렇습니다. 덴마크 유치원에서 교육 프로그램 없이 "그저 몸과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원칙을 지켜나간다는 원장과 같은 마음이 필요합니다. 오 대표는 자신의 어린 시절 시골 마을도 덴마크의 유치원과 다를 바 없었다고 회상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이뤄가는 동안 이 소중한 경험을 모두 잃어 버렸습니다. 버려진 우리 과거를 되살리는 것이 행복사회를 만들어가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잘하지 않아도 혹은 못해도 괜찮다'라는 태도가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야 소수의 승자 그룹에 들어가지 못한 나머지 대다수가 루저가 되는 한국 사회의 구조를 바꾸어갈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소수만이 승리를 누리게 되어 있는 사회 구조 때문에 우리 사회에 불안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에 오 대표는 주목합니다.

"고등학교 때는 이른바 좋은 대학에 못 갈까 봐 불안하고, 대학에 가서는 좋은 곳에 취업하지 못할까 봐 불안하고, 회사에서는 승진이 늦을까 봐 불안하고..."(149쪽)

오 대표는 우리 사회 변화를 위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꿈틀리 인생학교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경제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무모한 도전인 것 같아 보였지만 벌써 3년째 인생학교 신입생이 모였고 3기 인생학교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소수이기는 하지만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독립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함께 해 보고, 스스로 선택하고 공부하고 즐기는 가치있는 경험의 장이 대한민국에 실재한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라 생각합니다.

꿈틀리 인생학교와 함께 서울시 교육청의 오딧세이학교, 경기도교육청의 꿈의학교, 서울의 꽃다운친구들, 경기도 용인과 고양의 열일곱 인생학교, 경북 상주의 쉴래 등 다양한 인생학교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시도들이 작은 열매들을 맺어가면서 더 많은 학생들이 정해진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겪으며 옆을 볼 자유를 누리며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꿈틀리 인생학교 아이들
 꿈틀리 인생학교 아이들
ⓒ 꿈틀리인생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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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다 보면 분명 실패하고 좌절하는 때가 찾아올 것입니다. 어찌 보면 오 대표가 책에서 언급한 사례들은 지금까지 잘 되는 면을 강조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성공이라 할 수 있는 사례들에 더 주목하게 되는 모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마치 도전을 강조하는 문화를 위해 성공 사례에 집중하는 것처럼요. 개인의 행복과 행복한 사회를 향해 나아가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길은 처음엔 아무도 걷지 않았던 길이라고 했던가요. 사회구성원 다수가 행복해지기에는 부족한 여건을 가진 척박한 대한민국에서 포기하지 않고 행복을 이야기하고 실천하고 있는 오 대표의 다음 도전은 무엇일지 기대가 됩니다.

혹시 또 책을 내신다고 하면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걸으면서 회사의 대표로서, 인생학교의 설립자로서, 기자로서,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경험했던 아름다운 실패 이야기를 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의 훌륭한 사례로서요.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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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출판 담당 기자로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ohmybook20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