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6일 중국 베이징에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방문했다는 설이 도는 가운데 베이징 시내를 달리는 북한 열차의 모습이 베이징 시민들에 의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사진은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웨이보에 올라온 북한 열차.
▲ 베이징 건널목에서 발견된 북한 열차 추정 기차 26일 중국 베이징에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방문했다는 설이 도는 가운데 베이징 시내를 달리는 북한 열차의 모습이 베이징 시민들에 의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사진은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웨이보에 올라온 북한 열차.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북한의 특별열차가 중국 단둥을 거쳐 베이징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탄 지난 26일 밤, 페이스북으로 베이징 현지 상황을 전하면서 북한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열었다고 단언한 이가 있다. 박종철 경상대 교수(통일평화연구센터소장)다.

박 교수는 북한 최고위인사의 차량행렬이 베이징 시내를 오가는 장면, 국빈급 숙소인 댜오위타이로 들어가는 장면 영상과 여러 중국 매체의 기자 등에게서 얻어낸 정보를 시시각각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 교수와 페이스북 친구들은 '과연 김정은이냐 아니냐'는 주제로 댓글을 달며 흥분된 밤을 보냈다.

그 안에 탄 인물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아니라 해도 이번 특별열차의 베이징행은 그 의미가 크다. 2015년 9월 최룡해 당시 노동당 비서가 중국 전승절 행사참석으로 중국을 방문했지만 시진핑 주석과 단독으로 면담하지 못했다, 2017년 11월 쏭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특사로 평양에 갔지만 김 위원장이 만나주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6일 중국과 북한은 다시 최고위급 대화를 재개했으며, 또 이런 움직임이 남북, 북미 회담을 앞둔 시점에 일어났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박 교수는 일본 토호쿠대에서 석사를,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베이징대 한반도 연구센터에서 객원연구원을 지낸 북중관계 전문가다. 그는 지난 13일 게재된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다만 이번 '베이징행 특별열차'의 시기가 박 교수의 예상보다 앞당겨졌다.

이번 '베이징행 특별열차'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궁금한 점들과, 향후 이어질 각종 정상회담과는 어떤 연관성을 가질지를 박 교수에게 물어봤다. 이 인터뷰는 26일 오후에 서면으로 진행됐다. 

"국제공조의 성공은 모두 중국 덕분... 차이나 패싱이 가능한가?"

- 그동안 중국이 북한을 외교적으로 경제적으로 압박한 이유는?
"중국외교는 '책임대국으로서 압박'과 '동맹으로서 협력' 사이라는 구조적 딜레마 속에서 북중 관계를 운용하고 있다. 시진핑은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국제적 압박 속에서 2017년 북한의 제6차 핵실험과 화성 15호 발사로 분노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드 배치로 인하여, 시진핑은 남북 모두와 관계가 단절된 상황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과 정상회담으로 사드문제가 봉합되면서 한중관계는 복구됐는데, 북중관계는 냉랭한 상태가 됐고, 중국은 경제적으로도 북한에 최대 압박을 가했다.

시진핑의 포괄적 경제제재의 목적은 김정은이 대화를 하도록 하는 수단이었다. 김정은은 '핵무력 건설을 완성했다'고 주장하며 대화에 나왔다. 한·미·일의 매파는 국제공조의 성공으로 김정은이 대화에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중국 덕분이었다. 북한 무역 90%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닌가."

- 중국과 남한의 관계는 어떤가.
"작년말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과 정상회담으로 시진핑은 한중관계를 천연동반자관계로 격상했다. 동맹에 이은 최상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는 못했지만, 성공적으로 봉합되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시진핑 주석에게 비핵화와 국제제재를 위한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중관계는 최상 상태로 복구됐고, 우리 정부는 대북 특사를 베이징에 파견하여 시진핑 주석에게 남북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향후 5월 이후 양자회담과 다자회담이 다층적으로 병행되면, 중국은 의장국으로 6자회담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천연동반자관계에 더욱더 신뢰감을 높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

- TV뉴스에 나오는 평론가들이 '차이나패싱을 우려한 행보'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양자, 다자회담 국면에 중국이 미친 영향은?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이 패싱되는 것이 가능한지 반문하고 싶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당시 중국은 주요 참전국으로서 세계 최강의 미국과 전쟁을 치르며, 동아시아에서 자신들의 세력권을 지켜낸 국가이다.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시진핑은 조용한 외교라는 고도의 전술을 통하여, 문재인 정부의 남북 대화를 지원하고, 향후 이어질 '새 판 짜기'를 하고 있다. 화려한 언술의 트럼프와 조용한 외교의 시진핑의 수싸움을 대하면서,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중요하지 않은 국가는 없다는 사실을 또다시 이해해야 한다."

"남·북·미·중의 종전선언도 기대한다"

27일 중국 베이징 베이징역 플랫폼에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타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특별열차가 정차해 있다. 이 특별열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중 시 이용했던 열차로 북한과 중국 철로를 모두 달릴 수 있게 설계 됐다.
▲ 북한 특별열차 추정 열차 27일 중국 베이징 베이징역 플랫폼에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타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특별열차가 정차해 있다. 이 특별열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중 시 이용했던 열차로 북한과 중국 철로를 모두 달릴 수 있게 설계 됐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 이번 북한 최고위인사의 중국 방문에 대해 일각에선 '대북 제재로 북한 경제가 너무 어려워져 숨통을 트려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북중 대화에 이어 남북, 북미, 한중일 간의 대화가 이어지는 판에서는 '더 큰 그림'이 그려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남북 정상회담과 더불어 남·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다. 주목할 점 중 하나는 휴전협정에서 종전협정, 그리고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평화로운 한반도 구상'과 베를린 선언에서 종전선언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이번 베이징에서 북중 간 대화에서도 논의될 만한 사항으로 보여진다. 5월 북미 정상회담 기간 남·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 남·북·미·중의 종전선언까지도 기대를 하고 싶다."

- 한국전쟁 휴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바꾸는 데에 중국이 긍정적인가?
"한국전쟁 이후 중국은 북한 군대를 10만 수준으로 제한하려 노력했다. 마오쩌둥은 김일성의 호전성을 억제하려고 노력했고, 전쟁 재발을 중지하려고 노력했다. 1980년대 탈냉전 분위기 속에서 중국은 적극적으로 남·북·미 3자회담을 주선했고, 베이징에서 북미 고위급 회담을 진행시킨 경험이 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몽'을 이루기 위해 주변국 안정을 우선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가장 첨예하게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한반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북핵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베이징 방어를 위협하는 미국의 항공모함과 전략자산이 북핵문제로 인하여 수시로 황해로 진입하는 상황이다.

종전협정이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한미동맹과 북중동맹이 약화된다. 한반도에서 각국의 군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평화협정은 한반도에 평화번영의 원천이자 동시에 시진핑의 입장에서 중국몽을 이루는 하나는 안전장치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 북중, 남북, 북미 등 여러 양자회담 후 예상되는 중국의 역할은?
"앞에서 설명했듯이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남북미중의 종전선언을 기대해 본다. 더불어 아베 혹은 지지율이 낮은 아베를 대신할 일본 차기 총리의 평양 방문이 이루어질 것 같다. 5월 이후 양자회담과 더불어 평화협정을 주도할 4자회담과 고위급 6자회담이 다층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6자회담은 한반도 경제와 안보를 위한 긍정적인 역할을 했고, 미국의 요청으로 중국은 의장국 역할을 하며,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책임대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시진핑은 베이징에서 6자회담을 재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더불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서 4자간의 안보대화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한반도에 중국의 힘과 이익을 투영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시진핑은 꽃놀이패인 다자회담을 환영하고 있다."


태그:#김정은, #베이징, #박종철, #특별열차
댓글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