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사고로 죽자 인도네시아 출신인 며느리는 보험금 일부를 빼돌렸고, 할배(이순재)는 그런 며느리를 쫓아냈다. 남은 건 두 손자와 손녀 뿐. 남은 거라곤 양반 가문이라는 자존심  뿐인 할배와 이 어린 아이들의 운명은 어찌될까.

27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언론에 선 공개된 <덕구>의 이야기 자체는 평이했다. 청년이 사라진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노인과 어린 아이들이 한 집에서 서로의 존재 가치를 재확인하고 진정한 사랑을 품게 된다는 이야기다.

담백함에 진정성

그만큼 영화는 극적 사건과 감정의 고조가 필요해 보였다. 철없이 구는 덕구(정지훈)와 마냥 해맑은 덕희(박지윤)를 달래고 때론 야단도 치는 할배가 왠지 버거워 보인다. 영화는 폐암 말기에 걸린 덕구 할배와 그런 사정도 모른 채 천둥벌거숭이처럼 어리광을 피우는 손주들의 모습을 묘사하며 그 사이 사이 여러 크고 작은 갈등 요소를 넣는 식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간 여러 휴먼 드라마가 그랬듯 <덕구> 역시 귀에 많이 익숙한 음악을 사용하며 일종의 신파 코드를 놓지 않는다.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가 평범하기에 결국은 완성도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그런 점에서 아역 배우들과 배우 이순재의 호흡이 영화의 밀도를 한결 높인다.

 영화 <덕구> 관련 사진.

영화 <덕구> 의 한 장면. ⓒ 메가박스 플러스엠


 영화 <덕구> 관련 사진.

영화 <덕구> 관련 사진. ⓒ 메가박스 플러스엠


아역 캐스팅에 대해 연출을 맡은 방수인 감독은 "프로필을 보자마자 아니라고 생각했던 아이였는데 최종 오디션까지 남았다"며 "암기에 익숙한 다른 아역들과 달리 지훈이는 날 것의 느낌이 있었다"고 전했다. 덕희 역의 박지윤에 대해서도 "꾸밈없이 솔직하고 순수한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저도 평범하고 뻔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뭔가를 채우는 것보다 비워가는 게 어려웠다. 살면서 우리 사회와 어른들은 약한 사람들, 그러니까 어린 아이, 외국인, 노인들을 보호하는 게 의무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현실을 표현하고 싶었다. 덕구 할배는 예전 사고방식으로 사시는 분이기에 그저 밥을 많이 주고 따뜻한 옷을 입히는 게 사랑이라 생각한다. 할아버지로선 최선의 사랑이지만 아이들이 필요한 사랑과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표현하려 했다." (방수인 감독)

이 영화의 미덕은 곧 담백함과 진정성에 있다. 한창 영화감독을 꿈꾸던 대학시절 방수인 감독은 이주노동자 친구를 만나게 됐고, 그 이후로 8년 간 이 영화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는 후문. 방 감독은 "당시엔 1세대 다문화 가정이 생기던 때였는데 유교문화 특히 인종차별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시간이 지난 지금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며 "이야기를 쓸 시점엔 이미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한국인과 이주민 사이에서 태어난 2세대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노익장

겉모습의 차이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에서 혼혈아동은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아왔다. <덕구>는 그런 다문화 가정 2세대들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담지 않으면서도 잔잔하게 영화 곳곳에 담았다. 이순재 역시 "<덕구>는 사랑이 있는 영화"라며 작품의 의미를 강조했다.

"요즘 앞뒤가 안 맞거나 작위적인 영화가 많은데 이 시나리오는 일상의 정서가 잘 담겨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더라. 사랑이 있는 시나리오였다. 감독님 역시 신인 감독이었지만 오랫동안 연출 수업을 받았기에(방수인 감독은 이준익 감독의 연출부 출신-기자 말) 현장에서 전혀 걱정이 없었다. (중략) 한국으로 이민 온 외국인 며느리 일부 중에선 핍박받은 분들도 있고, 그 때문에 한국을 원망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덕구>는, 우리 진심은 그렇지 않다. 감싸주고 사랑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잘 표현한 것 같다." (이순재)

다문화가정과 아이들을 단순히 소재로 소모시키지 않고 잔잔히 바라보는 감독의 자세가 돋보인다. 8년간 각지를 돌며 취재한 감독의 노력이 잘 느껴진다. 다만 클로즈업의 과잉과 진부한 음악사용은 신인 감독의 새로운 문법과 패기를 기대하는 일부 관객에겐 감점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덕구' 할배와 손자의 이별이야기 방수인 감독과 배우 정지훈, 이순재가 14일 오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덕구>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덕구>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남지 않음을 알게 된 일흔 살 덕구할배와 어린 손자 덕구의 이별이야기다. 4월 5일 개봉.

▲ '덕구' 할배와 손자의 이별이야기 지난 14일 오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덕구> 제작보고회 당시 모습. 좌측부터 방수인 감독, 정지훈, 이순재. ⓒ 이정민


한 줄 평 : 평범한 구성을 상쇄하는 진정성
평점 : ★★★☆

영화 <덕구> 관련 정보
각본 및 연출 : 방수인
출연 : 이순재, 정지훈, 장광, 성병숙, 차순배, 박지윤
제작 : 영화사 두둥
공동제작 : 곰픽쳐스
공동제공 : 지비보스톤창업투자
배급 : 메가박스 플러스엠
관람등급 : 전체관람가
크랭크인 : 2016년 12월 26일
크랭크업 : 2017년 2월 5일
개봉 : 2018년 4월 5일


덕구 이순재 다문화 가정 이주노동자 방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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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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