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은 "재정건전화 성과를 바탕으로 인천이 부산을 앞서, 서울에 이은 2대 도시가 됐다"며 '서인부대(서울·인천·부산·대구)'를 외치고 있다. 올 10월 15일 시민의 날에는 서인부대를 정식으로 선포할 계획이다.

인천시도 보도 자료를 내고 홍보단을 운영하며 '서인부대'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주 내용은 인천이 지난 2016년에 인구 300만명을 넘어 350만명의 부산을 바짝 뒤쫓고 있으며, 2016년 인천의 지역내 총생산(80조 9000억원)이 부산의 지역 내 총생산(81조 2000억원)을 따라잡았다는 것이다. 또 지방세, 보통교부세 등 주요 경제지표에서 부산을 따라 잡거나 앞서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시 발표를 보면 인천이 마치 부산을 앞서 서울에 이은 2대 도시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삶은 그만큼 나아졌을까? '서인부대' 구호에 가려진 실체를 <시사인천>이 파헤쳐 본다.

인천과 부산의 성장 역사

부산은 오랜 시간 서울에 이은 우리나라 제 2의 도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부산이 제 2의 도시라고 인정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역사에 대해서 짚어 보자. 부산은 개항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거대한 항구도시로 자리 잡았다. 이후 6.25 전쟁 때 임시수도로 지정됐고, 해방 이후 정부의 수출·입정책에 발맞춰 항만기능을 중심으로 튼튼한 경제 성장을 이루며 1963년 1월 1일 제 1호 정부 직할시로 승격했다.

인천도 개항과 더불어 외래 문물이 들어오며 국제 무역이 활성화 됐다는 것은 부산과 비슷하다. 하지만 경인선 철도와 경인국도가 개통되며 서울의 관문·배후도시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지역 자체의 발전은 오히려 저하 됐다. 직할시로 승격은 1987년 7월 1일이다.

부산이 영남지역의 중심도시로 독자적 성장을 한 것에 비해 인천은 서울과 연계한 위성도시에 머문 격이다.

시민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인프라

유 시장은 지난 4년간 3조 7000억원의 채무를 갚아 재정위기단체에서 탈출했다고 홍보하지만, 여전히 10조원이 넘는 채무가 남아있다.

또 전국 30여개가 넘는 국립박물관 중 인천에 소재하고 있는 박물관은 하나도 없다. 특별·광역시 마다 갖추고 있는 시립 미술관도 없다. 문화·예술에 대한 인프라가 도시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여러 공공 기관들의 부재도 빼놓을 수 없다. 인천과 인접한 서울에 상급기관이 집중 돼 있어 인천시민들은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고등법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부산은 고등법원이 자리하고 있어서 많은 시민들이 여러 혜택을 받고 있지만 인천 시민들은 아직도 서울 고등법원을 찾아야 한다.

교육면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인천은 일반 대학교 3개와 교육대학 1개교, 전문대학 3개교 등 총 7개 대학이 있지만, 부산은 일반 대학교 12개교 등 총 25개 대학이 있다.

국민들을 대변하는 국회의원 수에서도 차이가 많이 난다. 인천은 10개 군·구에서 12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지만 부산은 16개 군·구에서 18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상징성, 인식의 차이

국제적 위상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부산의 경우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등 여러 외국 영사관이 위치하고 있어 국제사회에서도 제 2의 도시를 인정받고 있다. 반면 인천은 외국 영사관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인천이 부산을 앞서 제 2의 도시가 되기에는 여러 면에서 부족하다. 인천이 더욱 발전해 이런 여러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해도 부산의 상징성을 넘어서야 하는 큰 과제가 남는다.

일본의 경우 제2의 도시는 인구가 도쿄 다음으로 많은 요코하마(373만명)가 아니라 오사카(271만명)다. 역사·문화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제 2의 도시로 인식 돼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 2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지표 뿐만 아니라 역사, 문화, 인프라와 국내·외 인식까지 다 바뀌어한다.

"서인부대는 선거용 이미지메이킹"

인천이 아무리 인구가 더 늘어나고 주요 경제지표에서 부산을 앞서더라도 제2의 도시가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유 시장과 시정부는 줄기차게 서인부대를 외치며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천평화복지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그 이유를 "선거를 앞두고 이미지 메이킹 하는 것 이상의 효과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인천의 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부산을 앞서거나 훨씬 더 우위에 선 행정도시라고 평가하는 것은 자만이다. 오히려 이로 인해 중앙 정부로 지원 받는 수준이 위축되는 등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